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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볼 시간이 없었어요' 비우고 왔더니 단기간에 채워졌다…어엿한 주전 중견수, '회장님'까지 활짝 웃었다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너무나도 간절했던 순간. 좌절감을 극복하고자 군입대를 결심했다.

모든 걸 비우고 돌아오니 새로운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

짜릿한 승리를 품은 한화 이글스의 주역은 외야수 임종찬(23)이었다.

2-2로 맞섰던 9회말 2사 1,2루. 임종찬은 KT 이상동의 초구를 공략해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날렸다. 끝내기로 5연승이 완성되는 순간.

당시 야구장에는 한화 이글스 구단주 김승연 한화 그룹 회장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끝내기 안타가 나오는 순간 김 회장은 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었다. 홈 개막전을 맞아 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과 한마음으로 한화 승리의 짜릿한 기쁨을 만끽했다.

'회장님'을 웃게 해준 결승타. 임종찬에게는 누구보다 간절했던 마음으로 쌓아올린 한 방이었다.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전체 28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임종찬은 공·수·주를 모두 갖춘 '5툴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2020년 데뷔 첫 해 52경기 타율 2할3푼1리 1홈런을 기록하면서 가능성과 숙제를 모두 남겼던 그는 2021년과 2022년 연속 1할대 타율로 좀처럼 치고 나오지 못했다. 생각처럼 되지 않은 야구. '힘들겠구나' 하는 부정적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군 복무가 터닝포인트가 됐다. 2022년 시즌 중 현역으로 군 입대를 한 그는 강원도 화천에서 조교로 복무했다. 지난해 12월 말 전역한 그는 곧바로 서산에 합류해 훈련을 했고, 2월에는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

퓨처스리그에서 그는 타격 전면 개조에 들어갔다. 강동우 퓨처스 타격코치가 전담으로 붙어 하나 둘씩 문제점을 고쳐 나갔다.

시범경기에 맞춰서 1군에 올라온 그는 10경기에서 타율 4할7푼6리(21타수 10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결국 최원호 한화 감독은 임종찬을 주전 중견수로 낙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김강민이 있지만, 마흔을 넘긴 나이에 풀타임을 소화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최 감독은 "이전에 스윙을 할 때에는 몸이 빠졌다. 세게 치려고 하다보니 오버 스윙이 많았고, 정확성이 떨어졌다. 퓨처스 캠프에서 강동우 코치와 연습을 했고, 몸이 빠지는 게 줄었다. 스윙이 간결해지면서 맞히는 비율이 높아졌다.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온 선수를 단기간에 바꿨더라. 퓨처스에서 큰일을 했다"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수비 역시 좋은 편. 최 감독은 "임종찬은 전문 외야수고, 주력도 느린 편이 아니라서 중견수에 잘 적응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종찬도 달라진 효과를 느끼고 있다. 임종찬은 "퓨처스 캠프 당시 강동우 코치님께서 제 원래 타격폼에 대해 '너에게 맞지 않는 옷 같다'고 하셨다. 나의 능력치를 끌어 올릴 수 있는 폼을 찾자고 하셔서 같이 타격에 대해서 연구하고 수정했다. 지금 폼이 좋고 안 좋고를 떠나 일단 편하게 칠 수 있는 폼인 거 같다. 공부를 하고 연습을 하다 보니 결과가 잘 따라오는 거 같다"고 했다.

군 생활은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임종찬에게 새로운 걸 채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 시간이 됐다.

임종찬은 "군 입대 전에 굉장히 열심히 했지만, 부담도 크고 힘들었다"며 "군 복무 기간이 나를 비워내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조교 임무를 수행하면서 야구를 볼 시간도 많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한 발 떨어져서 생각할 수 있게 됐다. 그런 부분에서 마음 편하게 먹고 한 게 좋은 결과로 온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임종찬은 이어 "생각하기 나름인데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루 아침에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꾸준하게 해보자고 했다. 퓨처스리그에서 한 뒤 1군 타격파트 코치님들께서도 지금 폼과 밸런스가 괜찮다고 해주셔서 더 확신을 가지고 할 수 있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 임종찬은 다시 한 번 '평정심'을 강조했다. 그는 "평소에도 잘되든 안 되든 꾸준하게 내 생각이나 감정을 유지하고 열심히 하려고 했다. 잘하려고 생각한 게 아닌 하다보니 결과가 따라오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에도 하던대로 열심히 하면서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