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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가 키운 '탁구게이트', 당사자 손흥민-이강인 '깔끔한 화해'로 일단락, 새 사령탑 부담 덜었다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탁구게이트' 중심에 있는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의 두번째 사과문에는 단 한 줄의 변명도 담겨있지 않았다. 철저한 자기반성과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팬들에 대한 죄송함으로 채워졌다. 손흥민(32·토트넘)도 대표팀 주장답게 후배를 품으며 "한번만 용서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로써 약 일주일간 한국 축구를 어지럽힌 '탁구게이트'는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일단락됐다.

이강인은 21일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린 반성문에서 "저의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흥민이 형을 비롯한 팀 전체와 축구 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 흥민이 형을 직접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는 게 중요하다 생각하였고 긴 대화를 통해 팀의 주장으로서의 짊어진 무게를 이해하고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런던으로 찾아간 저를 흔쾌히 반겨주시고 응해주신 흥민이 형께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흥민이 형에게 얼마나 간절한 대회였는지 제가 머리로는 알았으나 마음으로 그리고 행동으로는 그 간절함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던 부분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특히 흥민이형이 주장으로서 형으로서 또한 팀 동료로서 단합을 위해 저에게 한 충고들을 귀담아듣지 않고 제 의견만 피력했다. 그날 식사자리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될 행동을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이런 점들에 대해서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적었다.

이강인은 요르단과 카타르아시안컵 4강전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숙소 식당에서 대표팀 주장 손흥민과 충돌했다. 영국 매체 더선은 14일 이강인이 요르단전 전날 저녁 식사 시간 도중 일부 동료들과 탁구를 치러 갔고, 단합의 의미로 이를 다그친 손흥민과 충돌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관계자발로 더선 보도 직후 사실상 선수단 내분을 인정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다. 축구협회의 인정은 곧 싸움이 있었다는 '오피셜'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후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고, 이강인이 손흥민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는 둥 '확인되지 않은 썰'이 난무했다.

'선배에게 하극상을 일으킨 후배'의 해프닝은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강인을 광고모델로 쓴 업체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이강인이 광고주들로부터 위약금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리그앙 중계사는 낭트전에 출전한 이강인의 이름을 화면에서 지웠다. 앞으로 대표팀에도 차출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는 등 한국 축구 신흥 에이스로 부상한 이강인은 순식간에 사면초가에 내몰렸다. 논란 직후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지만, 성난 여론은 진정되지 않았다.

주변인들의 조언을 귀담아들은 이강인이 직접 행동에 나섰다. 런던으로 찾아가 사건 당사자인 손흥민과 마주했고, 고참, 동료들에게 전화를 돌려 진심을 전했다. 이강인은 또 "팀에 대한 존중과 헌신이 제일 중요한 것임에도 제가 부족함이 많았다. 대표팀의 다른 선배님들, 동료들에게도 한 분 한 분 연락을 드려서 사과를 드렸다. 선배들과 동료들을 대할 때 저의 언행에 배려와 존중이 많이 부족했다는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 선배들과 동료들을 대할때 더욱 올바른 태도와 예의를 갖추겠다 약속드렸다. 저의 사과를 받아주시고 포용해주신 선배님들과 동료들에게도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저의 행동 때문에 함께 비판의 대상이 된 선수들도 있다. 그들에게 향한 비판 또한 제가 받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과분한 기대와 성원을 받았는데도 대한민국 대표 선수로서 가져야할 모범된 모습과 본분에서 벗어나 축구 팬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려서 다시 한번 죄송하다. 이제까지 대한민국 축구를 지키고 빛내셨던 선배님들과 동료들, 그리고 축구를 사랑하는 많은 팬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저의 위치에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였다"고 했다. 그는 "저에게 베풀어 주신 사랑만큼 실망이 크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앞으로 축구선수로서 또 한 사람으로서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고 헌신하는 이강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손흥민이 응답했다. 손흥민은 같은 날 SNS에 "강인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저를 비롯한 대표팀 모든 선수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저도 어릴 때 실수도 많이 하고, 안 좋은 모습을 보였던 적도 있다. 그 때마다 좋은 선배님들의 따끔한 조언과 가르침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인이가 이런 잘못된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저희 모든 선수들이 대표팀 선배로서 또 주장으로서 강인이가 보다 좋은 사람,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특별히 보살펴 주겠다"고 적었다.

이어 저도 제 행동에 대해 잘했다 생각하지 않고 충분히 질타 받을 수 있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는 팀을 위해서 그런 싫은 행동도 해야 하는 것이 주장의 본분 중 하나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똑같은 상황에 처한다고 해도 저는 팀을 위해서 행동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더 현명하고 지혜롭게 팀원들을 통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 일 이후 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달라. 대표팀 주장으로서 꼭! 부탁드린다. 그리고 일각에서 나오는 이야기들 중에 대표팀내 편가르기에 대한 내용은 사실과 무관하며 우리는 늘 한 팀으로 한 곳만을 바라보려 노력해 왔다. 축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소란스러운 문제를 일으켜서 진심으로 죄송하고 앞으로 저희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이 계기로 더 성장하는 팀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요르단에 충격패하며 아쉽게 아시안컵을 마무리한 뒤 약 2주간 '탁구게이트',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야반도주' 등 후폭풍에 시달렸다. 3월 중요한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예선 태국전을 앞두고 일단 '탁구게이트'는 일단락됐다. 20일 선임된 정해성 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주도하에 뽑을 차기 사령탑은 큰 부담을 덜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