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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헬스칼럼] 아침에 침대에서 내려오기 무섭다면…

"이번 주 경복궁 무료 야간 개장이래! 우리 구경하러 가자!"

아내는 아침부터 신이 나 있었다. 나도 이 참에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낮에 보는 것도 좋지만 밤에 보면 또 다른 운치가 있을 것 같아서다.

아직 유모차를 타고 다니는 첫째 아들을 태우고 어렵게 찾아가니 입구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활동하기 편한 옷에 며칠 전 저렴하게 구입한 스니커즈를 신고 여기저기 아름다운 고궁을 둘러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2시간 넘게 넓은 흙바닥을 밟고 다니고, 아들과 함께 디딤돌을 점프해서 건너는 놀이를 하고 집에 돌아오니 너무 피곤해서 샤워 후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뻐근한 몸으로 침대에서 내려오는데 발바닥이 뜨끔했다. 압정이나 유리조각을 밟은 듯 발이 찢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놀라서 발바닥을 봤지만 상처는 없었다. 정형외과 의사의 '짬밥'을 활용해 스스로 내 발을 문진해 보니 족저근막염이 분명했다. 환자들이 '아침 첫발이 너무 아파요'라고 말한 바로 그 증세였다.

생각해 보니 어제 얇은 신발을 신고, 울퉁불퉁한 디딤돌을 밟으며 여기저기 걸어 다녔다. 아들을 목말을 태워서도 걸어 다녔으니 그 충격이 더 심했을 것이다. 침대에서 나와서 화장실을 가는 그 짧은 거리가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한쪽 발에 체중을 실을 수가 없고, 마치 압정을 밟는 느낌이었다. 왜 환자들이 '침대에서 내려오기가 무섭다'고 했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아픔을 참고 잠시 걷는 동안 통증이 조금씩 사라졌다. 이 또한 족저근막염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족저근막은 발뒤꿈치부터 발가락까지 이어지는 두꺼운 섬유조직으로 발을 디딜 땐 아치가 낮아지고 발이 펴지면서 늘어나고, 발을 땅에서 떼면 아치가 높아지고 좁아지면서 수축한다. 결국 족저근막은 걸을 때 수없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그런데 너무 많이 걷거나, 맨발이나 신발이 얇은 경우, 과체중이거나 종아리 근육이 짧으면 족저근막에 과도한 힘이 가해지면서 미세한 파열이 발생하고 염증이 동반되어 통증이 발생한다.

필자가 대학병원에서 족부 전임의(펠로우)로 근무하던 시절, 당시 교수님은 항상 환자들에게 '훌렁훌렁'한 신발을 신지 말라고 하셨다. 얇고 잘 구부러지는 헐렁한 신발은 족저근막에 충격을 많이 가하기 때문이다. 기능성 운동화나 등산화같이 밑창이 두꺼운 신발을 신으면 울퉁불퉁한 바닥에서 오는 직접적인 충격을 완화해 줄 뿐만 아니라, 걸을 때 내 체중도 어느 정도 지탱해 주어서 족저근막의 손상을 줄여준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패션보다는 내 발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신발을 골라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의 유연성도 떨어지고, 뒤꿈치의 지방층도 얇아지기 때문이다.

처음 족저근막염이 생기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은 약물과 주사로 급성 통증을 줄이고, 증상이 심한 경우는 보조기를 착용한다. 최대한 걷고 서 있는 시간을 줄여서 체중이 부하되는 시간을 줄인다. 어느 정도 통증이 줄면 발바닥 마사지와 종아리 스트레칭으로 유연성을 늘려주고, 편한 신발과 맞춤 깔창 등으로 재발을 방지한다. 여러 가지 노력에도 통증이 없어지지 않으면 수술을 하기도 한다.

족저근막염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일상생활을 매우 힘들게 만드는 귀찮고도 까다로운 질환이다. 하지만, 병이 생기는 원인을 잘 이해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 노력한다면 충분히 잘 치료할 수 있는 병이니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도움말=힘찬병원 족부클리닉 서동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