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유럽파 폼 미쳤다!' 한국, 손흥민-이강인-김민재-황희찬-정우영 릴레이골 앞세워 베트남에 6-0 대승 '3연승 질주'

[수원=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한국이 베트남에 대승을 거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A대표팀은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의 평가전에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턴)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생제르맹)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의 연속골을 묶어 6대0으로 승리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사우디 아라비아전에서 첫 승을 신고한데 이어, 지난 튀니지전에 이날 베트남전까지 3연승에 성공했다.

8번의 평가전을 모두 마무리한 클린스만호는 이제 실전에 돌입한다. 지난 3월 출범한 클린스만호는 3월과 6월, 9월과 10월 A매치를 치렀다. 굴곡이 많았다. 12년만에 16강 진출에 성공한 카타르월드컵 멤버를 중심으로 한 콜롬비아(2대2 무), 우루과이(1대2 패)와의 3월 A매치 2연전에서는 공격적인 축구로 호평을 받았지만, 이후 펼쳐진 경기들에서는 특별한 색깔이 보이지 않아 많은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최근 3연전을 통해 어느정도 반등에 성공하며, 실전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오는 11월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예선이 시작된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노리는 한국은 11월 16일 싱가포르-괌전 승자와 첫 경기를 치르고, 21일 중국과 2차전을 치른다. 태국까지 C조에 속한 한국은 한수 아래의 팀들을 상대하는만큼 무난한 승리가 예상된다. 2024년 6월 11일까지 2차예선을 치른 뒤, 9월부터는 최종예선에 해당되는 3차 예선을 진행한다.

11월 월드컵 예선을 마치면, 내년 1월에는 대망의 아시안컵에 나선다. 한국은 1960년 이후 64년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생제르맹) 등 황금세대를 앞세운 한국은 이번이야 말로 우승 도전의 적기로 여기고 있다. 아시안컵은 클린스만 감독의 중간 평가 지점이기도 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부터 줄곧 "목표는 아시안컵 우승"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한국은 말레이시아, 요르단, 바레인과 함께 E조에 속했다.

지난 8개월 한국축구는 '클린스만'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됐다. 선임부터 지금까지, 논란의 연속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2월 파울루 벤투 감독의 후임으로 선임됐다. '클린스만 감독이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전해졌을때부터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현역 시절 월드클래스급 활약을 펼친 명선수로, 한국 지휘봉을 잡은 지도자 중 최고의 커리어를 자랑하지만, 감독으로 변신한 후에는 잦은 구설에 시달렸다. 독일 대표팀을 이끌고 독일 월드컵 3위에 오른 것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오히려 잦은 미국행, 전술적 능력 부재, 해외파 선호는 물론, 특히 헤르타 베를린 시절에는 SNS로 사퇴를 발표하는 기행까지 저질렀다.

무엇보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 시스템이 사라진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클린스만 감독은 벤투 감독 선임 때와 달리, 구체적이고 투명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감독 선임위가 유명무실해진, 말 그대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픽이었다. 감독 선임을 진두지휘한, 사상 최초의 외국인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마이클 뮐러 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그 어떤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채 횡설수설하며, 팬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나섰다. 선임 기자회견에 나선 클린스만 감독은 똑 부러진 답변으로 어느정도 불만을 잠재웠다. 여론 역시 이왕 선임된거 지켜보자는 목소리로 선회했다. 3월 A매치에서 카타르월드컵 멤버를 그대로 내세운 클린스만호는 벤투 시절보다 보다 직선적인 축구를 가미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클린스만 감독이 처음부터 천명했던 아시안컵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허니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국내 상주를 약속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잦은 외유로 도마위에 올랐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대표팀 시절부터 잦은 미국행으로 구설에 시달렸다. 이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협회는 클린스만 감독 선임을 발표하며 '국내에 상주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클린스만 감독 역시 "한국에서 지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벌써 4차례나 해외에 나갔다. 6개월 동안 국내에 머문 기간은 67일 밖에 되지 않았다.

