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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최단신' 거인의 역전 3점포, 빚 받아낸 벌랜더 '기대한게 아니고 예감했다. 당연히'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현역 최단신 메이저리거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2루수 호세 알투베다.

MLB에 등록된 그의 키는 5피트 6인치, 167.64㎝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외야수이자 2루수 토니 켐프도 같은 키이니 공동 최단신 메이저리거라고 할 수 있다.

재밌게도 켐프도 휴스턴 출신이다. 2013년 드래프트 5라운드에 휴스턴의 지명을 받아 2016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2019년 여름 시카고 컵스로 트레이드됐으니, 알투베와는 3년 정도 한솥밥을 먹은 셈이다.

그러나 스타성, 경험, 인지도, 기록 등 모든 면에서 알투베에 비교할 선수는 아니다.

'작은 거인', '가을의 사나이'라는 별명답게 알투베가 또 일을 냈다. 21일(한국시각)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5차전서 역전 홈런포를 터뜨리며 5대4 승리를 이끌었다.

2-4로 뒤진 9회초 휴스턴은 야이너 디아즈의 좌전안타와 존 싱글턴의 볼넷으로 무사 1,2루 찬스를 맞았다. 상대 투수는 우완 호세 레클레르크. 알투베는 초구 85마일 바깥쪽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로 보낸 뒤 2구째 몸쪽으로 떨어지는 89.8마일짜리 체인지업을 벼락같은 스윙으로 끌어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발사각 32도, 타구속도 98.8마일, 비거리 382피트. 텍사스 좌익수 에반 카터가 펜스 위로 글러브를 뻗어봤지만, 닿을 수 없었다. 알투베의 홈런이 터지자 이날 휴스턴 선발인 저스틴 벌랜더가 더그아웃을 박차가 나와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가장 큰 제스처로 기쁨을 표시한 것이다.

경기 후 벌랜더는 "알투베가 타석에 들어서면 '기대한다(expect)'는 단어 가지고는 안 된다. (알투베를 보면)뭔가 대단한 일이 일어날 것을 예감한다(anticipate). 그는 종종 일을 해낸다. 그 순간에는 정말 믿기 어려운 느낌, 믿기 어려운 선수였다.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라커룸에서 놀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확실하다"고 말했다. 일을 낼 선수가 냈다는 의미다.

알투베는 포스트시즌 통산 26홈런을 마크, 이 부문 1위 매니 라미레즈(29개)에 3개 차로 따라붙었다. 휴스턴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다면 이번 가을 그가 1위로 올라설 수도 있다. MLB.com에 따르면 알투베가 9회 이후 앞서 나가는 홈런을 친 것은 이날이 3번째로 해당 항목에서 역대 최다 기록이다.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감독은 "첫째, 그는 큰 무대에 서고 싶어했다. 둘째, 그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왜냐하면 그런 상황에서는 필요한 것이니까. 집중력, 의욕, 편안함 모두를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능력. 모든 선수들이 그 세 가지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본 선수들 중 가장 지독한 선수다. 위대한 것을 종종 본다"고 극찬했다.

알투베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런 일이 있었다. 난 기분이 좋고 아드레날린이 막 분비되고 있다. 멋진 순간이었다. 우리가 이기지 않았는가"라고 소감을 나타냈다.

알투베는 지난 16일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어이없는 주루사로 추격 흐름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0-2로 뒤진 8회말 선두타자로 나가 볼넷으로 걸어나간 알투베는 알렉스 브레그먼의 깊숙한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히는 걸 보고 귀루하는 과정에서 2루를 밟지 않아 비디오 판독 끝에 아웃됐다. 중심타선으로 이어지는 황금 찬스에서 그야말로 횡사한 것인데, 홈 관중석에서 야유와 탄식이 동시에 쏟아졌다.

그날 휴스턴 선발투수가 벌랜더였다. 벌랜더는 6⅔이닝 6안타 2실점으로 역투했지만 패전을 안았다. 벌랜더는 이날 5차전에 선발등판해 5⅔이닝 동안 6안타로 4실점해 패전 위기였다. 알투베가 1차전 '빚'을 값은 셈이다.

이번 포스트시즌 9경기에서 알투베는 타율 0.256(39타수 10안타), 3홈런, 5타점, 8득점, OPS 0.831을 마크 중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