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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천재가 방망이도 뜨거워졌다' 김하성 골드글러브 수상→SD 연장계약 나설까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대접받는 곳은 아시아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무조건 타격이 좋아야 한다.

현장 감독에게 같은 포지션의 실버슬러거와 골드글러브 수상자 중 누굴 뽑겠냐고 물으면 열이면 열 모두 실버슬러거다. 3할-30홈런 타자는 연간 수천만달러에 이르는 연봉을 받지만, 타율 2할대 언저리에서 헤매는 골드글러브 수상자는 연봉 협상에서도 큰 메리트가 없다. 즉 수비만 잘하는 선수가 큰 돈을 만지는 경우는 없다. 흥미로운 건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대개 방망이 실력도 좋다는 것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은 작년 수비만 좋은 선수였다. 입단 2년차가 됐는데도 타석에서 헤맸다. 헛스윙이 많고, 찬스에서는 고개를 숙이기 일쑤였다. 그는 지난해 150경기에서 타율 0.251(517타수 130안타), 11홈런, 59타점, 58득점, OPS 0.708을 기록했다. bWAR은 5.0이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타격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유인구에 속는 경우 부쩍 줄었기 때문이다. 맞히는 능력이 발전한 것이다. 152경기에서 타율 0.260(538타수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OPS 0.749, bWAR 5.8을 마크했다. 복통 증세로 페이스가 처진 9월 이전, 즉 8월 말 타율은 0.277, OPS는 0.805였다. 후반기 한때는 bWAR 부문 내셔널리그 '톱3'를 다툴 정도였다.

김하성의 맞히는 능력과 선구안을 인정하기 시작한 샌디에이고는 그를 지난 6월 중순부터 리드오프로 기용했다. 1번 타순을 아무나 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하성은 이제 샌디에이고와의 4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내년 시즌에는 올해보다 나은 활약을 해야 FA가 돼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김하성은 2020년 12월 샌디에이고와 4년 보장액 2800만달러에 계약했다. 그리고 2025년 상호 옵션을 걸었다. 내년 시즌 일정 수준의 기록을 낸다면 옵션을 포기하고 FA 시장에 나갈 수 있다. 지금의 김하성 실력이라면 그럴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샌디에이고 구단은 이번 오프시즌 김하성과 계약을 연장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김하성이 FA가 되면 지금의 몸값에서 몇 배가 뛸 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연장계약은 일종의 입도선매다. 선수도 장기간 신분의 안정을 이룰 수 있어 서로에게 윈윈이다.

김하성은 올시즌 골드글러브 수상 가능성이 높다. 작년에는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투표 유격수 부문 2위에 그쳤는데, 올해는 2루수와 유틸리티 부문에서 동시에 최종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2관왕이 될 수도 있다.

유틸리티 부문은 LA 다저스 무키 베츠가 워낙 인상적이라 김하성은 2루수 수상이 점쳐진다. 경쟁자는 시카고 컵스 니코 호너, 필라델피아 필리스 브라이슨 스탓이다.

평균대비아웃(OAA)은 스탓이 +16, 호너가 +15로 전체 야수들 중 각각 7위, 10위지만, 김하성은 +10으로 23위로 처져 있다. 그러나 DRS(실점억제수비)서는 호너와 김하성이 양 리그 2루수 중 4,5위에 올랐고, 스탓은 8위다. UZR(수비영역평가)에서는 김하성이 8위, 스탓은 3위, 호너는 23위다. 이러한 수비 지표를 가지고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다.

결국 감독 및 코치들의 눈, 즉 그라운드 현장에서 더 깊은 인상을 누가 더 심어줬느냐가 수상자 향방을 가늠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김하성이 뒤질 이유는 없다. 감독은 소속 선수에게 표를 던질 수 없지만,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은 "김하성은 어디에 갖다 놓아도 수비를 잘 한다. 그는 골드글러브를 받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만약 김하성이 골드글러브를 품에 안는다면 연장계약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을까.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은 정규시즌 후 가진 현지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후안 소토와의 연장계약 검토를 언급한 바 있다. 김하성에 대해서는 관련 얘기가 없었다. .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