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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당할 일 없어 보인다' 류현진 복귀 9개 구단 반응, 순위 전면 수정[SC핫이슈]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모든 스포트라이트가 한화 이글스를 향한다. '괴물' 류현진의 복귀 효과. 타 구단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화가 류현진과의 계약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한화 구단은 22일 류현진과 8년 총액 170억원(옵트아웃 포함)으로 KBO리그 역사상 최고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12년 만의 국내 무대 컴백이다. 2006년 한화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류현진은 2012시즌 후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LA 다저스에서 7시즌을 보내며 전성기를 누렸고, 2019시즌이 끝난 후 다저스와의 계약이 종료됐다. 첫번째 FA 자격을 얻은 류현진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달러에 계약을 체결하며 팀을 옮겼다. 토론토와 계약한 4시즌이 끝난 후 두번째 FA 자격을 취득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잔류를 노렸다. 그러나 부상 경력과 수술 이력, 적지 않은 나이 등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오퍼는 기대치를 밑돌았다. 결국 친정팀 한화가 류현진에게 꾸준히 '러브콜'을 보냈고, 최근 류현진이 국내 복귀로 결심을 굳히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최종 협의에 도달한 후 마침내 '오피셜' 발표가 났다. 류현진은 23일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해 곧장 한화 선수단과의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류현진의 복귀에 KBO리그 나머지 9개 구단의 관심도 모두 쏠려있다. 가장 먼저 현장에서 경계심을 드러냈다. 지난해 우승팀인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22일 미국 애리조나 현지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구단 역대 최다승에 도전하고 싶었는데, 그 목표 하나가 지워졌다. 경쟁팀이 늘어나면 승수는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상위권 팀들의 승수가 다 떨어질 것이다. 84승 정도 하면 우승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류현진 복귀 효과를 예상했다. 이어 "외국인 선수 2명이 류현진과 문동주면 국내 선발은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다. 감독들은 힘들어지겠지만, 야구가 재미있어질 것 같다. 중위권 경쟁이 혼돈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류현진 같은 선수가 돌아오는 것은 야구팬들에게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류현진 복귀는 머릿속에 없었는데 생각을 더 해야겠다. 전력 분석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워했다.

KIA 타이거즈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범호 감독 역시 "훌륭한 투수가 돌아온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우리 타자들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우리 경기에 많이 등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이범호 감독은 현역 시절 한화에서 류현진과 함께 뛰었던 인연이 있다. 하지만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직후, 역대 최고의 투수가 돌아와 껄끄러운 상대팀이 하나 더 늘어났기 때문에 마냥 후배의 복귀를 반길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현장 뿐만 아니라 프런트 수뇌부의 계산도 복잡해졌다. A 구단 관계자는 "류현진이 없을 때도 올해 한화를 눈여겨 보고 있었다. 5강 후보가 될 수도 있겠다고 예상했는데, 류현진의 합류로 당연히 전력이 더 상승했다. 한화의 예상 순위를 더 높은 순위로 수정해야 할 것 같다"고 난색을 표했다.

B 구단 관계자도 "한화가 2년 동안 전력 보강을 잘했다. 약하다고 했던 타선도 이제는 많이 보강이 된 상태다. 류현진까지 합류하면 훨씬 더 까다롭게 생각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난감해했다.

C 구단 관계자는 "우리 내부에서 올 시즌 예상 순위를 분석했을때, 2강-4중-4약으로 분류가 됐다. 프로그램상 예측으로는 한화가 4약 중 가장 높은 순위 정도로 봤다. 그런데 류현진이 들어오면 '4약'이 아닌 중상으로 무조건 올라오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또 류현진의 국내 복귀 시점이 '베스트 타이밍'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한 베테랑 프로야구 해설위원은 "정말 좋은 타이밍에 왔다는 생각이 든다. 류현진의 계획대로 메이저리그에서 1~2년 더 하고 돌아오려고 했으면 그때는 결과를 보장하지는 못한다고 봤다. 적절하게 잘 들어왔기 때문에 류현진이 창피를 당할 일은 없을거라고 본다"고 했다.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류현진이 팔꿈치 수술을 한 후, 지난 시즌 실전 복귀를 잘 마쳤기 때문에 기량에는 큰 의심이 없다고 보고 있다. 한 해설위원은 "작년 후반기 메이저리그 복귀 등판 모습들을 봤을 때, 예전보다 팔이 낮아진 것은 보였다. 그러더라도 낮아지다보니까 변화구는 더 좋아졌다. 보통 투수들이 수술을 하고 복귀한 직후에는 부상 후유증 느낌이 좀 남아있다. 그런데 류현진은 작년을 무사히 마쳤기 때문에 그런 걱정 없이 올 시즌을 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작년보다 구속이 좀 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특히 류현진에 대해 모두가 입을 모으는 것이 그의 최대 장점인 '칼날 제구력'이다. 올해 KBO리그는 메이저리그보다 먼저 ABS를 1군 무대에 도입한다. 류현진도 적응해야 할 부분이지만, 부상 복귀 이후에도 최고의 장점만큼은 오히려 더 예리해졌던 것을 감안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예술적인 제구력을 갖춘 괴물 투수의 복귀가 KBO리그 후배 투수들에게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많았다.

무엇보다 가장 기대가 되는 부분은 '흥행'이다. KBO리그는 코로나19 펜데믹 여파를 넘어, 지난해 810만 관중을 돌파했다. 다시 프로야구 인기와 흥행에 불이 붙은 상황에서 류현진이라는 최고 흥행 카드가 복귀하면서 수치상으로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의 지난 시즌 홈 관중은 약 56만명. 경기당 평균 7764명이었다. 구단 최고 기록은 2018시즌 기록한 73만4110명이고, 당시 경기당 평균 관중수는 1만196명이었다.

한화가 최대 변수로 떠오르면서, 다음달 23일 개막하는 정규 시즌 예상 판도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전망이다. 지난 시즌을 9위로 마친 한화가 순위표를 뒤흔들 수 있다. 9개 구단이 모두 경계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