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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만에 맞잡은 손, 놓치면 안된다' 책임감→자부심까지…형제구단 만난 에이스의 속내 [SC캠프 in 오키나와]

[오키나와(일본)=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일본 전지훈련이야 자주 오던 거지만…일본팀과는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 경기할 수 있게 해야죠."

17년만의 형제구단 교류전을 바라보는 '안경에이스'의 속내는 복잡했다.

롯데와 지바롯데 1군간의 교류전은 2007년 이후 무려 17년만에 성사됐다. 김태형 감독 부임, 박준혁 단장 선임을 시작으로 2024시즌을 준비하는 롯데의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앞서 김태형 감독은 "요즘 일본 1군하고 연습경기 잡기가 쉽지 않다. 좋은 경험이 될 것"라며 교류전 소식을 반겼다.

예상대로 타자도, 투수도 클래스가 만만치 않았다. 롯데는 24일 일본프로야구(NPB) 지바롯데와의 교류전 1차전에서 3대7로 졌다.

'1.2군' 정도로 평가되는 지바롯데 타선은 전날 같은 NPB팀 라쿠텐 골든이글스와의 연습경기에서 11점을 낼 만큼 강했다. 롯데는 6회까지 3-2로 앞섰지만, 7회 대거 4실점하며 역전패했다.

박세웅을 비롯해 첫날 엔트리에서 빠진 롯데 투수들은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취재진과 만난 박세웅은 "예전엔 오키나와나 가고시마, 미야자키에 같이 와있던 한국팀들끼리 주로 연습경기를 했다. 이렇게 일본팀하고 하는 기회는 한두 경기 정도"라며 "교류전이 자주, 주기적으로 치러지면 좋겠다"는 속내를 전했다.

현실적으로 한국 팀에게 일본 프로 1군과의 연습시합은 귀중한 기회다. 보통 2군팀과 경기를 펼치기 마련. 이번 교류전 역시 모기업 차원에서 추진된 면이 컸다. 이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겸 롯데 구단주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이갑 커뮤니케이션실 실장이 현장을 찾은 것도 모기업의 '진심'을 보여준다.

"경기 내용 면에서 비등비등한게 중요하다. 아무리 연습경기라도 상대도 안되는 팀하고 하고 싶을까. 일본팀 입장에서도 '한국팀하고 붙어도 시합이 된다'는 느낌을 받아야 내년, 내후년에도 해주지 않겠나. 그래야 우리도 (일본팀에게)또 하자고 할 수 있고."

그래도 선발 윌커슨, 홈런과 2루타를 때린 레이예스 두 외인의 활약이 돋보였고, 김민석-고승민의 호수비 등 얻은게 많은 경기였다.

25일에는 토종 에이스 박세웅이 출격했다. 상대는 지바롯데가 자랑하는 '165㎞ 괴물' 사사키 로키다.

롯데는 교류전 2차전에서 1대8로 패했다. 사사키를 상대로 윤동희가 2루타를 쳤고, 다음투수 카와라카 유키에게 한동희가 솔로포를 쏘아올리며 이날의 유일한 득점을 따냈다.

하지만 지바롯데 1군의 막강한 타격을 넘지 못했다. 박세웅은 1회 강풍으로 인해 2루타가 나오는 불운이 따랐고, 2회에는 마츠카와 코우에게 솔로포까지 내주며 2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롯데 투수진은 4회와 7회, 잇따라 실점하며 무너졌다.

그래도 스프링캠프임을 감안하면 박세웅의 구위는 합격점이었다. 김태형 감독도 "전반적인 구위도 좋고, 제구도 크게 벗어나는 공이 없었다. 지바롯데 타자들이 잘 치기도 했다. 충분히 만족한다"며 웃었다.

2014년 프로에 입문한 이래 어느덧 11년차가 된 박세웅이다. 박세웅은 "어느새 그렇게 됐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선수들의 마음은 언제나 같다. 못하고 싶은 선수가 있겠나"라며 웃은 뒤 "(김태형)감독님께서 팀을 지휘하시지만, 플레이는 선수들이 하는거다. 우리가 베스트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세웅은 불펜피칭 첫날 46구를 던졌다. 실전에 가까운 몸상태로 끌어올리는 단계다. 사사키와의 맞대결에 쏠린 관심보단 스스로를 다잡는 기회였다.

"미세하게 투구 밸런스가 다른 투구폼이 몇가지 있다. 시즌 전까지 컨디션에 맞춰 잘 조정하고 싶다."

오키나와(일본)=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