국내에 없으니 당연히 K리그를 제대로 지켜보지 않았다. 지난 A매치에서 데뷔전을 치른 안현범(전북 현대)의 경우, 직접 보지 않고 선수를 선발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우까지 범했다. K리거를 외면하니 유럽파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독일 3부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발탁되기도 했다. 불만이 높아지는데, 클린스만 감독은 외부활동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해외 축구프로그램 패널로 나서 토트넘, 리오넬 메시, 해리 케인 등을 얘기했다. 명단 팔뵤는 생략하고,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유럽챔피언스리그 조추첨식에 다녀왔다. 클린스만 감독은 미국에서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했지만 여론은 악화됐다.

유럽 원정은 기름을 부엇다. 클린스만호는 영국에서 웨일스, 사우디아라비아와 2연전을 치렀다. 경기 보다 외적인 이슈가 대표팀을 덮었다. 출발 전부터 잦은 외유, K리거 외면, 유럽파 중용 등으로 시끌시끌하더니, 현지 도착 후에도 각종 문제를 일으키며 가뜩이나 좋지 않은 여론에 기름을 부엇다. 친정팀 바이에른 뮌헨과 첼시의 자선경기에 출전하겠다고 떼를 쓰는가 하면, 아들을 위해 웨일스 주장 애런 램지에게 유니폼 교환을 요청했다는 이야기가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상황이 좋지 않게 흐르자 스포츠조선 등 현지로 간 기자들과 1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K리그를 다 볼 필요가 없다", "나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감독을 찾아라"라는 말로 팬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무엇보다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사우디전에서 조규성(미트윌란)의 결승골로 1대0 신승을 거두며, 마침내 첫 승에 성공했지만,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앞선 5번의 경기에서는 모두 승리하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3월 콜롬비아(2대2 무), 우루과이(1대2 패), 6월 페루(0대1 패), 엘살바도르(1대1 무)를 상대했지만 2무2패를 기록했다. 9월 A매치 첫 상대였던 웨일스는 1.5군에 가까운 전력이었지만, 유효슈팅 1개 밖에 날리지 못할 정도의 빈공을 보였다. 직전 주말 손흥민의 해트트릭을 포함, 유럽파들이 맹활약을 펼쳤지만, 대표팀으로 옷을 갈아입고는 침묵했다.

