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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캠 현장인터뷰]'야구 이야기? 서로 싫어해요' 어느덧 괴물과 8년째 동행, 34세 늦깎이 FA의 진심

[멜버른(호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쉬운 일이 아닌데 벌써 8년째에 이르렀으니 감사할 따름이죠."

한화 이글스 투수 장민재(34)에게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은 '키다리 아저씨'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2013년부터 올해까지 8차례에 걸쳐 장민재와 함께 비시즌 몸 만들기를 함께 해왔다. 사비를 털어 후배를 지원하면서 메이저리거의 품격을 선보였다. 그저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는 선배가 지원해주는 캠프가 후배들에게 주는 의미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장민재는 "올해까지 벌써 8번째다. (류)현진이형에게 감사하다. 매번 비용을 지원하면서 함께 운동하자고 제안하는 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닌데, 정말 감사하다. 내가 야구를 잘 하는 게 현진이형에게 보답하는 길 아닌가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어렸을 적엔 현진이형과 함께 훈련하면 야구 내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고, 묻기도 했다. 나이가 든 뒤에는 야구 이야기 중에서도 구종 던지는 디테일한 방법 정도를 묻는다"며 "사실 (비시즌 기간) 서로 야구 이야기 하는 걸 싫어한다. 농담조로 '나중에 감독되면 우리 코치로 써줘요'라고 하곤 한다"고 껄껄 웃었다.

'류현진 후배'로 불려온 장민재지만, 어느덧 베테랑이란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생애 첫 FA자격까지 얻으면서 2+1년 총액 8억원 계약도 했다. 2009년 입단 이래 줄곧 한화 유니폼을 입어오며 헌신한 그에겐 '책임감'이란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장민재는 "지난 시즌 최종전 뒤 단장님께 FA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단장님은 '지금까지 1군에서 뛰며 쌓아온 권리'라며 적극 지지해주셨다. 신청한 뒤 나중에 기분 좋게 만나자고 이야기 해주셨다"며 "좋은 제시를 해주셨고 영광스럽게 받아들이고 계약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프로 선수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면 계약 금액으로 평가 받는 것이다. 많고 적음을 떠나 계약을 했다면 팀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나는 한 팀에서 오래 있었기에 팀 방향성과 목표를 더 잘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에 어린 투수들이 많은 데 조장인 이태양, (장)시환이형과 함께 이들을 잘 케어해 나아간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수 년 동안 하위권 팀이라는 이미지가 고착화된 한화. 그러나 올 시즌 만큼은 다를 것이란 예상이 심심찮게 들린다. 노시환 문동주 채은성 최재훈 뿐만 아니라 안치홍 김강민이라는 중량감 있는 타자들이 가세했고, 지난해 가능성을 발견한 문현빈 이도윤, 반등을 노리는 정은원 하주석 등 여러 선수들이 버티고 있다. 호주 캠프에서의 몸 만들기를 통해 가능성을 현실로 바꿔 놓는다면 반등은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것이란 전망.

장민재는 "우리팀 투수력이 다른 팀에 절대 밀리지 않는다 생각한다. 신구조화만 잘 된다면 더 많은 경기에서 이길 수 있을거라 본다"며 "올해는 무조건 가을야구에 갈 것 같다. 매년 하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올해는 눈에 보이게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야수진에 여러 선수가 보강됐고, 중량감이 생겼다. 예전엔 다른 팀이 쉽게 생각했을지 몰라도 올핸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민재의 커리어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그랬듯 팀을 위해 헌신한다는 마음가짐으로 2024시즌을 준비 중이다. "나는 정해진 자리가 없다. 감독님이 정해준 자리가 내 자리"라고 씩 웃은 장민재는 "선발, 중간 가리지 않고 팀이 이기거나 역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가을야구 선발 투수 때의 느낌을 잊을 수 없다. 정말 팔 빠지게 던져보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며 "이제 나이가 들었고 베테랑이 된 만큼 그런 기분을 한 번 더 느껴보고 싶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함께 고생한 팀원들과 함께 헹가래도 쳐보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멜버른(호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