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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포 다 빠졌다며? 포항, 전혀 약해지지 않았다 → K리그 상위권 대혼돈 예고

[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2023시즌이 끝나고 포항을 향한 시선은 우려 뿐이었다. 2019년부터 포항을 탄탄하게 만든 김기동 감독이 FC서울로 떠났다. 공격 핵심 제카(산둥) 고영준(파르티잔) 김승대(대전)와 주전 센터백 하창래(나고야) 그랜트(톈진)가 이적했다. 장기말로 치면 차·포를 다 뗀 셈이다. 12월에 부임한 신임 박태하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2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짧은 기간 커다란 변화에 노출된 포항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강력한 우승후보 전북과 16강에서 1, 2차전 격돌했다. 합계 1대3(1무1패) 탈락했지만 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홈에서 열린 2차전은 백중세였다. 1승으로 앞선 전북이 소극적으로 임했다고 해도 포항은 앞서 제기된 여러 물음표들을 해소했다.

충북 청주에서 데리고 온 공격수 조르지가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조르지는 지난해 K리그2 베스트11 공격수(34경기 13골)다. 2부를 평정했으나 과연 1부에서 얼마나 통할지 궁금했다. 조르지는 K리그1 최정상급인 전북을 상대로 매우 위협적인 경기력을 뽐냈다. 부천FC에서 영입한 중앙 수비수 이동희도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걱정했던만큼 커다란 구멍은 당장 보이지 않았다,

박태하 감독은 승부보다 내용에 주목했다. ACL도 중요하지만 3월 1일 개막하는 리그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박 감독은 "결과는 아쉽지만 우리 선수들 경기력은 박수를 받을 만했다"고 칭찬했다. 포항은 가용 인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나름 최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김종우, 백성동, 정재희, 오베르단 등이 복귀하면 스쿼드는 더욱 풍부해진다. 오베르단은 개막전에 맞추려고 노력 중이다. 김종우, 백성동, 정재희는 3월 말을 보고 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촉박한 시간 동안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그 속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보여줬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기대가 된다"고 했다.

수비수 박찬용도 무승부에 만족하지 못했다. 박찬용은 "1차전에 붙어보고 해볼만 하다고 느꼈다. 선수들이 위축되지 않고 경기에 임했다. 자신감은 항상 가지고 있다. 그래서 플레이도 과감하게 나왔다"고 돌아봤다.

포항이 건재를 과시하면서 2024시즌 판도는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됐다. 포항은 작년에 2위였지만 주력이 크게 이탈했다. 상위권에서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거기에 파이널A에 실패했던 FC서울은 EPL 맨유 출신 제시 린가드를 전격 영입했다. 광주와 인천은 전력을 잘 보존하면서 이정효 감독과 조성환 감독의 축구가 무르익었다. 전북과 울산은 여전한 우승후보다. 전북 단 페트레스쿠 감독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포항과 대결한 페트레스쿠 감독은 "역시 강팀임에 틀림없다. 올 시즌도 톱3 싸움을 펼칠 팀이라고 생각한다. 기량이 좋은 어린 선수들이 많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박 감독은 전지훈련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을 당시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기량을 다 쏟아내는 축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장수가 전쟁터에 나가면서 진다고 마음 먹지 않는다. 쉽지 않지만 지난해보다 높이 가고 싶다. 선수들의 전술적 이해도가 상당히 높다. ACL 진출도 꼭 해내겠다. 거기까지는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