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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함덕주 신분조회? ML 구단은 왜 한국 '무명' 투수들에게 관심을 보일까…현실적 가능성은[SC핫이슈]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팬들을 놀라게 한 KBO리그 불펜 투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 어떤 배경이 숨어있을까.

KBO는 지난달 LG 트윈스 투수 고우석, 함덕주에 대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신분조회 요청이 있었으며 이를 확인해줬다고 발표했다.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의 경우 1년전부터 메이저리그 진출 구상을 밝혔었고, 공식적인 포스팅 절차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들은 상황이 달랐다. 팬들도 깜짝 놀란 소식이었다.

물론 신분 조회가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과거에도 KBO리그 내 여러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신분 조회를 요청받았으나 이중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사례는 매우 드물다. 말 그대로 현재 정확한 신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기초적인 절차일 뿐이다.

하지만 시선을 돌려서 반대로 생각해보면, 적어도 이들에대해 '인지하고 있고 관심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우석과 함덕주는 KBO리그 최고의 불펜 투수들이다. 고우석은 수년간 강속구를 앞세워 LG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고, 함덕주는 독특한 투구폼에 좌완 불펜 요원이라는 강점을 가졌다. 올 시즌 확실히 살아난 모습도 확인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입장에서 이들은 '무명'에 더 가깝다. 고우석은 국가대표로 몇차례 국제 대회에 나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름이 알려졌지만, 함덕주는 그럴 기회도 많지 않았다. 리그 전체 사례를 따져봐도, KBO리그에서 활약했던 불펜 투수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뛴 사례는 오승환 뿐인데 그 역시 일본 무대에서 먼저 인정을 받은 후의 일이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일본도 아닌 KBO리그의 불펜 투수들에게까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현재 시장 상황과 맞닿아 있다.

현지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한 야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펜데믹을 거치면서 여전히 여파가 남아있다. 선수풀이 많이 안좋아졌다. 펜데믹 당시 야구를 그만둔 선수들이 많다. 마이너리그가 1년을 통째로 쉬면서 나이든 선수들은 전부 그만둬버렸고, 구단들은 마이너 팀 숫자를 줄였다. 그러면서 선수층이 확실히 얕아졌다"면서 "현재 KBO리그 구단들이 외국인 투수를 찾기도 예전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이다.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마찬가지다. 펜데믹이 끝났지만 좀처럼 회복이 안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의외의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투수의 경우 확실한 '에이스급' 투수들은 여전히 건재하지만,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운영하다보면 반드시 빈자리가 생긴다. 6~7선발 혹은 불펜에 구멍이 났을때 대체할 수 있는 투수들이 마이너리그에서 빨리빨리 수급이 돼야 하는데, 펜데믹 이후 이 부분이 수월하지 않다는 게 총평이다. 야구계 관계자들은 "미국도 선수층이 이전보다 많이 얕아지다보니 일본이 아닌 한국 선수들까지 두루두루 살피면서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또 예전처럼 반드시 해외 리그에서 뛰는 선수를 스카우트가 직접 살피지 않더라도, 데이터만으로도 관심을 드러낼 수 있다. 최근 최첨단 야구 데이터 시스템이 점점 더 널리 자리를 잡다보니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측정 데이터만 가지고도 좋은 해외 선수를 발굴해낼 수 있다. 한국의 불펜 투수들에게까지 관심이 미칠 수 있는 이유다.

당장 고우석과 함덕주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주 높지는 않아보인다. 고우석은 미국 현지 언론으로부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불펜 보강을 위해 관심을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신분이 걸린다. 고우석은 포스팅 시스템 신분인만큼 LG 구단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의 계약을 가지고 와야 하는데, 그 적정값이 얼마인지는 최종 결과가 나와 봐야 안다. 고우석은 현재 이정후와 나란히 포스팅이 승인됐고, 협상은 진행 중이다.

반면 함덕주는 FA 신분이라 조금 더 유리하지만, 아직 미국 이적 시장에서 구체적으로 이름이 언급되지는 않고 있다. 만약 미국으로 간다고 해도 주요 선수들의 이적이 끝난 스프링캠프 임박 시기일 가능성이 높고, 또 원 소속팀 LG가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