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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강자' LG를 압도했던 유일한 팀이 있다...파죽지세 '가을태풍' 에너지 모아 북상 중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예측불허 단기전의 변수.

펜들은 재밌지만 현장은 죽을 맛이다. 벼랑 끝에 몰린 KT 위즈. 1차전에 패했을 때만 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2주 만에 복귀한 NC 다이노스 슈퍼에이스 에릭 페디가 마운드를 지배했기 때문이다.

페디는 당초 두가지 상반된 시선에 사로잡혀 있었다.

30경기 180⅓이닝 2904구. 야구 인생에서 가장 많은 공을 던진 시즌이었다. 그 피로를 2주간 타구 부상 휴식으로 씻어내고 나올 거란 기대감. 반면, 무뎌진 투구감각과 몸 상태에 대한 불안감이 피칭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구심도 상존했다.

실제 마운드에 오르자 긍정적 전망만 남았다. 휴식으로 에너지를 축적한 페디는 정규시즌보다 더 강력한 공을 던졌다. 직구와 체인지업 평균 구속이 시즌 때 보다 각각 4㎞쯤 빨라졌다.

투구 감각도 문제 없었다. 1회부터 152㎞ 강속구를 앞세워 삼자범퇴로 가볍게 출발했다. 주심 판정에 예민하게 반응할 정도로 강한 승부욕도 보였다.

2차전을 앞두고 KT위즈 이강철 감독은 사뭇 태연했다. 선수들의 동요와 긴장을 막고자 의식적으로 더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페디의 완승을 쿨하게 인정했다. "공백기가 있었는데도 100개 가까운 공을 던졌다. 정규시즌 때보다 더 좋았다. 슬라이더 각이 크고 존 끝에 걸쳤다. 투심패스트볼은 말려들어오니 타자들이 치기 힘들었다. 좋은 투수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페디보다 좋은 투수가 나오겠냐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라며 선수들을 다독였다. 반격의 2차전, 하지만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다크호스' 신민혁이었다. 페디를 빙의한 그는 6⅓이닝 1안타 1볼넷 무실점 완벽투로 KT 타선을 압도했다. 설상가장 선발 벤자민은 타구 부상으로 5이닝 만에 3실점 하고 내려왔다. NC 불펜진을 상대로 종반 열심히 따라갔지만 9회 무사 1,3루 찬스를 상대 호수비 속에 아쉽게 놓치며 2대3으로 패했다.

불운 속 2연패. 3연승으로 뒤집을 확률은 11.8%에 불과하다.

KT의 당초 눈높이는 LG와의 한국시리즈였다. 당연했다.

정규시즌을 마친 뒤 무려 19일을 쉬며 벤자민 고영표 엄상백 등 부상 투수들의 회복 시간을 가졌다.

정규시즌 상대전적도 플레이오프 잠재 후보 3팀에 모두 앞섰다. 3위 SSG에 10승1무5패, 4위 NC에 10승6패, 5위 두산에 10승1무5패였다. 어느 팀이 올라오든 탄탄한 선발야구로 제압이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결코 바라지 않았던 변수가 발생했다. NC가 단기전 4연승의 초고속 스피드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점이다. 준플레이오프 후 무려 4일을 쉬며 다시 에너지를 비축했다. 결정적으로 건강한 페디가 돌아왔다. 신민혁 마저 크레이지 모드다.

단기전에 꼭 필요한 '바빕신' 운도 따르지 않는다. 결과는 사면초가다. 중요한 건 2일 창원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3차전이다.

기세 좋은 NC가 또 한번 승리하면 이번 가을야구 7전 전승이자, 포스트시즌 10연승 신기록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게 된다.

LG가 긴장할 만한 요소는 한둘이 아니다.

돌아온 NC 슈퍼 에이스 페디가 일주일을 푹 쉬고, 8일 만에 한국시리즈 1차전에 등판한다. 최소 2차례 선발, 많게는 선발 구원 가리지 않고 3차례 시리즈 등판이 가능하다.

또 하나 찜찜한 부분이 있다.

포스트시즌에 올라온 팀 중 유일하게 LG에 상대 전적이 앞선 팀, NC 다이노스다.

10승6패로 9개 구단 중 LG에 가장 강했다. LG는 KT에 10승6패, SSG에 12승4패, 두산에 11승5패 등 나머지 가을야구 팀들을 상대로는 우위를 점했다.

정규시즌 상대전적은 단기전과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느낌이 다를 수 있다. 많이 졌던 팀을 만나면 조금 찜찜한 기분으로 단기전을 치를 수 밖에 없다. NC의 플레이오프 3연승이 현실이 되면 부담은 더 커진다. 또 한번 4일 휴식으로 피로를 정리하고, 실전감각은 살린 채 올라올 수 있다.

물론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는 5전3선승제인 플레이오프와 다르다.

설령 1패를 안고 시작해도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 체력도 앞서고, 종합적인 측면에서 LG 전력이 우세하다.

다만, 무서운 것은 현 시점에서 NC의 기세다. 노련한 베테랑 선수들과 젊은 유망주들의 신바람이 어우러져 초강력 태풍을 만들고 있다. 와일드카드→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에서 두산, SSG, KT를 집어 삼키면서 에너지가 극대화 됐다. LG로서도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 3차전 KT의 승리를 진심으로 응원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