설상가상으로 선수들의 제 포지션 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직전 멀티골을 넣었던 홍현석(헨트)은 중앙이 아닌 측면에서 헤매는 모습이었고, K리그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 이순민(광주FC)을 공격형으로 활용했다. 당연히 경기가 제대로 될리가 만무했다. 부임 후 역대 최장 기간 무승 기록은 클린스만 감독의 몫이었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지만, '무색무취'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색깔이 없는 경기를 보여주고 있다. 입으로는 공격축구를 부르짖지만, 정작 6경기에서 5골 뿐이다. 세부 디테일은 부족하고, 해줘 축구가 난무하는 모습이다. 불행하게도 지금 대표팀은 역대 최고의 멤버를 자랑한다. 여론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같은 여론에 따라, 9월 A매치 후 한국에 들어왔다. KFA는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국내 귀국을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스만 감독 역시 현재 상황을 고려해, 협회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귀국 후 인터뷰에서 "이번 소집을 통해 긍정적인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하는지, 다음 소집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나눌 수 있었다"며 "많은 분들이 나를 기다리신다고 해서 들어왔다.(웃음) 협회에서 보통 해외 원정을 마치면 감독이 선수들과 같이 들어온다고 하더라. 일정을 바꾼다고 큰 문제가 없었고, 팀고 이동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친선 경기 후에 많은 분들이 환영해주는 새로운 경험도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5일만에 다시 한국을 떠났다. K리그 두 경기를 관전한 뒤,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에서 또 다시 ESPN 패널 활동을 이어가며, 팬들은 폭발직전까지 갔다. 이어 클린스만 감독은 이전과 별반 다를번 없는 명단을 발표했고, 한국에 들어와 K리그를 관전했다는 소식이 뉴스가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9일 대표팀 소집 전 온라인을 통해 미디어 간담회를 가졌는데, 여전히 최근의 상황이 이렇게 되가는 것에 대해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동시에 지금의 스타일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여론이나 팬들의 생각은 협회 오피서를 통해 듣고 있다. 매번 이야기하는 시작점으로 가게 됐다. 내가생각하는 부분과 미디어, 팬들이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다. 아직도 우려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대표팀 감독의 업무는 국제적인 활동울 해야 한다. K리그 감독을 하면 상주를 해야 한다. 대표팀 역할은 다르다. 지속적으로 어디에 있던 일을 하고 있다. 난 바쁘게 살았다. 대표팀 감독 하면서 변화를 주거나 하지 않을거다. 내 스스로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는지 알고 있다. 열심히 일하면 메이저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나와 코칭스태프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지속적으로 내 업무 방식으로 대표팀을 운영할거다. 9월 A매치 끝나고 해외 일정이 있었지만, 대화를 통해 팀과 함께 국내로 왔다. K리그를 안보지 않는다. 와서도 많이 보려고 한다. 이번에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봤고, K리그도 봤다. 지속적으로 업무하면서 아시안컵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 업무 방식을 바꾸지 않을거다. 다시 이야기하고 싶지만 대표팀은 국제 경기를 치러야 한다. 메이저 대회는 해외에서 열린다. 소속팀이나 리그 경기와는 다르다. 국제적으로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경기를 치르는지, 경쟁 국가의 주요 선수가 어떻게 할약하는지, 튀니지전의 경우 선수들이 리그1에서 뛴다. 국제적 시야를 갖고 많은 것을 보고 분석을 하는게 중요하다. K리그 감독이라면 한국에서 여러 팀을 분석해서 어떻게 활약하고 꾸리는지 걱정하겠지만 대표팀 감독은 많이 다르다. 어제 서울과 전북 경기를 ”H는데 페트레스쿠 감독과 대화를 나눴다. 페트레스쿠와 내 일은 다르다. 감자기 해외에 나가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한국 상황을 최대한 분석하고 최대한 이야기하고 공부를 해야한다. 하지만 대표팀의 경우 상대팀은 해외에 있다. 중요한 선수들이 해외에 있다. 다르다. 9월에 입국했을때 협회 슬로건이 무빙 포워드다. 런던이나 유럽에 사무실을 차리는게 방법이 될 수 있다. 대표팀 구성 중 70%가 해외파다. 유럽에서 사무실 차리면 스코틀랜드 오현규 양현준 등을 볼 수 있다. 관심 있게 보고 일을 할 수 있다. 내 사무실은 그 어느 공간이든 노트북만 있으면 그 곳이 내 사무실이다. 협회 오피서와 이야기를 하는게 팬들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으면 알려줄 수 있다. 지속적으로 소통을 할 수 있다. 아시안컵까지 좋은 성적을 내면 북중미월드컵까지 넓은 업무 반경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다시 한번 대표팀 감독의 업무와 프로팀 업무가 다르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여론은 야유를 통해 표출됐다. 13일 한국-튀니지의 평가전이 열린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이날 경기 시작 30분 전 한국 선수들의 소개가 시작됐다. 선발 출전하는 선수들의 이름이 불렸다. 전광판에는 선수들의 얼굴이 떴다. 일찌감치 경기장에 꽉 들어찬 구름관중들은 선수들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환호했다. 이날 선발 출전하는 이강인의 얼굴이 비춰지자 팬들의 환호성은 경기장을 가득메웠다. 역시 환호성이 최고조에 달한 건 손흥민의 이름이 불렸을 때다. 손흥민은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8경기에서 6골을 터뜨리면서 득점 2위에 랭크돼 있다.

