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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방송국 PD도 이제 위험? 연출도 AI…'PD가 사라졌다', 첫방 어땠나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방송국 PD도 AI(인공지능)로 대체되는 시대가 왔다.

27일 방송된 MBC 'PD가 사라졌다'는 AI 기수로 만들어진 프로듀서 'M파고'가 MBC 입사 후 예능 PD가 돼, 직접 프로그램을 연출한다는 콘셉트로 기획됐다.

이날 AI PD 'M파고'는 캐스팅부터 연출, 실시간 편집, 출연료 산정 등을 직접 했다. 기존 인간 PD의 역할을 대신하여 수행한 셈이다.

특히 코미디언 김영철, 그룹 트리플에스 윤서연, 리포터 이라경, 래퍼 윤비, 스포츠 아나운서 정윤준 등 연예인은 물론, 성형외과 전문의, 유튜버, 수학교사 등 10인도 직접 섭외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M파고'는 지난해 직접 참가자 모집 안내문을 작성, '힘과 체력의 대표자', '서바이벌 전문가', '예민한 감각과 관찰력을 지닌 탐색가' 등 다양한 참가자를 모집한 바다.

이에 이날 방송에서는 가장 먼저 밀실에 모인 10인 참가자의 섭외 과정이 공개됐다. 이들과 직접 카메라 테스트 및 면접을 거친 'M파고'는 김영철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할리우드 나간다는 취지가 저와 맞다"고 밝혔다. 또 이라경에게는 "거짓말 잘하는 능력이 돋보였다", 윤서연에게는 "트레이닝을 오래 받아 인상적이었다" 등이라고 설명했다. 'M파고'가 면접을 통해 출연진의 각 특성을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연출과 편집은 저의 권한이다. 저를 존중해 달라"며 출연진에게 기상천외한 미션을 줬다. 'M파고'가 참가자들이 원하는 미션을 받아서 취합, 이후 새로운 조합으로 미션을 만들어 낸 것이다. 특히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미션들을 생성해 눈길을 끌었다. 음악과 칭찬의 체스티벌, 자기소개 피구 줄다리기, 감성 트로트 체력 대결, 줄넘기 OX 퀴즈 등 낯선 미션에 참가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참가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각 미션을 끝까지 해냈다. 이는 'M파고'가 미션 난이도를 참가자들이 가능한 수준으로 맞춘 것이다. 다시 말해, AI 기술을 통해, 참가자가 지닌 개성과 특질을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예능에 흥미롭게 녹일 수 있게끔 미션을 조합했다. 물론 이 미션이 신선하게 보일 수도 있는 반면, 기괴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름의 과학적인 출연진 섭외, 창의적이고 신선한 미션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M파고'의 섭외 및 기획 능력을 엿볼 수 있었다.

'M파고'의 편집점은 어땠을까. 'M파고'는 하나의 미션이 끝나면, 그때마다 바로 편집된 영상을 참가자들에게 보여줬다. 그러면서 편집된 영상의 분량에 따라 출연료를 차등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에 참가자들도 더 많은 분량과 출연료를 가져가기 위해, 어떻게든 'M파고'의 미션 알고리즘과 편집 기준을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미션이 끝날 때마다 누가 가장 많은 방송 분량과 출연료를 가져갔는지 예측했지만, 매번 결과 값이 다른 AI 특성상, 결과는 늘 예측을 뒤엎는 반전이었다. 처음에는 가장 많이 활약하거나, 리액션이 좋은 사람이 유리한 것으로 보였지만, 이날 최종적으로 가장 높은 출연료를 차지한 사람은 래퍼 윤비였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M파고'의 편집 및 출연료 산정 기준에 대해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 화의 최종 우승자 윤비조차 "대체 왜 1위를 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한 바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참가자 모두 이 기준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미션을 주장하게 됐다는 점이다. 출연료가 최대 1억까지 높아지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각자 'M파고'의 알고리즘과 편집 기준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면서, 점점 자신이 원하는 미션을 강조한다.

이 때문에, 합의를 할지, 경쟁을 할지, 고민하는 이들의 갈등과 분열을 포착할 수 있다. AI가 지배하는 공간에서 인간들의 갈등과 욕망이 펼쳐지는 것이다. '싸움 구경'이라는 다소 자극적이면서도 시청자들의 흥미를 끄는 최근 방송 트렌드를 'M파고'가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PD가 사라졌다'는 시청자들에게도 물음을 던져준 것으로 보인다. AI 기반의 디지털 휴먼 'M파고'가 사람의 감정을 읽고 특성을 판단하는가 하면, 사람들의 상호작용을 읽어 전체적인 흐름을 방송 트렌드에 맞춘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준다.

최근 방송가에는 AI 가수가 음악방송 무대에 오르는가 하면, AI 앵커가 뉴스를 진행하는 등 AI 바람이 불고 있다. 여기에 배우, 모델 등 AI 기술로 구현된 'AI 휴먼 스타'도 계속해서 탄생되는 중이다. 이제는 PD까지 AI로 다시 태어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아바드림', '부캐전성시대' 등 AI 기술 및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은 받아들이기 생경했다는 평을 들었지만, 더 정교해진 기술이 'AI PD'까지 만들어낸 것이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핵심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PD 역할을 AI에게 맡겨도 큰 무리나 문제가 없다는 점이 관심사다. 그간 방송가에서 AI는 'AI 휴먼 스타'나 포맷 활용 등 보조적인 기능으로만 활용됐지만, 이제는 능동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것이 지켜볼 가치가 있다. 이러한 AI 기술 발전이 향후 방송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PD가 사라졌다'에 디지털 휴먼 AI 기술을 공급한 진승혁 클레온 대표는 "AI 기반의 디지털 휴먼이 차세대 콘텐츠로 자리 잡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했고, MBC 담당자는 "AI 기술이 방송을 이끌어 나가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기술과 엔터테인먼트가 만나 선보이는 기존 방송에서 볼 수 없던 새로움과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시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MBC 'PD가 사라졌다'는 매주 화요일 오후 11시 30분에 방송된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