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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 욕심 전혀 없다'는 전설의 마무리, 그가 던진 '경쟁'의 화두, 갈망하는 한 마디

[오키나와=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난생 처음이에요."

27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현 온나손 아카마 볼파크. 전날 보이지 않았던 오승환이 아침 일찍 훈련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감기 기운으로 전날 하루를 숙소에서 쉬었다. 그 바람에 26일 연습경기 상대로 아카마 볼파크를 찾은 한화 선수단과 동행한 류현진과의 만남도 불발됐다.

시즌 준비 과정을 물었다. 과한 표현을 자제하는 그답게 "올해는 괜찮을 것 같아요"라고 짧게 답한다.

첫 FA 계약을 한 첫 시즌.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불펜이 최대약점이었던 삼성은 이종열 단장 부임 후 불펜 보강에 심혈을 기울였다.

FA 시장에서 김재윤 임창민이, 2차 드래프트에서 최성훈 양현이 합류했다. 방출 시장에서는 이민호가 푸른색 유니폼을 입었다. 김재윤 임창민은 지난 시즌까지 각각 KT와 키움의 마무리 투수였다.

특히 김재윤은 최근 3년 연속 30세이브를 돌파하며 97세이브를 기록한 리그 대표적 마무리 투수. 임창민 역시 2017년 이후 6시즌 만에 마무리를 맡아 26세이브를 기록했다.

지난해 30세이브로 3년 연속 30세이브를 돌파한 오승환까지 FA 마무리 삼총사의 지난해 세이브 합계만 88세이브에 달한다.

과연 누가 2024 시즌 삼성 맨 뒷문을 지킬까.

일단 임창민은 스스로 "뒤에 두 투수에게 넘겨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자신의 보직을 셋업으로 스스로를 낮췄다.

실제 선택은 오승환 김재윤 둘 중 하나다. 삼성 박진만 감독 역시 시즌 초반 두 투수의 컨디션을 살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 적어도 '더블스토퍼' 구상은 없다.

자칫 마무리를 내려놓아야 할 지 모르는 상황. 전인미답의 400세이브 위업에 빛나는 한국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오승환은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진심이 듣고 싶었다.

"원래 저 자체가 개인 기록에 대한 욕심이 없었어요. 작년 400세이브 관련, 인터뷰를 할 때도 주위의 관심이 숫자에 집중되다 보니까 오히려 빨리 달성해서 그런 관심을 없애고 싶었던 속마음이 있었어요. 다행히 지난해에 기록을 달성했으니 이제 그런 욕심은 전혀 없어요."

한 걸음 한 걸음이 KBO 역사의 발자취가 되는 세이브 기록. 마음을 비웠다.

하지만 오승환은 '경쟁'이란 화두를 던졌다. 일반적인 경쟁과는 조금은 다른 맥락의 이야기였다.

"김재윤 선수와는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선수고, 또 예전에 미국에 있을 때부터 같이 운동도 했었고 지금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중간에 임창민 선수, 양훈 선수, 최성훈 선수가 왔는데 어색하지 않게 얘기도 많이 하면서 지금 분위기가 좋은 것 같아요. 기존에 있는 선수들도 그렇고요. 하지만 그 안에서 분명히 선수들 간 조금 경쟁이라는 게 분명히 생길 거예요. 서로 말도 안하는 그런 살벌한 경쟁이 아닌 마음 속에 다들 뭔가를 갖고 있겠죠. 말은 경쟁이지만 결국 팀의 좋은 성적을 위해서, 각자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모두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나도, 이런 분위기가 형성 되면서 조금씩 더 열심히 하겠죠. 그러면서 보이지 않는 경쟁이 생기고, 그 안에서 팀이 강해질 겁니다."

시기 질투가 아닌 발전적 경쟁심. 조직이 강해지는 원동력이다.

오승환 역시 최선을 다해 시즌을 준비하고 코칭스태프의 결정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참이다.

"보직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독님의 결정이기 때문에 선수는 지금 준비를 하면서 그에 맞게끔 준비하고 결정에 따르면 됩니다. 가장 큰 건 팀이 이기는 거니까요. 긍정적인 경쟁심이 있으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서 그게 결국 팀에 보탬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삼성 성적이 엄청 좋았을 때(왕조시절)는 새로운 선수들이 오면 그런 경쟁심이 심했거든요. 이번에도 그런 효과가 좀 나타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말에 실망하실 수 있어서 올시즌 삼성 불펜이 얼마나 잘 할거라고는 선뜻 말씀 드리기 어렵지만, 모든 불펜 투수들이 '삼성 불펜이 달라졌다. 삼성 불펜이 잘 해서 팀 성적이 좋아졌다' 이런 얘기를 듣고 싶긴 하죠."



오키나와=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