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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父송능한 감독과 결 다른 영화'…셀린 송 감독, '패스트 라이브즈'와 운명적 인연(종합)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그 아버지의 그 딸이다. 셀린 송(36) 감독이 아버지를 능가하는 연출력으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다.

멜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를 연출한 셀린 송 감독. 그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패스트 라이브즈'의 연출 계기부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로 지명된 소감, 그리고 아버지이자 선배 감독인 '넘버3'(97)의 송능한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한국에서 만나 어린 시절을 보낸 두 남녀가 20여년이 흐른 후 뉴욕에서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패스트 라이브즈'는 직접 겪은 이민자의 삶과 자국을 향한 그리움,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인연에 대한 메시지를 아름다운 영상과 감각적인 연출로 그려냈다. 더불어 한국적인 정서를 깊이 있게 담아낸 이야기로 이른 봄 극장가에 묵직한 여운을 선사한다.

특히 '패스트 라이브즈'는 제39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된 이후 동시에 전 세계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전 세계 75관왕 210개 노미네이트라는 진기록을 세우고 있는 '패스트 라이브즈'는 오는 3월 10일(현지 시각)에 열리는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인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두 부문 후보에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역대 아카데미 노미네이션 중 감독 및 작가로서 장편 데뷔 작품이 작품상과 각본상에 동시에 노미네이트 된 건 셀린 송 감독이 네 번째이며 아시아계 여성 감독으로 첫 번째 기록이다. 한국계 감독의 작품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로 선정된 사례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 이후 세 번째이고 한국계 여성 감독으로는 첫 번째 작품상 노미네이트로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날 셀린 송 감독은 영화 감독으로 데뷔하게 된 과정으로 실제 경험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셀린 송 감독은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게 된 이유가 있다. 어느 날 밤 뉴욕의 바에 한국에서 놀러온 어린시절 친구와 내 미국인 남편이 함께 술을 마셨다. 나는 그 사이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해석해줬다. 두 사람 사이에서 해석을 해주면서 우리 세 사람은 보통 사람이지만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마치 다리가 된 기분이었다. 내 자신 안에 있는 정체성과 역사를 넘나드는 기분이었다. 내 과거와 현재, 미래가 같이 술을 마신 기분이었다. 그 감정이 남아서 이 영화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이민을 가게 된 과정도 특별했다. 셀린 송 감독은 "아버지(송능한)가 '넘버3' 이후 벤쿠버에서 열리는 영화 패스티벌을 가게 됐다. 그 때 아버지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가 영화제 겸 여행으로 벤쿠버를 갔는데 너무 좋았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와 곧바로 이민을 계획하게 됐다. 물론 이민 과정이 쉽지 않았다. 3년이 걸렸다. 그리고 당시 내 나이 초등학교 5학년 정도 됐을 때였는데 학교에서 수학 경시대회 모의고사를 봤다. 항상 점수를 잘 받았다가 그때 딱 67점을 받았다. 너무 쇼킹했다. 엄마도 너무 놀랐고 그 이후 교육 때문에라도 이민을 갔다고 했다"고 웃었다.

모국인 한국으로 돌아와 첫 영화를 선보이게 된 소감도 남달랐다. 셀린 송 감독은 "내겐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다. '패스트 라이브즈'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2021년에 왔을 때 굉장히 감명 깊었다. 한국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만나는 게 정말 좋았다. 촬영 중 알게 된 부분 중 인상 깊었던 지점은 우리 영화 조명 감독이 아빠의 강의를 들었던 학생이었다는 것이다. 같이 일하는 스태프 중 우리 아버지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도 많다는 걸 알게 됐다. 한국에서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 그들을 만나게 된 과정이 좋았다"며 "'패스트 라이브즈'를 준비하면서 아버지의 특별한 조언은 없었다. 다만 아무래도 부모님 모두 예술을 하고 있는 분이라 나 역시 자연스레 부모님의 인생이 배어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 연출 계획에 대해서도 솔직했다. 셀린 송은 "너무 오랫동안 캐나다, 그리고 미국에서 살고 있어서 한국 영화를 온전히 연출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사실 배우도 잘 모른다. 만약 차기작을 한다면 또 유태오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내 영화는 아버지의 영화와 결이 너무 다르다. 관객이 아버지 영화 '넘버3'를 생각하고 '패스트 라이브즈'를 보러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지금 이 순간에는 영화에 푹 빠져있다. 앞으로도 영화를 계속 만들 것 같다. 영화 연출이 정말 재미있었다. '패스트 라이브즈'를 만들면서 매일 느낀 부분은 내 자신을 알게 됐다는 것이었다. 그 과정이 너무 좋아서 계속 영화를 연출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여기에 셀린 송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해 전 세계 75관왕 210개 노미네이트에 된 성과에 대해 "'패스트 라이브즈'가 거둔 성과는 어떤 것도 예상을 못했다. 이 영화는 관객과의 대화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전 세계적으로 대답을 받았고 다들 인연을 느꼈다"며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로 선정된 이후 아버지(송능한 감독)가 너무 자랑스러워 하고 좋아하고 있다. 단순하게 후보에 선정된 것만으로 자랑스럽고 행복하고 있다. 크게 기대하고 있지 않지만 상을 받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 데뷔작으로 노미네이트가 된 것 만으로도 너무 영광이다. 충분히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최근 할리우드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이민자 소재에 대해서는 "내가 항상 느끼는 터닝포인트는 '기생충'이다. 실제로 '패스트 라이브즈' 시나리오를 쓸 때 처음부터 두 가지의 언어로 써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 때는 '기생충'이 나오기 전이었는데 할리우드에서 자막 영화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패스트 라이브즈' 시나리오를 보고 자막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기생충'이 등장하고 나서 자막 이야기가 전혀 없어졌다. 아무도 자막 영화에 대한 걱정을 안 했다. 확실히 '기생충' 전과 후의 이야기가 다르다"며 "이민자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보편적이 스토리가 된 것 같다. 우리는 이사를 다니지 않나? 나라나 언어까지 바꾸지 않더라도 이사를 다니고 다른 도시로 가면서 점점 이민자의 이야기가 이민자의 이야기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오는 3월 6일 국내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