하지만 곧바로 장내는 함성이 아닌 야유 소리로 바뀌었다. 장내 아나운서가 클린스만 감독의 이름을 호명하자 관중들은 "우~~"라고 비난하면서 야유를 보냈다.

다행히 튀니지전 내용과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4-2-3-1 포메이션을 선택한 클린스만 A대표팀 감독은 최전방 원톱에 조규성, 2선에 이재성(마인츠) 이강인 황희찬(울버햄턴)을 배치했다. 박용우(울산 현대)와 홍현석이 3선, 4백은 이기제(수원 삼성)-김민재-정승현-설영우(이상 울산 현대)였다. 골키퍼는 김승규(알 샤밥). 당초 3선에는 황인범(즈베즈다)가 배치됐지만, 경기 직전 갑자기 스타팅 멤버가 바뀌었다. 황인범이 경기 전 몸을 풀던 도중, 몸에 이상을 느꼈고, 결국 교체됐다. 몸상태가 좋지 않은 손흥민은 벤치에 앉았다.

한국은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면서 적극적 공세를 초반부터 시작했다. 전반 30분까지 한국은 쉴 새 없이 두드렸지만, 튀니지의 수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김민재의 위력적 전진 패스, 황희찬의 날카로운 침투, 이강인의 사이드 돌파, 그리고 황인범 대신 나온 홍현석의 강력한 활동력이 돋보였지만, 골을 만들어내진 못했다. 2% 부족했다. 결국 전반은 0-0, 균형은 깨지지 않았다. 한국의 강력한 압박과 중원 지배력은 인상적이었지만, 최전방 공격작업은 둔탁했다. 결국 한국은 전반, 결정적 한 방이 없었다. 벤치에 앉아 있던 손흥민의 공백이 아쉬웠던 전반전이었다.

후반, 양팀은 좀 더 공격적이었다. 이강인의 절묘한 드리블에 의한 스루 패스. 황희찬의 왼쪽 돌파에 의한 크로스가 이어졌지만, 찬스가 연결되진 않았다. 후반 10분, 이강인의 절묘한 드리블에 의해 상대가 파울. 오른쪽 45도 PA 바로 앞이었다. 이강인에게는 '골든 존'이었다. 이강인의 환상적 감아차기가 나왔다. 알제리 수비벽을 절묘하게 넘겨 그대로 오른쪽 골대 상단에 꽂혔다. 골키퍼 다흐멘이 몸을 날렸지만, 막을 수 없었다. 1-0, 드디어 고대하던 첫 골이 터졌다. 2분 뒤 또 다시 이강인이 번뜩였다. 페널티 박스 안 혼전 상황. 이강인에게 걸렸다. 그대로 수비 한 명을 제친 이강인은 왼발로 골문을 두드렸다. 이번에는 골키퍼 다흐멘이 꼼짝할 수 없는 골이었다. 2-0. 전반, 압도적 점유율에도 골이 없었던 한국의 '크랙'은 이강인이었다.

후반 19분 다급해진 튀니지는 2명의 선수교체로 분위기를 전환하려 했다. 그러나, 이강인의 기세는 막을 수 없었다. 하프라인부터 폭풍같은 30m 드리블을 선보였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이강인"을 연호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결국 기세가 오른 한국은 세번째 골까지 기록했다. 후반 22분 이강인의 날카로운 코너킥이 이번에는 김민재의 머리에 걸렸다. 이강인은 이날 경기에서만 무려 2골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수비에서 철옹성을 자랑했던 김민재도 득점 레이스에 가담했다.

