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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캠 현장인터뷰]시련은 잊었다, KBO 최초 200안타 타자의 부활 정조준 '모든 준비 마치고 왔다'

[캔버라(호주)=박상경 기자] "첫 턴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어느덧 프로 데뷔 17년차. 그러나 스프링캠프에선 신인 선수의 마음과 다르지 않은 셀렘이 엿보이는 서건창(35·KIA 타이거즈)이다.

서건창은 올 시즌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LG 트윈스에 스스로 방출을 요청했다. 29년 만의 V3를 일군 강팀이었지만,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LG를 떠난 서건창은 일찌감치 고향 광주에서 몸 만들기에 돌입했다. 불투명한 미래임에도 언젠가 다가올 재도전 기회를 잡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내야 보강이 필요했던 KIA가 소식을 접한 뒤 접촉했고, 합의에 이르렀다. KIA 심재학 단장은 "구단 관계자를 통해 들어보니 몸을 착실하게 만들어 왔다더라. 실제로 만나보니 정신적인 준비도 잘 돼 있는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건창은 "비시즌 기간엔 항상 해오던 대로 준비했다. 그런데 컨디션은 다른 때보다 더 좋은 것 같다"며 "비시즌 기간 준비한 운동이 잘 된 것 같다. 심적으로 편안해진 부분도 많다"고 소개했다.

신고선수로 출발한 그는 2012년 키움 히어로즈의 전신인 넥센에서 본격적인 1군 생활을 시작했다. 2014시즌엔 KBO리그 첫 200안타 돌파(201안타)에 성공하면서 '신고선수 신화'를 쓰기도 했다. 오랜 기간 주전으로 활약한 그에게 스프링캠프는 낯설지 않은 풍경. 하지만 KIA에서 임하는 올 시즌의 스프링캠프는 특별한 느낌을 갖는 듯 했다.

서건창은 "날씨가 너무 좋다. 여러 캠프를 다녀봤는데, 날씨는 이번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친한 친구들도 많다 보니 재밌다. 첫 턴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밖에서도 좋은 팀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들어와보니 생각보다 더 훌륭한 선수가 많고 분위기도 좋다. 선수-코치님들 간 분위기도 너무 좋다. 야구하기엔 최적의 환경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또 "나이만 같은 친구가 아니고, 모두가 인연이 있다. 팀에 합류한 뒤 알아가는 시간도 필요 없을 정도"라며 "이번 캠프에 참가한 인원 절반 이상이 원래 알던 선수다. 이게 고향팀 메리트 아닌가 싶다"고 미소 지었다.

서건창은 올 시즌 KIA가 중점을 두고 있는 출루에 최적화된 타자다. 전성기와 비교할 수 없지만, 여전히 공을 맞추는 능력은 탁월하다. 내야에서도 2루를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수비력을 갖췄다. 내야 주전 면면은 화려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뎁스가 상대적으로 약한 팀으로 평가 받는 KIA에서 그의 활약은 올 시즌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 중 하나로 여길 만하다. 다만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이번 호주 캠프에서 경쟁력을 증명하는 게 우선이다.

서건창은 "팀에 잘 녹아드는 게 첫 번째다.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부분 중 내가 해보지 않은 것들도 잘 실행해봐야 한다"며 "아직 캠프 초반이기에 디테일한 부분으로 들어가진 않았지만, 최대한 빨리 습득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경기에 못 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 시즌엔 출전 수를 늘리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예전에 내가 보여준 강점들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좋은 팀이 되기 위해선 선후배가 합심해 좋은 길을 걷는 것도 중요하다. 나 역시 선배에게 배우면서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때 리그 최고의 타자였지만 어느덧 빛을 잃었고, 황혼기도 멀지 않다. 이럼에도 고향팀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서건창, 그가 만들어갈 2024시즌이 주목된다.

캔버라(호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