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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지나친 '솔직함'에 상처 받는 가족들…리얼 예능의 '두 얼굴'

'스타의 가족'이란 이유로 지나치게 사적인 개인사가 공개되고, 이에 따라 상처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온라인 미디어 등에서 연예인과 그들의 가족이 함께 등장하는 '리얼 관찰 예능'이 인기를 끈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연예인이 자신의 일상과 가족들과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며 대중들에게는 재미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최근 이혼 소식을 전하면서 어린 자녀들이 상처를 받거나, 지나치게 리얼한 가상 상황 설정에 노출되는 가족들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리얼 예능'의 이면을 두고 지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브랜뉴뮤직 대표를 맡고 있는 라이머와 방송인 안현모는 이혼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밝혀 주위를 놀라게 만들었다. 라이머와 안현모는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tvN '우리들의 차차차'에 동반 출연한 바 있다. 방송에서 이들은 부부 생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가 하면 관계 개선을 위해 커플 댄스를 배우는 노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룹 FT아일랜드 멤버 최민환과 라붐 출신 율희, 역시 KBS2 '살림하는 남자들'에서 세명의 자녀들과 단란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줬으나 최근 이혼 소식과 최민환이 세 아이의 양육권을 가져간다는 사실이 알려져 큰 충격을 줬다.

출연자의 개인적인 논란으로 함께 출연한 가족에게 엉뚱한 불똥이 튀는 사례도 있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두 아들과 함께 출연했던 강경준은 최근 5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했다. 고소인은 강경준에게 "한 가정에 상간남으로 개입, 가정을 파탄으로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강경준의 소속사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해명했다.

강경준과 함께 출연했던 아내 장신영의 SNS에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함께 출연한 첫째 아들이 KBS2 대하 사극 '고려거란전쟁'에서 엑스트라로 출연했으나, 강경준 논란 여파로 분량이 축소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실제보다 더 리얼한 가상 상황 연출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경우도 있다.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이하 '이혼할 결심')에서는 전 축구선수 정대세와 아내 명서현이 가상 이혼을 결정, 분가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 과정에서 정대세는 가상 이혼 합의서와 친권 포기서를 작성하고, 딸과 아들에게 가족이 따로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가상이긴 하나, 이야기를 들은 10살 아들은 고개를 저으며 "슬프다. 가족이 더 좋다"고 답하기도. 방송 후 네티즌들은 어린 자녀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아이들이 무슨 죄냐" "돈벌이에 아이들을 이용하지 마라"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일부는 정신적 아동 학대에 해당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등장했다.

이에 대해 연출을 맡은 윤세영 PD는 "부부의 문제와 고민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상 이혼을 통해 드러내면서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다. 실제로 가상 이혼 후의 삶을 통해서 세 가족들이 각자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지켜보면서 이혼의 현실적 무게감까지 느껴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이야기해줬다. 이들 세 부부의 가상 이혼 이후의 삶을 통해 역설적으로 가정의 소중함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리얼 예능'이 앞다퉈 생겨나면서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다양한 모습을 담으려는 데 집중하지만, 카메라 뒤에 가려진 진짜 이들의 모습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혼이나 논란으로 TV와는 다른 스타의 모습을 깨닫게 되면서 대중들은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반인으로 살아가는 연예인 가족의 경우에는 사소한 논란에도 지나치게 큰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예인의 가족이란 이유로 주목을 받게 된다는 점은 사생활 보호와 정서적 안정성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책임감 있는 콘텐츠 제작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