후반 인저리 타임, 황의조는 상암벌 축제에 대미를 장식했다. 역습 상황에서 깔끔한 오른발 슈팅으로 튀니지 수비를 완전히 찢어놨다. 4대0 대승을 마무리한 클린스만호는 첫 연승에 성공했다. 튀니지는 FIFA랭킹 31위의 아프리카 강호. FIFA랭킹 28위인 한국보다는 순위에서는 뒤져 있지만, 역대전적 1무1패로 한국이 뒤져 있다. 이날 대승으로 클린스만 감독은 일단 '위기'를 넘겼다. 에이스 손흥민이 없었지만, 강력한 전방 압박과 이강인 김민재의 골로 오랜만에 시원한 승리를 거뒀다. 최근 A매치에서 강력한 수비력을 입증한 튀니지를 상대로 4골을 넣었다는 점은 확실히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다음 상대가 베트남이었다. 당초 FIFA 랭킹이 다소 낮은 베트남과의 평가전이 큰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셌다. 베트남의 FIFA랭킹은 95위였다. 전력차가 크다. 베트남은 직전 중국과의 A매치에서 0대2로 패했다. 최근 한국은 동남아 팀과 경기를 많이 하지 않았다. 한국이 안방에서 동남아팀과 친선경기를 치르는 것은 무려 32년만의 일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당연히 세계 최강국을 상대하면 좋다. 나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대륙마다 대회가 많아서 매치업이 쉽지 않다. 어려움이 있고, 그러면 어떻게 A매치에서 최대한 얻을 수 있을까, 그러면 아시안컵을 대비하자. 다른 유형을 하고 대비하는게 좋다고 생각해서 생각한거다. 약팀이 아니라 베트남을 아시안컵이나 예선에서 만나야 한다. 약체는 아니다. 좋은 팀과 만나지 못했을때 어떻게 최대한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고 했지만, 과연 안방에서 평가전까지 치러가며 대비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다행히 팬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대한축구협회(KFA)는 경기를 앞두고 "17일 저녁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vs베트남전 입장권이 17일 오후 2시에 매진됐다. 수원월드컵경기장 좌석은 총 4만1천여석"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대표팀 경기가 3회 연속 매진됐다. KFA는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으로 열린 2021년 9월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레바논전을 제외하고, 지난 2018년 9월 칠레전, 2022년 6월 파라과이전에 이어 오늘 베트남전까지 최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대표팀 경기가 3회 연속 매진됐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평가전인만큼 내용이 중요했다. 결과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최정예 카드를 내세웠다. '캡틴' 손흥민이 복귀했다. 하루 전까지 손흥민의 출전 여부는 의문부호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16일 "손흥민은 물음표다. 오늘 훈련을 통해 최종적으로 몸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어느 정도 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지 판단한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리 근육 이상으로 100%의 몸상태가 아니다. 튀니지전에도 결장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튀니지전 후 "손흥민은 항상 그라운드에서 뛰길 원한다. 하지만 뛰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고, 휴식을 취하기를 권유했다. 부상이 악화되는 것이 우려스러웠다"며 "손흥민의 다리 근육 상태는 100%가 아니다. 지난 2주 동안 경기를 출전한 것도 무리한 부분이었다. 멀리 봐서 내년 1월 카타르아시안컵에서 뛰면 된다. 다음달 월드컵 2차 예선에서도 건강한 손흥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손흥민도 튀니지전 결장에 대해 "감독님과 얘기된 부분이다. 나 없이도 선수들이 잘해줘서 자랑스럽다"고 미소지었다.

다만 출전 의지는 강했다. 손흥민은 "난 항상 매 경기 뛰고 싶다. 난 다른 욕심은 없지만 경기 출전 욕심은 많다"며 "한국에서 하는 경기인만큼 잘 준비하겠다. 기회가 되면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캡틴'의 의지는 강했다. 손흥민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6월 A매치 이후 4개월 만에 국내 팬들과 만났다.

