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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캠 현장초점]모두의 노력으로 찾은 안정과 희망, 하지만 관건은 지속성…숨죽여 바라보는 호주 호랑이들

[캔버라(호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그러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호주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인 KIA 타이거즈. 출발 이틀 전 빚어진 감독 해임이라는 대형 악재에도 출발이 좋다. 캠프 첫 날부터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합심해 얼어붙은 분위기를 녹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친 결과, 여느 때 캠프와 다르지 않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첫 턴을 마치고 본격적인 기술, 전술 훈련에 돌입하면서 몸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KIA다. 사령탑 공백이 길어질수록 시즌 밑그림에 색깔을 입히는 작업은 늦어지고, 그로 인한 부담은 정규시즌에 고스란히 가중되기 때문이다.

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 꽤 많은 준비를 했다. 함평 투수 아카데미에서 키운 선수들을 선별해 호주 프로야구(ABL) 캔버라 캐벌리에 합류시켜 실전 감각을 쌓게 했고, 이의리(22) 윤영철(20) 정해영(23) 등 팀의 미래를 짊어질 투수들을 미국 드라이브라인으로 보내 육성했다. 지난해 심재학 단장 체제에서 새롭게 개편한 해외 스카우트 파트 시스템을 바탕으로 '페디급 투수'로 꼽혀온 윌 크로우, 제임스 네일을 데려왔다. 데이터 활용에 능하고 뚜렷한 투수관을 갖춘 정재훈 이동걸 코치를 영입해 투수진을 개편하고, SSG 랜더스의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했던 박창민 코치 등을 데려와 트레이닝 파트도 전면 개편했다. 캠프 출발을 앞두고는 1군과 퓨처스(2군) 코칭스태프, 단장이 한 자리에 모여 전략세미나를 개최해 올 시즌 팀의 방향성을 설정하기도 했다.

캠프는 이런 준비를 평가하고 보완하면서 실행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호주, 미국에서 육성하고 교정한 선수들의 성과를 확인하고 새 외국인 선수 로테이션 활용법도 고민해야 한다. 새 투수코치진이 모은 자료를 분석하고 결정하는 작업이나, 캠프 훈련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컨디션을 체크하는 트레이닝 파트 보고도 지속적으로 관측해야 한다. 전략세미나에서 설정한 팀 방향성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지에 대한 판단도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사령탑 부재'라는 악재가 이런 과정 실행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갑작스럽게 캠프 지휘를 넘겨 받은 진갑용 수석코치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우려와 달리 빠르게 선수단 분위기를 안정 시키는 데 성공했고, 기술-트레이닝 파트 코치들을 독려하면서 팀 방향성에 맞춘 행보를 최대한 이어가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취임하게 될 새 사령탑의 선택에 따라 운명이 좌우될 수도 있는 그의 입장을 고려해볼 때, 현시점에서 명확한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KIA 측은 "올 시즌은 진 수석 코치 및 기존 코칭스태프 체제를 유지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현장 최종 판단은 감독의 몫이기에, 코치들이 시즌 준비 과정에서 무언가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결국 KIA가 어렵게 만든 분위기를 꾸준히 이어가며 시즌 준비를 하기 위해선 최대한 빠른 감독 선임이 우선이다. 우승 후보로까지 불리는 전력, 그동안 해온 준비 등을 고려할 때 아무나 감독 자리에 앉힐 순 없다.

무엇보다 KIA가 지금까지 일궈온 것들을 수용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감독이 필요하다. 외부에서 팀을 지켜보는 것과 실제 내부에서 평가하는 것은 천지차이. 흔히 새 감독이 선임되면 팀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시즌 절반이 소요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는 KIA가 그동안 준비해온 모든 과정이 원점으로 돌아가고, 목표도 수정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해 온 KIA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 때문에 지금의 체계를 그대로 이어가면서 지속성을 가져가는 게 감독 선임 작업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안정을 찾은 호주 캠프, 서서히 희망가도 들린다. 주장 나성범은 "지금 분위기만 잘 이어간다면 지난 시즌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모두의 속내엔 물음표와 궁금증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서 이뤄질 결정을 그저 숨죽여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호주 호랑이들이다.

캔버라(호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