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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르단 부상 이후 더 강한 책임감 가졌다' 천재 MF 부활, 포항 한찬희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았다

[포항=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라는 명언이 있다.

포항 스틸러스의 미드필더 한찬희(26)는 '준비된 자'였다.

한찬희는 지난 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2023~2024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J조 4라운드 홈 경기에 선발 출전,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2대1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 경기 '맨 오브 더 매치(MOM)'에 선정된 한찬희는 "조 1위로 달리고 있는 와중에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중요한 경기를 승리로 가져왔다. 확실한 위치를 선점해서 기분 좋다"고 밝혔다. 포항은 이날 승리로 K리그 4팀 중 가장 먼저 ACL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찬희는 전남 드래곤즈 유스 시절 고교랭킹 1위를 찍었던 '축구천재'였다. 대형 유망주로 극찬이 자자했다. 킥력이 남달랐다. 슈팅과 패스의 정확성과 파워가 뛰어났다. 시야도 좋았다. 한찬희(26·포항)가 '제2의 기성용'로 불렸던 이유다.

미래는 탄탄대로일 듯했다. 광양제철고를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전남 1군에서 활약했다. 2016시즌부터 3시즌 연속 팀 내 핵심멤버로 자리매김했다. 주가는 상종가였다. 20세 이하 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에도 꾸준히 승선하기도. 그러나 2020시즌을 앞두고 1대2 트레이드를 통해 FC서울로 둥지를 옮겼다. 당시 양팀 팬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서울 팬은 차세대 미드필더를 얻었다며 환호했다. 그러나 전남 팬은 두 명을 받았음에도 유스 출신 프랜차이즈 스타를 이적료없이 보냈다는 점에서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한찬희의 성장세는 둔화됐다. 출전 기회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국내 감독들이 중요시하는 수비가담 능력이 떨어졌다는 평가였다. 부상도 있었다. 결국 2021년 김천 상무에서 군생활을 한 뒤 올해 여름 포항으로 둥지를 옮겼다. 수비형 미드필더 이승모와 맞트레이드 됐다. "기대만큼 못컸다"라는 것이 개인의 냉정한 평가였다. 그래도 "부활하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포항에서도 '백업'이었다. 김기동 포항 감독의 축구에 녹아들기 위해선 적응의 시간도 필요했지만, 브라질 출신 수비형 미드필더 오베르단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준비된 자'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달 초부터 오베르단이 왼무릎 내측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되자 한찬희가 선발로 뛰었다. 지난 4일 FA컵 결승전에선 0-1로 뒤진 전반 44분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리는 등 팀이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는데 일조했다.

한찬희는 포항에서 다시 날개를 펴고 있다. 그는 "오베르단이 부상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팀에서 가장 듬직한 선수였다. 큰 선수가 시즌 아웃된 뒤 그 자리에서 뛸 수 있는 선수들을 보니 나와 (김)준호, (김)종우 형이 있었다. 3명 모두 오베르단만큼 뛸 수 있는 선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스로 더 강한 책임감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감독님께서 믿고 출전시간을 늘려주셨다. 다행히 믿음에 보답하고 있는 것 같다. 몸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겠다"고 전했다. 포항=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