지난 튀니지전과 비교해 두 자리가 바뀌었다. 손흥민이 홍현석 대신에 나섰고, 오랜만에 조현우가 김승규 대신 골문을 지켰다. 포백은 이기제-김민재-정승현-설영우, 허리진은 박용우를 원볼란치로, 황희찬 손흥민 이재성 이강인이 2선에 포진했다. 한국축구가 자랑하는 황금의 2선이 모두 그라운드로 나섰다. 원톱은 조규성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명단을 발표하며 연속성과 지속성을 강조했는데, 조직력을 가다듬기 위한 판단으로 보였다.

과거 일본 대표팀을 이끌었던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도 두이 만, 도 훙둥, 은구옌 투안 안, 판 투안 타이, 은구옌 호앙 둑, 은구옌 딘 박, 보 민 트롱, 팜 투안 하이, 부이 호앙 비엣 안, 당 반 람, 트루옹 티엔 안이 선발로 나섰다.

킥오프 전 박항서 전 감독이 격려자로 나섰다. 대한축구협회는 '국내에서 치르는 A매치에서 직전에 지도했던 외국 대표팀 선수를 격려하는 건 박 전 감독이 처음'이라고 했다. 박 전 감독은 2017년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약 5년 동안 베트남 A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끌고 각종 국제대회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고 베트남의 '국민 영웅' 반열에 올랐다. 박 전 감독은 베트남 사상 첫 아시안게임 4강 진출(2018년), 동남아시안(SEA) 게임 축구 우승(2019년), 월드컵 최종예선(2022 카타르 대회) 진출 등 비약적인 성과를 거뒀다. 지난 1월 빅토리 컵 시상식에서 외국인 감독상을 받아 한해를 통틀어 베트남 최고의 외국인 스포츠 지도자로 인정받았다. 박 전 감독의 지도에 힘입어 베트남은 2016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4위에서 지난해 12월 96위로 크게 상승했다. 박 전 감독은 지난 1월31일을 끝으로 베트남과의 동행을 마무리했다. 박 전 감독은 모처럼 경기장에서 제자들과 조우했다.

킥오프, 초반부터 한국이 베트남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전반 3분 첫번째 슈팅이 나왔다. 황희찬이 왼쪽을 돌파하며 흐른 볼을 박용우가 강하게 때렸다. 떴다. 한국은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베트남이 빌드업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 조규성부터 미드필더들의 강한 움직임이 돋보였다. 5분만에 선제골이 터졌다. 이강인이 오른쪽에서 올려준 코너킥을 김민재가 헤더로 밀어넣었다. 이강인의 정확한 킥, 김민재의 위치선정이 돋보였다. 둘은 지난 튀니지전에 이어 또 한골을 합작했다. 김민재의 A매치 두 경기 연속골이었다.

베트남의 공격을 잘 막아낸 한국은 7분 손흥민 황희찬으로 이어진 볼이 이기제에게 전달됐다. 이기제의 컷백은 아쉽게 슈팅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한국의 공세는 계속됐다. 2선에서 공이 잘 돌며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너무 세밀하게 만들려고 하다보니, 슈팅까지는 연결되지 않았다. 13분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조규성이 포스트 플레이를 하며 뒤로 내줬다. 황희찬이 수비 한명을 제친 후 오른발슛을 시도했다. 수비를 맞고 아웃됐다.

15분 결정적 찬스를 놓쳤다. 이강인이 오른쪽에서 오버래핑에 나선 설영우에게 스루패스를 찔렀다. 설영우는 지체없이 땅볼 크로스를 보냈고, 이강인이 노마크에서 슈팅을 시도했다. 아쉽게 왼쪽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이어 16분에는 이강인이 절묘한 바디페인트로 수비 한명을 제친 후 손흥민에게 스루패스를 날렸다. 손흥민이 골키퍼와 맞서는 기회에서 오른발슛을 시도했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찬스는 계속됐다. 조규성과 설영우가 연속해서 슈팅을 때렸지만 모두 수비를 맞고 나왔다. 18분에는 조규성이 내준 볼을 손흥민이 뛰어들며 때렸다. 제대로 맞지 않았다.

