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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 악몽'에 시달리는 LAD, 왜 로버츠 감독을 경질하지 않을까?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LA 다저스가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우승으로 디비전시리즈(DS)에 직행했을 때 전문가들은 빈약한 선발진을 가장 큰 약점으로 꼽았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와일드카드시리즈에서 밀워키 브루어스를 2승으로 물리치고 다저스의 DS 상대로 결정됐을 때 리그챔피언십시리즈(NLCS)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래도 최근 11년 동안 10번 지구 타이틀을 거머쥔 다저스의 저력을 믿은 팬들은 NLCS 진출은 무난할 것으로 기대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DS 1차전에 클레이튼 커쇼를 내세웠다. 신예 파이어볼러 바비 밀러도 1차전 선발 후보였으나, 풍부한 경륜과 시즌 막판 안정감에서 커쇼를 더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을 제대로 찍혔다. 1회 1회초 6안타와 2볼넷을 내주고 6실점하는 최악의 피칭을 하고 고개를 숙이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2대11의 대패.

2차전 선발로 나선 밀러는 1⅔이닝 동안 4안타와 2볼넷를 허용하고 3실점한 뒤 교체됐다. 다저스는 2대4로 무릎을 꿇었다. 홈에서 열린 1,2차전을 원투 펀치의 난조로 내줬으니, 피닉스로 이동하기 전 이미 시리즈는 애리조나로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

12일(한국시각)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3차전도 선발투수 싸움에서 승부가 갈렸다. 다저스 선발 랜스 린은 2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3회 솔로홈런 4방을 얻어맞고 4실점했다. 다저스는 2대4로 패했다. 린이 내준 점수가 실점의 전부였다.

다저스의 이번 포스트시즌 실패는 선발투수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MLB.com은 '다저스를 비난할 수 있는 이유들은 많다. 다저스는 지난 8월 초 트레이드 시장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을 보강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해결하려 했다. 이번 시리즈 피칭 플랜은 결과적으로 다저스의 운명을 크게 망쳐버리고 말았다'고 논평했다.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사장이 지난 여름 정상급 선발투수를 영입하지 않아 지금 이 사달이 났다는 얘기다. 그나마 트레이드로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이적해 7승2패, 평균자책점 4.36을 마크하며 그런대로 제 역할을 했던 린마저도 3차전을 망쳐버리고 말았다. 린은 올 정규시즌서 44개의 홈런을 허용해 이 부문 최다 기록자였다. 이날 한 이닝에 4홈런을 얻어맞은 게 우연은 아니었다.

그런 선발투수를 홈런 4방을 얻어맞을 때까지 내버려 둔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어떤 마음이었던 것일까. 린이 3회 선두 헤랄도 페르도모에게 첫 홈런을 내주며 0-0의 균형이 깨졌다. 애리조나 홈팬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1사후 린은 케텔 마르테에게 우측으로 두 번째 홈런을 얻어 맞았다. 그러나 로버츠 감독은 자신감을 상실하고 벌겋게 상기된 린의 얼굴을 보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2사후 크리스티안 워커의 좌월 솔로홈런이 나왔다. 그제서야 다저스 불펜이 움직였다. 좌완 케일럽 퍼거슨이 등장해 몸을 풀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 가브리엘 모레노가 린의 4구째를 우측으로 밀어친 타구가 비디오 판독으로 홈런에서 파울로 번복되는 그 긴 시간에도 로버츠 감독은 벤치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모레노는 로버츠 감독의 태도를 비웃 듯 린의 다음 공을 통타해 좌중간 펜스를 넘겨버렸다. 로버츠 감독은 그제야 어슬렁거리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물론 이번 DS의 책임을 감독에게만 몰아갈 순 없다. 정규시즌 MVP 후보들인 무키 베츠와 프레디 프리먼의 이번 시리즈 졸전은 역사에 남을 만하다. 3경기에서 베츠는 11타수 무안타 1득점, 프리먼은 10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로버츠 감독은 현존 최고의 감독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벤치코치로 있단 2015년 11월 다저스 지휘봉을 잡은 로버츠 감독은 올해까지 8년 동안 정규시즌 통산 753승443패(0.630)를 기록했다. 역대 감독 승률 4위인데 1000경기 이상을 지휘한 142명 중에는 단연 1위다.

다저스는 60경기 단축시즌인 2020년을 빼면 2019년부터 올해까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4시즌 연속 정규시즌 100승의 위업도 달성했다. 로버츠 감독의 업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다저스는 최근 5년간 포스트시즌서 3번을 첫 관문인 DS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맛봤다. 작년에는 팀 역대 정규시즌 최다인 111승을 올리고도 DS에서 샌디에이고에 1승3패로 패했다.

로버츠 감독은 이날 패배까지 포스트시즌 통산45승39패를 마크 중이다. 승률 5할 이상이니 문제 삼기는 어려울 수 있다. 또한 8년 연속 가을야구를 이끌면서 일군 NL 우승 3번, 월드시리즈 우승 1번의 성과도 폄하해서는 안된다.

그런데도 로버츠 감독은 가을야구에 약하다는 평을 받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용병술과 작전이 잦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과 올해 다저스의 DS 경기력은 구단 역사상 최악으로 꼽을 만하다.

그런데도 다저스가 로버츠 감독에 2번의 연장 계약을 통해 '롱런의 권한'을 준 것은 구단이 원하는 것을 해주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흥행 구단이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10년 연속(2020년 코로나 무관중 시즌 제외) 관중 동원 1위의 기록을 이어갔다. 로버츠 감독 체제로는 8년 연속이다.

프로 구단에 흥행 만큼 중요한 경영 평가 기준도 없다. 입장 관중은 곧 구단의 수입과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정규시즌 성적 만이 보장해줄 수 있는 구단의 존재 이유인 것이다. 포브스가 지난 4월 발표한 구단 가치에서 다저스는 48억달러로 뉴욕 양키스(71억달러)에 이어 2위를 지켰다. 일정 부분 로버츠 감독의 지휘력 덕분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포스트시즌 성적은 그야말로 '보너스' 정도로 보는 것이다.

다저스가 매년 가을만 되면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로버츠 감독을 신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언론과 팬들이 로버츠 감독을 비난해도 프리드먼 사장은 "내년에도 우리 감독은 로버츠"라고 발표할 지도 모른다. 로버츠 감독은 지난해 3월 3년 연장계약을 해 2025년까지 다저스 지휘봉을 잡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