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카타르ON]'24시간이 부족' 2015년 준우승 맏형→2024년 든든한 차 코치, 차두리의 특별한 아시안컵

[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차미네이터' 차두리(44)의 축구 인생은 '차범근 아들'에서 시작했다. 축구선수 차두리가 아닌 '차범근 아들'로 더 유명했다. 숙명이었다. 현실은 냉혹했다. 그는 늘 모범이 돼야 했다. 오직 앞만 보고 달렸다.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세상과 싸우며 성장했다. 고정관념을 털어내기 위한 고독한 투쟁이었다. 유럽에서 살아남기 위해 포지션도 변경했다.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말을 갈아탔다.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그는 고려대 재학 중인 2001년 11월 8일 세네갈과의 친선경기에서 A매치에 데뷔했다. 2015년 3월 31일 뉴질랜드와의 친선경기까지 13년143일 동안 태극마크를 달았다. 굴곡도 있었지만, 환희의 기억도 가득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첫 원정 16강 진출 등 한국 축구 역사의 현장엔 늘 그가 함께 있었다.

차두리는 선수 은퇴 후 A대표팀 코치, FC서울 산하 18세 이하(U-18)팀 감독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커리어를 쌓았다. 그는 지난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부임 뒤 A대표팀에 다시 합류했다. 초반엔 어드바이저로 활동했다. 감독과 선수단 사이 가교 역할을 하고, K리그 환경과 선수들에 대한 조언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유럽 원정부터 코치로 보직을 변경했다. 대표팀 훈련과 선수 지도에 참여하게 됐다.

차 코치는 지난달 개막한 카타르아시안컵에서 '클린스만호'의 궂은 일을 담당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차 코치는 쉴 시간이 없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을 잇는 역할을 한다. 코칭스태프의 얘기를 정리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훈련도 직접 지도하고 있다. 24시간이 부족하다"고 귀띔했다.

그는 선수단에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하다. 앞서 황인범은 "차 코치께서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좋은 선수들만 있는 것과 좋은 팀은 다르다. 특히 이런 대회에선 좋은 팀들은 각자의 분위기나 색깔이 정말 분명하다. 누군가 실수가 나왔을 때도 26명의 모든 선수가 같은 생각을 갖고 있고, 한 명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머지 25명이 모두 알고 있는 게 좋은 팀이다. 결국엔 결과를 내는 팀도 그런 팀'이라는 얘기를 해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양현준도 "(차)두리 쌤과 감독님께서 항상 팀에 도움이 될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해주셨다. 두리 쌤이 빼앗겨도 좋으니 자신있게 하라고 해주셨다. 계속 드리블하라고 해주셨다.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특히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정신적 지주'다. 손흥민은 지난달 27일 카타르 도하의 알 아글라 훈련장에서 열린 팀 훈련 전, 차 코치를 찾아갔다. 둘은 짧은 대화를 나눴다. 막내였던 손흥민은 이제 캡틴으로 팀을 이끈다. 차 코치는 무거운 표정으로 다가온 손흥민을 향해 따뜻한 손길을 건네며 대화했다. 5분 정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손흥민은 자신의 마음을 잘 헤아려준 차두리 코치 덕에 다시 밝은 표정으로 훈련을 시작했다.

차 코치와 손흥민의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과거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손흥민은 차 코치를 "삼촌"이라고 부를 만큼 믿고 따랐다. 2015년 호주아시안컵에선 특별한 순간을 합작하기도 했다. 차 코치는 당시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연장 후반 폭발적인 스피드로 손흥민에게 패스를 건넸다. 이를 받은 손흥민은 쐐기포를 꽂아 넣으며 승리를 마무리했다.

차 코치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64년 만의 우승컵을 들어 올려 한국 축구의 한을 풀었으면 좋겠다. 내가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축구에 기여하는 방법을 언제나 고민해왔는데 A대표팀 코치인만큼 클린스만 감독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까지 '클린스만호'의 코치로 함께한다. 어쩌면 차 코치 인생에 지금이 매우 특별한 순간일 수 있다. 이번 대회가 차 코치와 한국 축구에 어떤 의미로 남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도하(카타르)=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