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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합숙' 1위한 보람? 에이스 최악투→불펜 총동원에서 찾았다 [KS2 잠실포커스]

[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3주 합숙의 효과일까, 충분한 휴식 덕분일까. 집중력과 체력의 차이가 다르다.

LG 트윈스는 8일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5대4,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6회말 오지환의 홈런이 침체됐던 분위기에 불을 당겼다. 7회말 김현수의 적시타로 3-4, 1점차로 따라붙었다. 8회말에는 '철벽' 박영현을 상대로 박동원의 역전포가 터져나왔다.

KBO리그는 토너먼트가 아닌 계단식 플레이오프를 운영한다. 정규시즌 1위팀의 최대 장점은 '휴식'이다.

포스트시즌은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된다.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 모두 최대 5경기를 치른다.

1위팀은 충분히 쉴수 있다. 잔부상 등 몸상태를 점검하고, 한국시리즈를 위해 체력을 비축할 기회다.

심지어 LG는 10월 3일에 일찌감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최원태 등 몇몇 선수들에겐 빠르게 휴식을 줬다.

LG의 정규시즌도 10월 15일 두산전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3주간의 합숙훈련에 돌입했다. 내년 스프링캠프 멤버를 뽑는데 참고하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국시리즈 대비는 물론, 마무리 캠프도 겸한 자리였다. 이후 2번의 청백전, 상무와의 연습경기를 통해 컨디션을 가다듬었다.

포스트시즌 경기수가 늘어날수록 투수 못지 않게 타자도 지친다. 그리고 타격감은 오르내림이 있다. 불방망이를 뽐내다 단숨에 역스윕을 허용하며 플레이오프에서 주저앉은 NC 다이노스가 그랬다.

반면 한국시리즈에 임하는 1위팀의 최대 무기는 투수들의 강력한 구위다. 잘 쉬고 나온 에이스와 필승조의 구위는 지친 타자들을 압도하기 마련이다.

29년만의 우승을 꿈꾸는 중압감에 짓눌려서일까. 예상대로 잘 풀리진 않았다. 하지만 2차전 중반부터 이미 그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1차전 패배에도 LG 팬들은 8일 2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을 다시 찾았다. 이틀 연속 유광잠바가 잠실을 가득 채웠다. 3루측 원정 응원석 곳곳에서도 LG 트윈스의 노란색 응원수건이 물결쳤다.

'우승청부사'로 모셔온 최원태가 ⅓이닝만에 무너졌다. 아담 플럿코가 이탈하면서 2선발의 중책을 짊어진 그다. 키움에 맞트레이드 대가로 내준 이주형이 타율 3할3푼 6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911로 날아다녔지만, 최원태의 한국시리즈 활약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는 완전히 배신당했다.

그래도 LG에는 카드가 남아있었다. '믿을 수 있는 투수만 8명 있다'고 호언장담한 불펜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초강수를 연발했다. 1회 이정용, 3회 정우영, 4회 김진성, 5회 백승현과 유영찬, 8회 함덕주의 물량공세가 이어졌다. 플레이오프부터 손동현-박영현의 연투로 버텨온 KT와는 대조적이었다. 전날 실패를 만회한 고우석의 깔끔한 마무리까지. LG가 시리즈 초반의 실망감을 딛고 뒤늦게 정규시즌 1위팀다운 보람을 찾은 지점이었다.

이날 역전포의 주인공 박동원은 포수로서 한 경기에서 8명의 투수와 호흡을 맞추는 진기한 경험도 했다.

그는 "정규시즌에는 반대투구도 하고 그랬는데, 오늘은 다들 잘 던졌다. 투수들의 집중력이 좋아서 1회 이후 실점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불펜 투수들의 스타일이 다 다르다. 예를 들면 직구 다음으로 잘 던지는 변화구가 다양하다"면서 "아마 상대 타자들은 계속 새로운 투수를 상대해야되서 쉽지 않을 거다. 나는 구종을 선택하기 편하다"며 웃었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