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갓기동' 김기동 감독의 '밀당'→선수들 '절대 신뢰', '부임 4년 만에 첫 우승' 포항 잘 될 수밖에 없는 팀으로 만들었다

[포항=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기동 매직'은 김기동 감독이 2019년 4월 말부터 포항 스틸러스 지휘봉을 잡았을 때부터 펼쳐졌다. 시즌 초반 하위권에 맴돌던 팀을 4위로 끌어올렸다. 2020시즌에는 3위로 마쳐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행 티켓까지 따냈다. 당시 김 감독은 K리그1 3위팀으로 감독상을 수상하는 최초의 사령탑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2021년에도 '센세이션'했다. K리그 성적은 9위로 다소 처졌지만, ACL 준우승을 거뒀다. 아쉽게 마지막 관문에서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3년간 김 감독이 보여준 지도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김 감독도 지도자로서 한 단계 올라서기 위해선 '우승'이 필요했다. "사실 그 동안 감독 커리어를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선수들이 즐겁게 축구할까', '팬들이 즐거워 할까'만 고민했다. 다만 주위에선 '그것만 가지고는 안된다'고 하더라. '우승 감독이 돼야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지 않겠냐'는 말들을 들었다. 욕심은 났지만 내 욕심만으로 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선수들이 잘 따라와줘야 했다. 결과적으로 선수들이 나를 믿고 잘 따라와줬다. 항상 선수들과 좋은 축구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지도자 커리어는 부임 4년 만에 업그레이드 됐다. 처음으로 '우승'이란 이력이 추가됐다. 포항은 4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2023년 FA컵 결승전에서 4대2로 승리, 2013년 이후 10년 만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 감독의 우승 비결은 '밀당(밀고 당기기)'이다. 포항에는 젊은 선수들도 있지만, 대부분 30대 초중반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프로 10년차가 넘는 선수들의 심리와 몸 상태를 관리하는 건 감독의 기본적인 업무다. 김 감독은 기본에 충실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선수들과의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다. "감독님의 주문대로 하니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선수들이 많다.

이전 팀에서 퍼포먼스가 떨어진 선수들을 포항으로 데려와 자극을 주면서 부활시키고, 젊은 선수들의 활용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지난 4년간의 시너지 효과가 FA컵 우승이란 결과물로 나타난 것이다. 무엇보다 올해 '창단 50주년'이라는 점에서 우승의 의미는 더 뜻깊었다.

무엇보다 김 감독의 혜안은 남다르다. 구단 운영의 적자 구조를 만회하기 위해 매년 주축 선수들을 이적시켜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대체자를 데려와 포항 스타일에 맞는 선수로 재탄생시킨다. FA컵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MVP에 오른 미드필더 김종우(30)가 좋은 예다. 김 감독은 "6번을 달고 잘 안된 선수가 종우밖에 없더라.(웃음) FA컵 결승전을 앞두고 '올해 골을 넣었냐'고 물어보니 '못 넣었다'고 하더라. '킹'보다는 '콩'이었는데 마지막 경기에서 골을 넣을 것 같았는데 진짜 골을 넣더라"라며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김 감독은 프로 사령탑이 된 뒤 매년 상종가였다. "포항은 변태같은 팀"이라는 '캡틴' 김승대의 표현대로 김 감독은 포항을 소위 '질 것 같지 않은 팀', '잘 될 수밖에 없는 팀'으로 만들었다. 부족한 예산 속에서도 모든 프로 감독들이 원하는 롤모델을 만든 셈. 타팀에서도 김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낸 적이 많았다. 그 때마다 포항과의 의리를 위해 포항을 선택했던 김 감독이다. 김 감독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추춘제로 변경된 ACL 우승을 향해 다시 달린다. 포항=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