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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믿기는 실책→동점 악몽' 죄인의 심경이었다 '뭐든 해주고 싶어요'[인천 리포트]

[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믿기지 않는 실책 그리고 더 믿기지 않는 동점 악몽. 천국과 지옥을 오간 하루였다.

SSG 랜더스가 개막시리즈부터 드라마틱한 승리를 챙겼다. SSG는 2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개막시리즈 2차전에서 7대6으로 승리했다. 경기 후반까지도 무난하게 흘러가던 승부는 막판 폭풍이 휘몰아쳤다. 그 시작이 중견수 최지훈의 수비 실책이었다.

SSG는 초반 선취점에 이어 7회말 터진 최정의 스리런 홈런으로 크게 앞섰다. 8회말 추가점까지 더해 6-0으로 여유있게 앞선 상황에서 9회초 마지막 수비에 돌입했다.

마운드에는 이로운. 이로운은 선두타자 최항을 3루수 플라이로 잡아내면서 이닝 첫 아웃카운트를 수월하게 처리했다. 다음 타자는 이주찬. 이주찬과의 승부에서도 147km 직구로 무난하게 외야 플라이를 유도해냈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실책이 나왔다. '이지' 플라이 타구를 중견수 최지훈이 놓쳤다. 국가대표 외야수로도 활약 중인 최지훈은 빠른 발과 타구 판단력을 앞세워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를 자랑한다. 하지만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이주찬의 타구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고 공이 뒤로 흘러 펜스 앞까지 굴러갔다.

이주찬은 1루를 지나 2루까지 들어갔고, 공식 기록에 중견수의 수비 실책으로 기록됐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실책 직후에도 나승엽을 내야 플라이로 처리한 이로운이 2아웃 이후 말도 안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보근과 박승욱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첫 실점. 그러고도 경기를 끝내지 못하고 윤동희에게 볼넷을 허용해 주자 만루 위기가 찾아왔다.

야구에 '만약'은 없지만, 만약 최지훈이 이주찬의 타구를 실책하지 않고 처리했다면 나승엽까지 3명의 타자로 9회초가 끝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아마 누구보다 최지훈의 머릿속을 지배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마무리 문승원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만루 상황 첫 타자 고승민과의 승부에서 두번이나 피치클락을 위반하며 어려운 승부 끝에 1루 베이스 옆을 타고 흐르는 장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싹쓸이 적시 2루타. 그리고 레이예스에게 동점 2점 홈런까지. 도무지 끝나지 않는 9회초는 끝내 승부를 6-6 동점으로 끌고갔고, 수비를 위해 서있던 최지훈에게는 마치 영겁의 시간 같았다.

우여곡절 끝에 9회초가 끝났다. 그리고 9회말. 승리를 다시 가져오는데까지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9회 첫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롯데 마무리 김원중을 무너뜨리며 끝내기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블론세이브 직후에 터진 극적인 굿바이 홈런이었다. SSG는 7대6으로 이겼다.

홈런을 직감하자마자 포효한 에레디아는 천천히 다이아몬드를 돌고 홈으로 들어와 동료들의 환대를 받았다. 그리고 가장 먼저 최지훈을 껴안았다. 벤치에 있던 최지훈은 에레디아가 홈런을 치고 들어오자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라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그를 맞이했다. 에레디아는 연신 최지훈과 진한 포옹을 하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짧았지만, 최지훈에게는 누구보다 긴 시간이었을 그 마음고생을 이해한다는 에레디아의 포옹이었다.

경기 후 최지훈은 "(수비 실책 후에)정말 마음이 무겁고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 너무 마음이 좋지 않았었다"고 하면서 "에레디아 홈런을 쳐서 이겨서 너무 기뻤다. 정말 에레디아에게 뭐든 해주고 싶은 마음 뿐"이라며 고마움과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숭용 감독도 "오늘 경기로 선수들이 아웃카운트 1개의 무서움과 소중함을 깨달았을 것"이라는 뼈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최지훈에게도 정말 많은 생각이 교차한 경기였다. 그래도 '해피엔딩'이라 다행이었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