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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홈이점은 포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분위기'' 월드컵 4강 신화처럼, '부산 포디움'을 꿈꾸는 한국 탁구

[부산=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한국 탁구 100주년에 맞춰 국내에서 처음 개최한 'BNK부산은행 2024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국민들에게 세계 최정상 '탁신(神)'의 실력을 보여주고, 한국의 스포츠 인프라를 세계에 알리는 것뿐 아니라 한국 대표팀이 홈 어드밴티지를 누려 좋은 성적을 거둬야 의미가 있다. 19일 대회장 부산 벡스코에서 만난 한국 탁구의 전설 유남규 대표팀 훈련단장이 2002년 한일월드컵을 언급한 것은 이 때문이다. 공동 개최국이었던 한국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지휘 아래 이탈리아, 스페인과 같은 강호들을 차례로 물리치는 기적을 일으키며 4강 신화를 썼다.

2002 월드컵과 이번 세계선수권의 가장 큰 공통점은 '국내 개최'다. 유 단장은 "우리가 월드컵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성원은 선수들이 포기하고 싶을 때 포기하지 않게끔 해준다. 이런 응원을 받으면 우리 선수들의 집중력과 투지가 더 살아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국민 삐약이' 신유빈(20·대한항공·세계8위)은 16일 폴란드와의 개막전에서 "경기 중 응원하는 목소리가 들려 더 힘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세계22위)도 "응원을 들으면 힘을 받는다. 경기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고 했다. 남자 대표팀 왼손 에이스 임종훈(26·한국거래소·세계18위)은 19일 인도전을 마친 뒤 "탁구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분위기가 인도쪽으로 넘어가지 않아 경기를 더 수월하게 풀 수 있었다. 아무래도 홈 어드밴티지가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복병' 인도를 상대로 매치 점수 3대0(3-0, 3-0, 3-1)로 완승을 거뒀다.

한국 경기가 있는 날이면 관중석에선 '대~한민국'과 같은 응원 구호가 울려퍼진다. 지금까지 올림픽, 세게선수권, 아시안게임 등과 같은 메이저대회를 모두 해외에서 치른 탁구 선수들에겐 좀 낯선 경험이다. 오광헌 여자 대표팀 감독(53)은 18일 푸에르토리코전을 마치고 '홈 이점이 느껴지냐'는 물음에 "50대50"이라고 답했다. "압박감과 긴장감을 받는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이겨내면 (홈 이점 덕분에)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선수들은 개막전 당시엔 다소 부담을 느끼는 눈치였지만, 경기를 치러가며 개최국의 이점을 누리고 있다. 남자팀은 18일 칠레와 조별라운드 3차전을 마치고 관중에게 공을 선물하고, 일부 팬들과 탁구를 하는 등 '특별한 팬서비스'를 했다. 남자 대표팀 맏형 이상수(33·삼성생명·세계27위)는 "부담감은 전혀 없다. 한국말로 응원을 받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어떻게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지 고민하게 되고, 경기력을 올리는데 더 집중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경기에 온전히 집중하면 관중석에서 나오는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다행히 19일 오전까지 좋은 흐름을 탔다.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고, 악몽을 꾸었을지언정(임종훈) 승리에 대한 압박감도 잘 이겨냈다. 여자팀은 이탈리아(3대0), 말레이시아(3대0), 푸에르토리코(3대1)를 연파했다. 쿠바와 최종전을 남겨두고 조 1위에 주어지는 16강 직행 티켓을 땄다. 남자팀은 폴란드(3대1), 뉴질랜드(3대0), 칠레(3대0), 인도(3대0)를 차례로 꺾고 마찬가지로 16강에 올랐다.

이제부턴 패하면 탈락인 살 떨리는 '실전'에 돌입한다. 팬들의 응원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고, 선수들이 받는 압박감도 그만큼 커질 터이다. 자국에서 열린 1986서울아시안게임과 1988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유 단장은 "올림픽을 앞두고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600일 동안 이미지 트레이닝과 고통스러운 훈련을 소화했다. 그런 절실함이 상대적으로 강해서 내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주어진 시간에 얼마나 시간을 잘 활용하고, 절실하게 경기를 준비하느냐에 따라 메달 색깔이 변하는 건 변함이 없다"고 선전을 당부했다. 부산=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