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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보스턴行' 외계인의 바람은 특별보좌역의 '압박', 구단 '우린 에이스 필요, DH는 많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페드로 마르티네스가 얼마전 오타니 쇼헤이가 계약할 구단으로 보스턴 레드삭스를 꼽아 주목을 끌었다.

그는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에 "나는 오타니가 보스턴에서 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우리 팀에 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마르티네스는 보스턴에서 전성기를 보낸 레전드로 현재 데이비드 오티스, 팀 웨이크필드와 함께 보스턴 구단 특별 보좌역(special assistant)을 맡고 있다.

그는 덧붙여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뉴욕 메츠도 오타니를 데려갈 만한 돈과 명분을 갖고 있다"면서 "일부 구단들은 그에게 거액을 투자할 여유가 있겠지만, 내가 볼 때는 그를 진짜 영입할 구단은 특정 몇몇이다. 난 보스턴을 그 1번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마르티네스는 왜 보스턴이 오타니를 품에 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걸까. 뉘앙스는 사실 '확신'보다 '바람'에 가깝다. 이는 보스턴 구단 수뇌부에 "오타니와 계약하라"는 조언 또는 압박으로 들릴 수 있다. 마르티네스가 노리는 게 바로 이 지점일 것이다.

특별 보좌역이란 구단을 향해 직접적인 조언을 해달라고 만들어진 자리다. 보스턴은 마르티네스에게 투수 부문, 오티스에게 타자 부문, 웨이크필드에게 코칭스태프 및 육성 부문에 대한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턴은 지난 9월 체임 블룸 야구 부문 사장을 전격 경질했다. 물론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씌운 것인데, 부임 4년 만에 물러난 것이다. 블룸은 탬파베이 레이스 야구 부문 부사장으로 있다가 불과 36세였던 지난 2019년 10월 보스턴으로 스카우트됐다. 하지만 올해까지 4시즌 동안 보스턴이 포스트시즌에 오른 것은 2021년 한 번 뿐이다.

작년과 올해 똑같은 78승84패의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AL 동부지구 최하위의 수모를 당했다. 지난 여름 트레이드 데드라인 때 블룸 사장은 전력 보강에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아 클럽하우스의 반발을 샀고, 이게 구단 수뇌부를 자극해 경질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MLB.com은 당시 '존 헨리 구단주, 톰 워너 회장, 샘 케네디 CEO가 직접 경질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물론 마르티네스가 구단 사장을 맡을 수는 없으나, 입김이 작용할 수는 있다. 최근 마르티네스의 오타니 영입 발언에 대해 CBS스포츠는 '그의 의견이 구단 경영진에 전달됐는지, 아니면 순전히 개인적인 예상인지는 알 수 없지만, 레드삭스 팬들에게는 분명 듣기 좋은 음악과도 같을 것이다. 마르티네스가 말하는 것은 뭐든 보스턴 팬들의 귀에는 달콤하게 들린다'고 전했다.

하지만 보스턴이 실제 오타니 영입전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보스턴에 필요한 것은 에이스= 선발투수다. 타자가 아니다. 올시즌 보스턴 선발 평균자책점은 4.68로 30개팀 중 22위였다.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가 없고, 12승11패, 평균자책점 4.24를 올린 브라얀 베이요가 에이스였다. 크리스 세일이 모처럼 돌아와 활약했지만, 또다시 부상으로 2개월 넘는 빠지는 등 2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30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에이스가 절실하다.

하지만 오타니는 내년 시즌 투수로는 던질 수 없다. 지명타자로 밖에 못 뛰는데, 이미 그 자리에는 저스틴 터너, 요시다 마사타카가 버티고 있다.

과연 보스턴이 '레전드'의 말을 듣고 실행에 옮길 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화제가 됐던 장면인데 마르티네스가 지난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결승에서 일본 우승 확정 직후 오타니와 대화하는 있었다. 당시 현장에서 MLB 네트워크 해설위원으로 출연한 마르티네스가 오타니를 직접 인터뷰한 것이다.

당시 마르티네스는 "야구계와 모든 팬들, 모든 선수들, 야구를 아는 모든 사람들을 대표해 당신의 노력과 헌신, 야구를 위해 당신 이룬 모든 것들과 야구를 대표해서 한 것에 감사드린다. 개인적으로도 모든 일을 해낸 당신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전한다. 우리는 당신이 정말 자랑스럽고 고맙다. 당신은 특별한 존재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에게 감사하고 당신을 인정하고 싶다"고 전했다.

오타니가 페드로의 칭찬을 들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한 자세를 잃지 않은 게 인상적이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