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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현진이 공 받는다면…' 운명적 드래프트 엇갈림→말못할 속앓이→18년만에 꿈꾸는 재회

[인천공항=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정말 운이 좋은 포수가 되지 않을까요?"

지난 2006년 신인드래프트.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는 '대어'를 놓친 아쉬운 기억이 있다.

당시 연고지 1순위 지명 선수로 류현진(동산고)과 이재원(인천고)이 경합했다. 포수가 필요했던 SK는 대형 포수 이재원을 선택했다.

류현진을 놓친 순간. 우려는 현실이 됐다.

신인드래프트 2차 2순위로 한화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은 2006년 첫 해 18승(6패 1세이브)을 기록하며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품으며 괴물로 폭풍 성장했다. 2012년까지 98승(52패)을 기록한 뒤 메이저리그에 진출, '코리안몬스터'로 이름을 날렸다. 메이저리그 통산 78승48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7. 여전히 메이저리그 잔류를 모색중이다.

'초대박' 류현진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면서 이재원은 남모를 속앓이를 해야 했다.

류현진의 빛에 가렸을 뿐 그 역시 KBO리그 정상급 포수로 활약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 중 5년 간 두 자릿수 홈런을 날렸다. 특히 2018년에는 타율 3할2푼9리 17홈런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그해 SSG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만 세 개를 품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이재원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27경기 출장에 그쳤다. 마치고 현역 연장 의지를 보이며 방출을 요청했다. 경험 많은 포수가 필요했던 한화 이글스가 영입했다.

SSG 랜더스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플로리다 대신 호주행 비행기를 타게 된 이재원은 "낯설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유독 길게 느껴질 법 했던 겨울. 이재원은 "팀이 결정 안 된 상태였지만, 시즌 준비는 같았다. 달라진 것 없이 잘 준비했다"라며 "어려운 시기에 이렇게 나를 불러주셔서 감사하다. 또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는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 하지만, 팀을 옮기는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재원은 "(김)강민이 형도 이야기 했지만 오랫동안 한 팀에서 뛰고 옮기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다. 또 기회를 주셔서 기대도 되지만, 두려움도 없지 않아 있다. 각오하고 새로운 팀에 온 것이니 최선을 다해 후배들과 함께 불태울 수 있도록 열심히 잘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재원을 영입했지만, 한화는 최재훈이라는 확실한 주전 포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재원은 "(최)재훈이가 워낙 잘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팀에 녹아드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뭘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좋은 배터리 코치님이 계시고 좋은 포수가 많기 때문에 스며들면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있고, 경험적인 면에서 줄 수 있는 건 최대한 주면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까 싶다"라며 "일방적으로 한 쪽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존 선수들이 잘하고 있으니 충분히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재훈은 이재원 영입에 대해 "우승 경험이 있는 선배님이 오셨으니 많이 물어보고 배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원은 "선수는 항상 높은 곳을 향해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올해 만약에 실패하더라도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마음으로 해야 팀이 더 발전하고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동기부여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프 시즌 한화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메이저리거 류현진의 복귀 여부다. 선발투수가 필요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어 올 시즌 KBO리그 복귀 여부는 물음표. 하지만 류현진의 한화 복귀는 먼 미래의 일은 아니다. 이재원 역시 '동갑내기 대투수'의 복귀를 기다렸다.

이재원은 "(류)현진이야 워낙 대단한 투수다. 오면 나는 너무 좋다. 그동안 좋은 투수의 공을 많이 받아봤다. (김)광현이부터 외국인 투수들까지…. 마지막에 현진이 공을 받는다면 정말 운이 좋은 포수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마무리 하면 정말 좋을 거 같다"고 했다.

이재원은 "열심히는 누구나 하는 거다. 선수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잘하고 팀도 잘하는 1년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인천공항=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