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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남도 예외없다' 22일+@ 합숙 효과→'단벌신사' 탄생. 기적의 터닝포인트 [수원포커스]

[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선수들이 합숙을 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어려운 결심을 해줘서 고맙다."

4연패 후 5연승. '우승후보'로 평가받던 한국전력의 흔들림을 다잡은 것은 '합숙'이었다.

한국전력은 28일 상승세의 삼성화재마저 잡아내며 5연승을 질주했다. 1승5패에 그쳤던 1라운드를 잊고, 2라운드는 5승1패의 대반전 스코어로 마쳤다.

알고보니 한국전력 선수단은 지난 6일부터 의왕의 숙소에서 합숙한지 20일을 넘긴 상황이었다. 권영민 감독은 "원래 2라운드에만 합숙을 한번 해보기로 했었다. 그런데 선수들이 더 하고 싶다고 하더라"며 미소지었다.

합숙의 효과는 분명하다. 야간에도 몸을 만들거나 추가 훈련을 할 수 있다. 경기 끝나고 바로 귀가할 때와 달리 선수단끼리 경기를 한번더 돌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운동(배구)에 집중하고, 선수들끼리 소통을 하자는 차원이다.

그 결과 까다로운 권영민 감독이 "지금 경기력이 기대치의 90%까진 올라왔다"며 만족할 정도가 됐다. 그는 11점차로 대패한 1세트를 돌아보며 "오늘이 고비라고 생각했는데, 버텨주고 이겨냈다"며 거듭 선수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는 졸지에 '단벌신사'가 됐다. 연패를 끊던 14일 OK금융그룹전에 입었던 정장과 신발을 매경기 착용하고 있다. 연승이 끊길 때까진 계속될 예정.

전방에서 신영석과 임성진이 공격을 이끈다면, 후방에는 리베로 료헤이가 있다. 권 감독은 "리시브 범위가 정말 넓고 안정적이다. 오늘도 2세트부터 타이스를 임성진 쪽에 더 붙이고 자기 범위를 넓히더라"면서 "적극적으로 수비를 리드하는 모습이 보기좋다"고 칭찬했다.

경기 후 만난 신영석(37)은 합숙에 대해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지 않나. 연패를 탈출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경기력이 제대로 올라올 때까진 계속하고 싶다"면서 "1세트를 크게 져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이젠 자신감이 붙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같이 있으니까 선수들끼리 한마디라도 더할 수 있고, 힘든 시기를 어떻게든 바꿔나가고자 뭉칠 수 있었다. 연패탈출의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임성진은 데뷔 이래 강렬한 피지컬과 빛나는 외모에 걸맞지 않은 소심한 성격으로 수차례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젠 달라졌다. 상대의 실수가 나오자 짐짓 공을 때리는척 하는 동작을 취하는 등 여유가 붙었다.

임성진은 "코트에 나갈 땐 전쟁터에 나간다는 마음"이라며 전과는 다른 멘털을 드러냈다. 신영석도 "처음엔 여리여리한 미소년이었다. 풀시즌 뛸수나 있을까 걱정했다. 이젠 에이스가 됐다. 솔직히 욕심 난다.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된다. 1라운드와 달리 120% 컨디션"이라며 "이제 (서)재덕이만 잘하면 좀더 단단하게 압박하는 팀이 되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수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