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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거짓말 했나요?' '네' 20일 오전 오타니 통역의 고백, 왜 말 바꿨을까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내게 거짓말을 한건가요?" "그렇습니다"

오타니 쇼헤이의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 '도박 스캔들'이 메이저리그를 뒤흔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즈하라의 자백성 인터뷰 번복이 사건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미국 'ESPN'은 미국 사법 당국으로부터 불법 스포츠 베팅 업체 운영과 관련해 조사를 받던 매튜 보위어와 관련한 취재를 하던 중 오타니의 이름을 발견했다. 'ESPN'이 검토한 복수의 소식통과 은행 자료에 따르면, 오타니의 이름으로 된 은행 계좌로부터 지난해 9월, 10월에 걸쳐 보위어의 동료에게 송금이 된 사실을 확인했다.

복수의 소식통들은 'ESPN'과의 인터뷰에서 "오타니는 도박을 하지 않는다. 그 자금은 미즈하라의 도박빚을 갚기 위한 용도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스콧 빌리어드 미국 국세청 대변인도 22일(이하 한국시각) 'ESPN'에 "현재 미즈하라와 보위어를 조사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한 소식통은 'ESPN'과의 인터뷰에서 "보위어가 송금인 이름(오타니)을 알고 있었지만 돈이 들어오는 한 어떤 질문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위어는 자신의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오타니가 자신의 고객이라고 믿는 것을 허용했다"고 했다.

보위어의 변호인인 다이앤 배스는 'ESPN'과의 인터뷰에서 "보위어는 오타니 쇼헤이를 만나거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서 보위어 측(정확히는 보위어 동료 명의로 된 계좌) 계좌로 송금된 금액은 450만달러(약 61억원)로 알려졌다.

현재 논란의 중심은, 'ESPN'이 사건을 최초로 보도하기 직전 미즈하라와 직접 인터뷰를 했던 내용이다. 오타니와 미즈하라는 개막전 준비를 위해 한국 서울에서 머물고 있었다.

'ESPN'의 티샤 탐슨 기자는 한국시간으로 20일 오전 미즈하라와 90분 가까이 전화 인터뷰를 했다. 20일은 다저스 선수단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개막전을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른 날이다. 이날 다저스 선수단은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오후 2시30분 고척돔으로 출발했다.

출발 몇 시간전인 20일 오전, 미즈하라와 탐슨 기자의 전화 인터뷰가 이뤄졌다. 미즈하라는 이 전화 통화에서 기자에게 오타니도 자신의 도박빚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이야기 하면서 "오타니는 두번 다시 도박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50만달러씩 여러 차례에 걸쳐 자신이 보는 앞에서 직접 은행 계좌에 로그인해 돈을 송금했다. (오타니가 직접 송금한 이유는)그가 돈에 있어서는 나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절대 도박에 연루된 적이 없으며 나 역시 후회하고 있다"는 취지의 고백을 했다.

그리고 'ESPN'은 미즈하라와의 통화 내용을 바탕으로 뉴스 보도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ESPN'의 뉴스가 보도되기 전, 반전이 일어났다. 샌디에이고와의 개막전이 끝난 직후, 미즈하라는 다저스 선수단 앞에서 공개적으로 "나는 도박 중독이다. 곧 관련 소식이 나올 것 같다"고 사과했고, 구단은 그를 해고했다. 직후 오타니의 변호인이 "미즈하라에 의해 대규모 절도 피해를 당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미즈하라도 말을 바꿨다. 처음에 '오타니가 직접 도박빚을 갚아주기 위해 돈을 보내줬다'는 이야기를 완전히 바꾼 것이다. 오타니의 변호인은 '오타니는 도박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계좌에서 거액의 돈을 절도했다'고 했다.

일본 'FNN'은 22일 'ESPN' 톰슨 기자와의 인터뷰 내용을 상세히 공개했다. 톰슨 기자는 'FNN'과의 인터뷰에서 "미즈하라가 말을 바뀐 후 다시 전화를 걸었다. 나는 미즈하라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첫번째 인터뷰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만 말하며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당신은 내게 거짓말을 한 것인가?'라고 묻자 미즈하라는 '그렇다'고만 답하더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오타니가 나의 도박빚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두번 다시 도박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대신 빚을 갚아주기 위해 송금을 해줬다. 돈은 반드시 갚기로 했다'던 미즈하라의 증언이 불과 몇시간 후 '오타니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다저스 구단 관계자는 "개막전이 끝난 후 미즈하라가 클럽하우스에서 다저스 선수들에게 도박에 대해 고백했을 때, 오타니가 처음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질문을 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고 했다. 오타니의 변호인 측과 같은 입장이다. 오타니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

하지만 미국 언론에서는 오타니의 계좌에서 수십만달러가 연달아 송금됐는데,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오타니의 변호인 측에서 미즈하라의 인터뷰 내용을 번복하게 한 것도 자칫 잘못하면 오타니가 중징계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LA타임즈', 'CBS스포츠' 등 미국 언론에서는 22일 '미즈하라 스캔들'에 대해 상세히 다루면서 "오타니가 불법 도박 빚을 갚는 행위라는 것을 알고 빌려줬다면 연방법에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오타니가 불법 도박 빚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돈을 빌려주고, 송금해준 자체만으로도 불법 도박 업자를 도운 것으로 간주된다는 뜻이다. 캘리포니아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고, MLB 사무국은 선수들이나 구단 직원이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할 경우 최소 1년간 출전 금지 처분을 내리고 사안에 따라 영구 퇴출될 수도 있다.

정황상 오타니가 불법 도박에 직접 연루됐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다만, 선의로 '친구'인 미즈하라를 도우려고 했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 몰려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오타니는 미즈하라가 해고된 후 직접 입을 열지 않고 있다. 21일 고척돔에 나왔지만, 경기전 클럽하우스가 개방된 시간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기는 정상적으로 뛰며 안타와 타점을 기록하는 등 활약했다. 하지만 경기 후에도 일본 취재진들에게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만 건넨 후 떠났고, 다저스 선수단과 함께 곧장 전세기로 탑승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다만 오타니는 해당 사건이 벌어진 후 비교적 활발하게 해오던 개인 SNS 업로드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