19분에는 이강인이 아크 정면에서 강력한 중거리슛을 시도했다. 수비에 막혔다. 한국은 이후에도 강력한 압박을 이어가며, 베트남이 전진조차 못하게 했다. 한국은 한수 아래의 베트남을 상대로 1대1에서 절대 우위를 보이며, 시종 압도하는 모습이었다. 유려한 패스워크까지 선보였다. 22분이 돼서야 베트남의 첫 슈팅이 나왔다. 김민재의 발에 맞고 나온 볼을 뛰어 들어가던 트루옹 티엔 안이 오른발슛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23분 또 한차례 위기가 왔다. 한국 수비가 어수선한 플레이로 돌파를 허용했다.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김민재 머리를 맞고 뒤로 넘어갔다. 트루옹 티엔 안이 잡아 접은 후 왼발슛을 시도했다. 골대를 벗어났다. 베트남 선수들이 대단히 안타까워할 정도로 우리 입장에서는 위험한 장면이었다.

한국이 다시 공격에 나섰다. 24분 이재성이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침투하던 조규성을 향해 멋진 패스를 보냈다. 조규성은 수비를 제친 후 뒤에 오던 노마크의 손흥민에게 내줬다. 손흥민이 오른발슛을 시도했지만 아쉽게 떴다.

26분 추가골이 터졌다. '더코리안가이' 황희찬의 발끝이 번뜩였다. 이재성이 기가막힌 스루패스를 찔렀다. 뛰어들어가던 황희찬이 골키퍼와 맞서는 상황에서 침착한 왼발슛으로 베트남 골망을 흔들었다. 27분 황희찬이 말그대로 황소같은 돌파를 선보였다. 왼쪽을 완전히 무너뜨린 후 크로스를 올렸다. 조규성이 뛰어들며 머리에 맞췄지만, 아쉽게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베트남도 반격했다. 설영우의 패스 미스를 가로챈 베트남은 아크 정면에서 은구옌 딘 박이 슈팅을 시도했지만, 떴다. 30분 손흥민이 또 한번 슈팅을 시도했지만,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이강인이 오른쪽에서 왼발 아웃사이드 크로스를 올리자 수비가 걷어냈다. 이를 이재성이 잡아 중앙의 손흥민에게 내줬다. 손흥민이 수비 앞에서 슈팅을 때렸지만, 수비를 맞고 나왔다. 32분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이 이강인에게 찌르고, 이강인이 돌아들어가던 조규성에게 찔러줬다. 조규성의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34분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이강인이 키커로 나섰다. 이강인은 지난 튀니지전에서 프리킥 득점을 기록할 정도로 감각이 좋았다. 이강인이 특유의 팔 동작을 그리며 슈팅을 날렸다.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한국은 왼쪽에 포진한 황희찬의 1대1을 축으로 공격에 나섰다. 이재성과 손흥민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공격을 지원했고, 조규성은 헌신적인 움직임으로 공간을 만들었다. 수비 집중력이 다소 떨어지는게 아쉬웠지만 전방압박을 좋았다. 45분 설영우가 오른쪽에서 찔러 준 볼을 이재성이 잡아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약했다. 전반은 결국 2-0으로 마무리됐다.

후반전이 시작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세명의 선수를 바꿨다. 수비진이었다. 이기제 설영우 정승현이 빠지고 김진수(전북) 김영권 김태환(이상 울산)이 들어갔다. 김민재는 오른쪽 센터백으로 자리를 옮겼다. 후반 1분 이강인이 오른쪽을 돌파하며 왼발 크로스를 시도했다. 조규성이 오버헤드킥으로 득점을 노렸지만, 아쉽게 제대로 맞지 않았다. 후반 4분에는 역습에 나섰다.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손흥민이 다시 이강인에게 내준 볼은 침투하던 황희찬에게 연결됐다. 황희찬의 왼발슛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 황희찬의 슈팅이 베트남 선수에 몸을 맞고 나왔다. 핸드볼이라 항의했지만, 주심은 인정하지 않았다.

