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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야구 떠올리며 또 눈물 흘린 '울보' MVP '너무나 미안했다' (종합)

[소공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2023시즌 KBO리그 MVP 에릭 페디(30)가 동료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훔쳤다.

NC 다이노스 페디는 2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3 KBO 시상식에서 투수 3관왕과 투수 부문 수비상 그리고 영광의 리그 MVP로 선정됐다. 페디는 투표인단 투표 결과 전체 111표 중 102표를 얻었다. 전체 득표율 91.9%에 해당한다. 41년만의 '만장일치'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불발됐다. 노시환이 6표, 홍창기가 2표, 최정이 1표를 각각 얻었다.

페디는 수상 이후 NC의 마지막 경기를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페디는 정규 시즌을 20승으로 마무리한 후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딱 1경기에 등판하는데 그쳤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정상적인 등판이 어려웠다.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거기까지였다. 페디가 더이상 마운드에 오를 수 없었고 NC는 플레이오프에서 2연승 후 3연패를 당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페디는 마지막 5차전이 패배로 끝난 후 눈물을 흘리며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사진과 영상으로 잡히기도 했다.

수상 이후 페디는 당시 상황에 대해 묻자 다시 울컥하는 모습이었다. 페디는 "지금 또 다시 저를 울게 하시는 질문이다. 그때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팀에 도움을 많이 못준 것 같아서. 팀에 있는 모든 선수들이 저에게는 형제이기 때문에 그런 감정이 북받쳤던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목소리가 떨리고 눈에는 눈물이 차올랐다.

페디는 NC팬들과 동료들에게 깊은 사랑을 전했다. 페디는 "창원이라는 도시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 창원에 있는 모든 분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창원은 저에게 제 2의 고향"이라면서 "처음 스프링캠프 투싼에서 동료들을 만났을때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두려웠던 적이 없었다. 모든 게 새로운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날부터 반겨줘서 바로 적응할 수 있었다. 나의 형제들 너무 고맙고 사랑한다"며 감사 인사를 보냈다.

NC의 플레이오프 시리즈가 끝난 후 고국 미국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휴식을 취하던 페디는 시상식 참석을 위해 다시 한국을 찾았다. 지난 26일 아버지 스캇 페디씨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페디는 27일 KBO 시상식에 참가했고, 개인 일정을 소화한 후 28일 다시 미국으로 떠난다.

오직 시상식 참석을 위해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다시 찾은 것이다. 시상식 개최 전부터 페디는 가장 유력한 MVP 수상 후보였다. 노시환 등 다른 경쟁자들이 있었지만, 페디가 워낙 유력했다. 때문에 페디 역시 자신을 MVP로 뽑아준 관계자들에 대한 예의 또 성원해준 팬들에게 의리를 지키기 위해 한국행을 결심했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출신인 페디는 지난 시즌까지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빅리그 풀타임 선발 투수로 활약한 재목이다. 2022시즌 메이저리그에서 27경기에 등판해 6승13패 평균자책점 5.81의 성적을 기록했고, 페디를 눈여겨보던 NC가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 한국행을 결정했다.

현역 메이저리거 답게, 페디는 시즌 시작부터 리그를 압도했다. 개막 첫 한달간 6경기에서 4승1패 평균자책점 0.47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페디는 큰 기복 없이 시즌 내내 NC의 '슈퍼 에이스'로 활약했다. 10월 10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6이닝 무실점 승리 투수가 되며 20승 고지를 밟았다. 동시에 200탈삼진을 달성하면서, 1986년 선동열 이후 37년만에 20승-200탈삼진 투수로 역사에 이름을 썼다. 외국인 투수로는 사상 최초다.

정규 시즌 최종 성적은 30경기 180⅓이닝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 209탈삼진으로 개인 타이틀도 3개 부문을 휩쓸었다. 아쉽게 1점대 평균자책점은 지키지 못했지만, 안우진(키움, 2.39)을 제치고 최저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다. 또 다승 부문에서는 2위 웨스 벤자민(KT, 15승)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1위에 올랐고, 탈삼진 부문도 2위 안우진(164탈삼진)을 크게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 '트리플 크라운'이다.

40년이 넘는 KBO리그 역사에서 '투수 트리플 크라운'은 선동열(1986·1989·1990·1991년), 류현진(2006년), 윤석민(2011년) 이후 처음이다.

또 하나의 영광도 있다. 페디는 올해 처음 신설된 KBO 수비상에서 투수 부문 초대 수상자가 됐다. 정규시즌에서 가장 뛰어난 수비 능력을 발휘한 포지션별 선수에게 시상하는 KBO 수비상은 각 구단 감독, 코치 9명, 단장 등 구단 당 11명씩 총 110명의 투표로 결정되는 투표 점수 75%와 수비 기록 점수 25%를 합산해 수상자를 결정한다.

페디는 투표 인단으로부터 19표를 받아 투수 부문 1위에 해당하는 75점을 획득했다. 또 번트 타구 처리, 견제 등 수비 기록 점수에서 19.91점을 받아 총점 94.91점으로 통합 1위에 올랐다.

'슈퍼 에이스' 페디의 활약으로 소속팀 NC는 정규 시즌 4위라는 성적표를 손에 넣었고,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시리즈에도 한 차례 등판해 6이닝 1실점 압도적인 피칭을 펼쳤다.

하지만 2023시즌 KBO리그 MVP 페디를 내년에도 한국에서 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최근 열풍을 일으킨 구종 스위퍼를 장착한 후, 오히려 메이저리그 시절보다 올해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 페디는 시즌 내내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뿐만 아니라 일본 구단들도 페디의 투구를 계속해서 체크할 정도였다.

최근 미국 '뉴욕포스트'는 "페디가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보도했고, 이적 소식을 다루는 'MLB트레이드루머스'도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역수출 된 메릴 켈리, 크리스 플렉센, 조시 린드블럼처럼 페디 역시 많은 구단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NC 역시 페디를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나 재계약 가능성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공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