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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은 맹활약-4강 진출' 구보, 이강인 격려+도발 빛바랬다...아쉬운 활약 속 '초라한 퇴장'→'잔디 핑계'까지

[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 이강인의 절친 구보 다케후사가 아쉬운 활약과 함께 아시안컵 여정을 마감했다. 이강인과 결승에서 만나자던 다짐도 이루지 못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은 3일(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카타르아시안컵 8강전에서 1대2로 충격 역전패했다.

먼저 앞서 나간 팀은 일본이었다. 전반 28분 모리타 히데마사의 슈팅이 알리레사 베이란반드 골키퍼를 맞고 그대로 이란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이란은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10분 모하마드 모헤비의 가 사르다르 아즈문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박스 안에서 날카로운 슈팅으로 경기 균형을 맞췄다.

승부가 갈린 것은 후반 추가시간이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타쿠라 고와 도미야스 다케히로가 겹쳤고, 이후 이타쿠라가 공을 잡으려는 호세인 카나니를 막는 과정에서 명백한 파울을 범하며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알리제 자한바크슈가 키커로 나서 득점하며 결국 경기는 이란의 2대1 승리로 마무리됐다.

일본으로서는 충격적인 탈락이다. 당초 일본은 이번 아시안컵의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졌다. 유럽에서 맹활약 중인 구보와 엔도 와타루, 미토마 가오루, 도미야스 등 유럽 5대 리그 안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 선수단에 넘쳤다.

축구통계매체 옵타는 개막 직전 통계에서 일본의 우승 확률을 24.6%로 1위로 예상했다. 한국은 일본에 이어 14.3%로 2위였다. 다만 8강에서 일본이 떨어지자 판도가 뒤집혔다. 한국은 한때 조별리그 부진으로 우승 후보 상위 5위에서 벗어나기도 했지만, 현재는 옵타 기준 우승 확률 34.1%로 1위다. 일본을 꺾은 이란이 28.4%로 한국에 이어 두 번째 우승 후보로 꼽혔다.

관심을 모았던 구보와 이강인의 한일전 맞대결도 결국 성사되지 못하게 됐다. 구보와 이강인은 현재 일본과 한국 대표팀에서 차세대 에이스로 자리 잡은 빛나는 선수들이다.

구보는 과거 바르셀로나 아카데미인 '라 마시아'와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팀을 거치며 성장한 구보는 2022~2023시즌을 앞두고 레알 소시에다드로 이적하며 선수 이적의 전환기를 맞이했다. 소시에다드 에이스로 성장한 구보는 지난 시즌 9골 7도움으로 소시에다드의 상승세를 이끌고 라리가 최고의 윙어로 거듭났다. 올 시즌도 리그 25경기에서 6골 4도움으로 활약 중이다.

이강인도 성장세가 돋보인다. 마요르카에서 2022~2023시즌 재능이 만개한 이강인은 프랑스 최고의 명문 PSG에 합류하며 큰 관심을 모았다. 올 시즌 PSG에서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신임 속에 꾸준히 선발로 경기에 나서며 활약 중이다.

다만 이번 대회에서는 두 선수의 활약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이강인은 조별리그 바레인전 2골과 말레이시아전 1골 1도움 맹활약과 함께 팀의 핵심적인 역할로 한국의 4강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지나칠 정도로 집중 견제를 받았던 요르단전을 제외하면 매 경기 뛰어난 탈압박과 패스 센스로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었으며, 대회에 참가한 선수 중 가장 많은 기회 창출(10회)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구보는 기대와 달리 활약이 아쉬웠다. 공격포인트는 베트남전 1도움과 16강 바레인전 1골에 그쳤으며, 경기 영향력도 크지 않았다. 당초 부상을 당하고 아시안컵에 합류한 점을 고려해도 구보의 활약은 기대 이하였다. 구보는 총 5경기에서 기회 창출 3회, 드리블 돌파 성공률 40%, 슈팅 3회 등 아쉬운 기록을 남겼고, 공격에서도 상대 진영에서 고립되는 모습이 적지 않았다. 이란과의 경기에서도 구보는 득점 없이 부정확한 크로스를 시도하며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구보는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잔디 상태가 영향을 줬다. 잔디가 낫토 같은 느낌이었고, 미나미노도 어려움을 겪었다. 평소라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상대도 마찬가지였기에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경기력에 대해 잔디를 탓하는 모습도 내비쳤다.

구보는 당초 대회 초반 친한 친구인 이강인을 향해 결승에서 만나자는 격려와 함께 약간의 도발을 선보이기도 했다.

구보는 당시 "한국과 일본 모두 결승전에 진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두 사람 모두 어느 쪽이든 먼저 돌아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 때문에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한국은 신경 쓸 여유는 없다"라며 결승에서 만날 때까지 방심하지 말자는 말을 남겼었다.

이어 "아시안컵 결승에서 이겨서 우승하면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은 비겨도 괜찮을 것 같다"면서 "1차전 정도는 (이강인에게) 양보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농담을 던져 약간의 도발을 하기도 했다. 이강인과 구보는 오는 15일 PSG와 레알 소시에다드 소속으로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 맞대결도 예정되어 있다. 결국 둘의 맞대결은 해당 경기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구보의 도발과 격려는 일본의 8강 탈락으로 아쉽게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강인과의 한일전 결승 맞대결 기대감도 이른 시점에 무너졌다. 8강을 넘어 4강과 결승에서도 맹활약하는 친구의 모습을 본다면 이번 대회를 마감한 구보의 아쉬움은 더욱 커질 수 있을 전망이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