후반 5분 추가골이 터졌다. 손흥민이 이재성과 2대1 패스를 통해 왼쪽 하프스페이스까지 들어갔다. 바로 컷백을 시도했고, 볼은 베트남 수비 맞고 자책골로 연결됐다. 보 민 트롱의 자책골이었다. 베트남은 12분 코너킥 상황에서 도 두이 만의 슈팅이 떴다. 이어 한국은 역습에 나섰다. 이강인이 찔러준 볼을 조규성이 잡아 돌파하며 크로스를 올렸다. 손흥민이 모처럼 보기 힘든 헤더를 시도했지만 제대로 맞지 않았다.

13분 김민재가 높은 위치에서 커트한 볼을 오버래핑한 김진수에게 연결됐다. 김진수의 크로스를 이강인의 머리에 맞았지만, 골키퍼에 막혔다. 이어 바로 득점이 나왔다. 14분 이강인에게 볼을 건네 받은 손흥민이 황희찬에게 연결했다. 황희찬이 내준 볼을 손흥민이 슈팅으로 연결했다.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16분 퇴장이 나왔다. 손흥민이 과감한 압박으로 공을 가로채려던 중, 부이 호앙 비엣 안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지체없이 레드카드를 꺼냈다. 손흥민의 프리킥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19분 이재성 조규성이 빠지고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황의조(노리치시티)가 들어갔다.

24분 추가골이 터졌다. 이강인이었다. 이강인은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박스 안으로 진입해 수비 한명을 제친 후 침착한 오른발 감아차기로 추가골에 성공했다. 이어 1분 뒤에는 이강인의 멋진 스루패스를 받은 황의조가 오른발슛을 시도했다.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이어 황의조는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강력한 오른발슛을 시도했다. 수비 맞고 골대를 벗어났다.

27분 베트남이 이날 들어 가장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날카로운 프리킥이 한국의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다섯골차로 벌어지자 베트남도 공격적으로 나섰다. 빠른 역습을 통해 기회를 노렸다. 30분 한국이 또 한장의 교체카드를 썼다. 김민재를 빼고 김주성을 투입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4만2175명의 관중이 찾았다.

한국은 계속해서 공세의 수위를 늦추지 않았다. 최전방과 2선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베트남의 수비를 흔들었다. 베트남은 선수 교체를 통해 분위기 전환을 노렸지만, 한국과의 클래스 차이가 너무 컸다.

베트남이 후반 37분 역습에 나섰다. 김영권이 은구옌 투안 안의 슈팅을 육탄 방어로 막아냈다. 위기를 넘긴 한국은 다시 공세에 나섰다. 이강인과 손흥민이 여러차례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시안게임의 히어로' 정우영도 골릴레이에 합류했다. 41분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황의조가 수비 한명을 앞에 두고 슈팅을 날렸다. 슈팅은 굴절되며 골키퍼가 가까스로 쳐냈다. 이를 정우영이 뛰어들며 마무리했다. 정우영은 이번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8골을 넣으며 득점왕을 차지했다.

베트남은 43분 역습 상황에서 날카로운 패스로 기회를 모색했지만, 마지막 순간 슈팅을 날리지 못했다. 한국 수비의 집중력이 아쉬웠던 플레이였다. 44분 황희찬이 아크 정면에서 수비 한명을 제치고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아쉽게 골대를 멋어났다. 한국은 남은 시간을 잘 보내며 6대0 대승을 마무리했다. 한국은 10월 A매치 두 경기에서 10골-무실점이라는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최고의 경기력을 보였다.

수원=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