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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ON]'언성 히어로→두 개의 심장' 설영우 없었으면 어떡할 뻔 했나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A대표팀 감독이 첫 시험대에 오른 지난해 3월이었다.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A매치 기간 모처럼 여유를 즐기고 있는 설영우(26)를 긴급 호출했다. 설영우는 뭔가 잘못한 줄 알고 급히 뛰어올라갔다. 돌아온 소식은 생애 첫 A대표팀 '대체 발탁'이었다. 김진수(32·전북)의 부상으로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이게 팀이야'가 대명사처럼 돼 버렸지만 홍 감독은 나이 어린 애제자인 설영우만 보면 장난기가 발동한다. '울산 토박이'인 그의 별칭도 '촌놈'이다. 홍 감독의 주문은 "가서 '촌놈' 티 내지 말고, 긴장하지 말고 하던 대라 하라"는 것이었다.

1년의 세월이 흘렀다. 홍 감독에게는 여전히 '촌놈'이지만 클린스만호에서의 위상은 달라졌다. 3월 대체 발탁 때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설영우는 6월 20일 엘살바도르전에서 드디어 A매치에 데뷔했다.

사실 그는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연령대별 대표를 모두 거쳤고,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에도 출전했다. 홍 감독은 설영우의 A대표팀 승선은 '시간 문제'라고 자랑할 정도로 기량이 무르익었다. 클린스만호에서도 빛을 발했다. 설영우는 9월 유럽원정 소집 때부터는 주전 자리를 꿰찼다.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로 발탁돼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특례'도 받았다. 그는 당초 지난해 말 군입대가 예정돼 있었다. 축구 인생에 새로운 '날개'를 단 셈이다.

카타르아시안컵은 더 특별한 무대다. 한국 축구 최고의 발견은 역시 K리그 대표 꽃미남 설영우다. 주가가 폭등했다. 설영우는 호주와의 8강전까지 전 경기 선발 출전했다. 위치도 오른쪽과 왼쪽을 가리지 않는다. 이기제(33·수원)와 함께한 조별리그 1, 2차전에서는 왼쪽 풀백에서 시작했다가 김태환(35·전북)이 본격적으로 가세한 3차전부터는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선 헤더로 조규성(26·미트윌란)의 극장 동점골을 어시스트하며 한국 축구를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호주와의 8강전에선 전반 31분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의 롱패스를 감각적인 볼터치로 황희찬(28·울버햄턴)의 선제골을 이끌었지만 오프사이드로 땅을 쳤다. 그래도 2경기 연속 120분 연장 혈투를 치르는 단내나는 여정에도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과시, '두 개의 심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언성 히어로'라는 찬사가 부족할 정도로 '진주 중의 진주'였다. 설영우는 '캡틴' 손흥민(32·토트넘)과 함께 아시아축구연맹(AFC)이 공개한 8강전 베스트11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미소 천사'다.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거침도 없다. 설영우는 지난해 K리그에서 32경기에 출전해 3골-4도움을 기록,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K리그1 2연패를 달성했고, 생애 첫 베스트11에도 선정됐다. 'MVP 공약'도 내걸어 화제가 됐다. "얼마나 걸릴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다. 은퇴 전에는 받을 수 있을 것 같고, 받고 싶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유럽과 중동 등에서 설영우를 향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울산의 여건상 당장 이적은 쉽지 않지만 기회의 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 설영우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팀 목표는 오직 우승 하나다. 나는 내 할 것만 잘하면 된다. 내 1인분만 하면 충분히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1인분'을 넘어섰다. 이강인과 함께 한국 축구의 미래로 자리매김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