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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페즈-구톰슨' 꿈의 듀오 소환? 역대 기아의 최강 외인 원투펀치 기대감, 단 하나의 우려는?[대전 초점]

[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아킬라노 로페즈와 릭 리 구톰슨. KIA 타이거즈 역대 최고의 외인 원투펀치를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두 선수는 2009시즌 KIA의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당시 로페즈가 190⅓이닝 14승5패, 평균자책점 3.12, 구톰슨이 161⅔이닝 13승4패,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했다. 로페즈는 그해 최다 이닝 1위, 구톰슨은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21로 2위를 차지하면서 KIA의 철벽 마운드를 이끌었다. KIA는 그해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 SK 와이번스를 꺾고 V10을 달성했다. 하지만 구톰슨은 한 시즌 만에 KBO리그를 떠났고, 로페즈는 2011년까지 활약했으나 홀로 에이스 역할을 떠맡아야 했다.

이후 헨리 소사, 헥터 노에시, 애런 브룩스 등 여러 외국인 투수들이 거쳐갔으나, 로페즈-구톰슨 조합 같은 완벽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KIA가 드디어 로페즈-구톰슨 조합에 견줄 만한 외인 원투펀치를 다시 구성하는 모양새다. 새로 입단한 윌 크로우-제임스 네일 조합이 예사롭지 않다.

크로우는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충격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11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공 40개로 4이닝 무안타 무4사구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결과보다 주목할 만했던 건 내용. 이날 KBO리그 공식 기록 업체 스포츠투아이 집계에 따르면 크로우의 직구 최고 구속은 154㎞, 평균 구속은 152㎞였다. 투심도 최고 152㎞, 평균 151㎞를 형성했다. 여기에 커브와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터로 집계된 스위퍼까지 다양한 변화구를 선보였다. 크로우를 상대한 한화 타자 12명 중 8명이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었으나, 뜬공은 없었고, 모두 정타가 아니었다. 3~4차례는 방망이가 부러질 정도였다.

네일은 앞서 일본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첫 선을 보였다. 지난달 28일 롯데와의 연습경기에서 2이닝 2안타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29개의 공으로 2이닝을 막았고, 최고 149㎞의 투심을 비롯해 스위퍼와 체인지업을 곁들였다. 당시 현장에서 네일의 투구를 지켜본 관계자들은 그가 크로우 못지 않은 공을 가진 점에 주목한 바 있다.

크로우와 네일은 KIA 유니폼을 입을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크로우는 2022시즌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6승10패16홀드,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했다. 그해 선발-불펜을 오가며 풀타임 빅리그 생활을 했던 투수. 네일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바 있다. KIA 뿐만 아니라 국내 타 구단, 일본 프로야구의 관심을 받았던 투수들이다. KBO리그 진출이 확정된 이후 두 선수 모두 지난해 NC에서 20승-200탈삼진을 기록하며 KBO리그 MVP, 골든글러브를 휩쓴 에릭 페디(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견줄 만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됐다. 시즌 개막 전부터 두 선수의 모습은 이런 전망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모양새다.

다만 우려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크로우는 지난해 5경기 만에 어깨를 다치면서 시즌을 날렸다. 부상 회복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풀타임 시즌. 대개 부상 뒤 이닝-투구 수 조절 등을 거치는 빌드업을 거치지만, 외국인 선수 신분으로 풀타임을 소화해야 하는 KBO리그 특성상 크로우가 내구성을 입증하며 완주하는 모습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네일은 커리어 대부분을 불펜에서 보냈다는 점에서 KIA가 기대하는 이닝 소화력을 보여줄지엔 여전히 물음표가 달려 있는 게 사실이다. 두 선수가 이런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관건이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