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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론소토'가 터뜨릴 돈벼락, 보라스 '올해말 두고 보자', 그런데 소토가 추신수를 소환했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슈퍼 에이전트', '악마의 협상술'로 유명한 스캇 보라스가 이번 오프시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FA 시장이 아직 막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그는 27일(이하 한국시각) 현재 1억달러 이상 계약을 한 건 밖에 성사시키지 못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6년 1억1300만달러)다. 순수 메이저리그 FA만 따지면 한 명도 없는 상황. 기대를 모았던 야수 최대어 코디 벨린저는 3년 8000만달러에 시카고 컵스에 눌러 앉았다.

보라스가 생각한대로 시장이 움직이지 않은 탓이다. 구단들은 여유만만, 선수들에겐 초조함이 읽힌다. 상황이 이러하니 가격은 떨어지기 마련. 벨린저를 탐냈던 토론토 블루제이스, 뉴욕 양키스, 샌프란시스코가 다른 옵션을 선택하면서 결국 보라스도 백기를 들었다.

그러나 보라스는 "구단들은 쓸 돈이 많다. 그러나 그들은 전력 강화를 위해 관례적으로 써야 할 돈을 안 쓰고 있다. 모든 구단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많은 기록적인 수입을 올리면서도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을 취하지 않는다"며 구단 탓을 했다.

'보라스가 고집을 부려 시장이 마비되고 있다'는 자신을 향한 비난을 일축한 것이다. 보라스의 시장 접근법이나 협상 기술이 이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구단에 따라 중계권 계약이 마무리되지 않아 수입의 불확실성이 커진 측면은 고려돼야 한다.

보라스 고객 가운데 블레이크 스넬, 조던 몽고메리, 맷 채프먼, JD 마르티네스 등 톱클래스 미계약 FA들이 여전히 다수인데, 벨린저의 거취가 결정됨에 따라 이들도 이번 주 혹은 다음 주 초 협상이 마무리될 공산이 커 보인다. 아무리 시장이 차갑다고 해도 보라스의 수완을 감안하면 스넬과 몽고메리, 채프먼은 1억달러 이상의 계약이 가능하다.

사실 보라스가 잔뜩 노리고 있는 시장은 다음 오프시즌이다. 올시즌 후 FA 시장에 나갈 거물급들 대부분이 보라스 코포레이션 소속이기 때문이다.

CBS스포츠가 지난달 19일 매긴 '2024년 FA 랭킹'에서 상위 10명 가운데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둔 선수는 1위 후안 소토(양키스), 2위 알렉스 브레그먼(휴스턴 애스트로스), 3위 코빈 번스(볼티모어 오리올스), 5위 호세 알투베(휴스턴), 7위 피트 알론소(뉴욕 메츠) 등 5명이다.

알투베가 이달 초 휴스턴과 5년 1억2500만달러에 연장계약을 해 4명으로 줄었는데, 11위인 맥스 슈어저를 10위로 끌어올리면 그대로 5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번스와 알론소는 각각 지난해 3월과 10월 기존 에이전트를 해고하고 보라스의 손을 잡았다. 두 선수 모두 FA를 앞둔 시점, 몸값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최고의 전문가를 고용한 것이다.

물론 이 가운데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을 선수는 소토다. 그는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10년 7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5억달러 이상의 계약을 노리고 있다. 보라스가 최근 소토의 계약 문제를 직접 거론해 눈길을 끈다.

지난 25일 뉴욕포스트 조엘 셔먼 기자와 인터뷰에서 그는 "돈에 관해 얘기하지는 않겠다. 다만 소토는 25세 시즌을 마치고 FA가 된다"며 "야마모토가 얼마를 받았는지 봤을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다저스와 12년 3억2500만달러에 계약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야마모토는 1998년 8월 생으로 올해 8월 26세가 된다. 소토는 1998년 10월 생으로 26세 시즌부터 FA 계약이 발효된다. 야마모토가 투수인 반면 소토는 부상에 덜 민감한 타자라는 점에서 15년 계약도 가능하다.

소토는 2022년 7월 워싱턴 내셔널스로부터 15년 4억4000만달러 계약을 제안받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됐다. 작년 35홈런, 109타점, OPS 0.930을 올려 이제는 15년 계약이라면 최소 5억달러 이상은 받아낼 수 있다.

FA가 되기 전 양키스와 연장계약을 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소토는 FA 계약 대해 "나는 올시즌에 집중하고 싶다. 계약 문제는 보라스에게 모두 맡긴다"고 했다. 직접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FA 시장에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소토와 함께 메가톤급 계약이 예상되는 선수는 알론소다. 얼마전 스티브 코헨 메츠 구단주는 "알론소를 지키고 싶다. 그가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우리 팀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길 바란다"며 "올해 55홈런을 쳐 FA 시장에서 내가 어려움을 겪도록 했으면 좋겠다. 난 그것을 훌륭한 결과라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연장계약할 생각은 없으나, FA 시장에 나가면 재계약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알론소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난 메츠 선수로 영원히 남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메츠 선수로 은퇴한다는 생각을 분명히 해왔다. 다만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게 즐겁지만,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메츠 구단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알론소는 1루수다. 가장 최근 주목할 만한 거액의 계약을 한 FA 1루수는 다저스 프레디 프리먼이다. 그는 2022년 3월 6년 1억6200만달러에 계약했다. 하지만 보라스는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알론소는 프레디보다 2살이 어리다. 또한 최근 한 시즌 45홈런을 친 FA 1루수도 없다"고 했다.

알론소는 2019년 53홈런으로 역대 신인 최다 기록을 세웠고, 2022년 40홈런, 지난해 46홈런을 때리며 대표적인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5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192홈런을 터뜨렸다.

셔먼 기자는 이날 '피트 알론소와 후안 소토의 FA 운명의 중심에 자리한 스캇 보라스의 생각(view)'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알론소와 소토를 합성해 '알론소토(AlonSoto)'라는 단어를 썼다.

보라스는 "내 일은 모든 시나리오를 들여다보고 선수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걸 가려주는 것"이라며 "때로는 원소속팀에 남을 수도 있고, 새 팀으로 갈 수도 있다. 다만 FA 상황이 오기 전까지 미리 계산을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셔먼 기자에 따르면 보라스는 지금까지 1억2500만달러 이상의 계약을 26건 성사시켰다. 그 가운데 FA 시즌 직전 트레이드돼 당해 연말 시장에서 1억2500만달러 이상에 계약한 건 2013년 추신수(텍사스 7년 1억3000만달러)가 유일하다. 소토가 두 번째 케이스가 될 수 있다.

보라스는 "이번 오프시즌에 내 고객들의 계약이 늦어지고 있다고 해서 다음 오프시즌이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 했다. 여전히 자신만만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