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男탁구 소름...20년새 中과 이런 경기한 팀 없어' 유승민X 현정화X김택수,탁구 레전드들도 놀랐다[부산세계탁구선수권]

[부산=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소름 끼쳤다."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부산세계탁구선수권 공동조직위원장(대한탁구협회장·IOC위원)이 24일 대한민국 남자탁구대표팀과 중국의 명승부를 이렇게 평했다.

주세혁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탁구 대표팀은 2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 단체전 4강에서 '세계 최강' 중국을 상대로 장우진과 이상수가 2매치를 가져오는 분투에도 불구하고 매치스코어 2대3으로 역전패했다. 이번 대회 토너먼트에서 단 한 매치도 뺏기지 않은 중국을 상대로 안방에서 '톱랭커' 장우진이 1단식에서 세계 2위 왕추친을 잡았고, 3단식에서 이상수가 '올림픽 챔피언' 마롱을 잡아내며 16년 만의 결승행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러나 2, 4단식 '세계 1위' 판젠동이 임종훈, 장우진을 5단식 왕추친이 임종훈을 잡으며 한끗차로 결승행을 놓쳤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란 말로도 설명하기 힘든,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명승부였다. 벡스코를 가득 메운 팬들이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원 테이블, 원 월드'라는 대회 슬로건처럼 하나가 됐다.

마침 이날 경기후 열린 대회 결산 기자회견에 만리장성을 넘어본 대한민국 탁구 레전드들이 나섰다. 왕하오를 꺾고 '아테네올림픽 금메달'을 딴 유승민 위원장은 "경기를 보면서 2001년 오사카 대회(은메달) 생각이 났다. 옆에 앉아계신 김택수 사무총장님(미래에셋증권 총감독)이 중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었다. 이후 20년 넘게 중국이 전세계 어느 팀과 붙어도 이런 경기를 한 적이 없었다. 처음 나온 경기력이다. 소름 끼쳤다"고 평했다. 유 위원장은 "소름이 끼친 진짜 이유는,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 잘했는데도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중국을 보며 소름이 끼쳤다"고 했다. "그럼에도 빈틈은 있다. 이 빈틈을 찾아내고 더 발전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들과 어떻게 이 빈틈을 파고들어야 할지 깊이 논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등 모든 대회의 메달을 다 가진 부산 출신 '탁구여제', 작은 마녀 덩야핑을 돌려세웠던 현정화 집행위원장은 "오늘 경기는 너무도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중국과의 경기에서 우리뿐 아니라 전세계 모든 선수들과의 경기에서 10여 년 전을 다 떠올려봐도 이런 팽팽한 경기를 본 적이 없다. 그 정도로 오늘 경기는 남자선수들의 경기는 훌륭했다"고 칭찬했다. "관중 매너도 너무 좋았다. 경기를 보면서 가슴이 벅찼다. 2번의 매치를 잡고 나서는 드디어 우리가 이기는 역사를 쓰나, 그런 생각도 할 정도로 좋은 경기 내용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현 위원장은 "하지만 결국 중국의 벽을 못넘었다. 중국을 이기려면 선배 입장, 탁구인 입장에서 딱 한 가지다. 혼을 갈아서 넣어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중국은 잘하는 선수 뒤에 잘하는 선수 그뒤에 또 잘하는 선수가 계속 나온다. 한마음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2001년 오사카 대회 마지막 매치, 중국 류궈정과의 듀스 접전끝에 금메달을 놓쳤고, 방콕아시안게임에선 중국 류궈량을 꺾고 금메달을 따냈던 김택수 사무총장은 "그동안 우리가 중국에 무기력하게 무너진 적이 많았는데 잘 준비하면 한번 넘길 수 있겠구나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고 평했다. "여기 레전드들 함께 있지만 우리 때는 아무리 중국과 경기내용이 좋아도 지는 것에 화가 났는데 좋은 경기력에 만족해야 하는 것이 한편으론 씁쓸하다"면서도 "이번 경기는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였다. 희망적인 생각을 해본다"고 후배, 제자들의 분투를 독려했다.

이어 현정화 위원장은 여자탁구 레전드로서 이번 대회 여자대표팀에 대한 평가를 요청하는 질문에 "남자대표팀은 기량면에서 중국과 가깝다. 선수 각자가 자기 득점력이 있어서 이런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면서 "여자 선수들은 아직 기술력에서 중국에 떨어진다. 더 많이 노력해서 격차를 좁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쓴소리 했다.

현 위원장도 고향 부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이 150여개국 탁구팬, 국제연맹, 부산시의 호평속에 성공적으로 개최된 데 대해 남다른 자부심도 전했다. "부산시, BNK 부산은행도 기대 이상의 성과라고 칭찬하고 있다. BNK부산은행은 향후 탁구와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할 정도"라면서 "박형준 시장님을 비롯해 부산시 직원들의 헌신이 있어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다들 대회가 성공적이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어 "처음 부산에서 대회를 연다고 했을 때 구상한 곳이 벡스코였다. 제가 부산사람이기 때문에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세계선수권은 이곳밖에 안된다고 생각했다. 주변 인프라, 호텔, 관광지 등을 전세계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다시 찾고 싶은 부산, 전세계 팬들이 두번 방문하게 하는 게 목표였다"고 했다. "저는 행운이 있는 사람이다. 이곳에서 세계선수권을 열 수 있었다는 제 인생에서 좋은 시간,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코로나로 인한 대회 취소, 재유치 등 우여곡절을 겪고도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된 것을 자축했다. "4년 전을 생각해보면 대회가 코로나 때문에 무산됐다가 다시 유치됐다. 그런데고 굴하지 않고 결국 우리는 해냈다. 꺾이지 않고 해냈다. 내일까지 남은 일정이 다 잘 끝나고 나면 자축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전하게 잘 마무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