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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했잖아' 선견지명 있었던 은사, 신임 감독이 가장 먼저 통화한 이유[광주 토크]

[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아무나 할 수 없는 감독 자리, 응당 축하 받을 일이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호주 스프링캠프 중이던 지난달 12일 타격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이 결정됐다. 먼 이국 땅임에도 각계의 축하 연락이 쇄도했다. 그 와중에 이 감독은 한 인물의 메시지에 시선을 뒀고, 곧바로 수화기를 들었다.

주인공은 김기태 전 감독(55). 2015년 KIA 지휘봉을 잡은 김 전 감독은 2017년 이범호와 함께 KIA의 V11을 일군 지도자. KIA 뿐만 아니라 야구 대표팀 타격 코치로도 이범호와 연을 맺은 바 있다. 이범호는 2017년 KIA의 우승 당시 팀 중심 타자로 결정적 순간마다 한방을 터뜨리면서 혁혁한 공을 세운 바 있다.

이 감독은 김 전 감독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건 이유를 두고 "현역 첫 우승 때 감독님이셨다. KIA가 근래 최정상에 있던 시절 감독님과 선수로 함께 했던 인연도 있다"며 "현역 시절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빨리 뛰지 못할 때도 '괜찮다'며 항상 믿음을 주신 분이다. 선수 시절 본받고 싶은 지도자셨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 취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먼저 보내주셨다. 감독님께 메시지를 보내긴 그래서 전화로 보고 드렸다"며 "현역 시절 '너도 분명 나중에 한 번 (감독을) 할 것'이라고 말해주셨는데, 통화 때도 그 이야기를 하시면서 '내가 말했잖아'라고 하셨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 감독은 8일 광주 기아 오토랜드 대강당에서 공식 취임식을 가졌다. 이젠 김 전 감독이 일군 V11 이후 가을야구와 멀어졌던 KIA를 일으켜 세우고, 또 다른 우승 사냥에 나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이 감독은 "취임식은 처음 해봐 떨리긴 했다. 야구장 감독실도 그동안 코치 신분으로 보고하기 위해 드나들던 곳인데, 혼자 앉아 있으니 정말 힘들고 외로운 자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경기장에 들어가봐야 실감이 나겠지만, 코치, 선수들과 호흡 맞춰가다 보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선전을 다짐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