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점퍼' 우상혁(27·용인시청)이 한국 육상 역사를 새로 썼다. 대한민국 육상 선수 최초로 '별들의 잔치'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서 마침내 우승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우상혁은 17일(한국시각)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3년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남자 높이뛰기 경기서 2ｍ35를 넘어 최정상에 섰다. 우상혁은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 상금 3만달러(약 4000만원)도 챙겼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하는 다이아몬드리그는 1년에 총 14개 대회를 치른다. 13개 대회에서 쌓은 랭킹포인트로 순위를 정해 '챔피언십' 격인 14번째 파이널 대회에서 '최종 승자'를 가린다. 각 대회 1∼8위는 순위에 따라 차례로 승점 8∼1점을 받는데, 남자 높이뛰기는 총점 상위 6명이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출전 자격을 얻는다.
이날 우상혁은 최고의 컨디션을 보였다. 2ｍ15→2ｍ20→2ｍ25→2ｍ29를 모두 1차 시기에 넘었다. 2ｍ29까지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바를 넘은 선수는 우상혁과 주본 해리슨(미국), 둘 뿐이었다. 상승세는 계속 이어졌다. 우상혁은 2ｍ33도 1차 시기에 타넘어 단독 선두로 나섰다. 지난달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넘지 못한 2m33 높이를 극복했다.
2ｍ25와 2ｍ29에서 한 번씩 실패한 노베르트 코비엘스키(폴란드)도 2ｍ33을 1차 시기에서 성공했다. 해리슨은 3차 시기에서 2ｍ33을 성공, 우상혁을 압박했다. 승리의 여신은 우상혁을 향해 미소지었다. 자신이 2021년 도쿄올림픽(4위)과 2022년 유진 세계선수권(2위)에서 작성한 실외 경기 한국 기록과 타이인 2ｍ35를 3차 시기에서 넘고 포효했다. 반면 경쟁자 코비엘스키(2위)와 해리슨(3위)은 2m35를 세번 시도해 모두 실패했다. 남자 높이뛰기 한국기록은 우상혁이 보유한 2ｍ36(실내)이다. 우상혁은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은 내 인생 목표 중 하나였다"며 "정말 기쁘고, 감격스럽다. 응원해주신 모든 분, 김도균 코치님을 포함해 나를 일으켜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했다.
우상혁은 이미 '월드 클래스'다. 다만 금메달의 가치를 더 높이려면 카타르 출신 무타즈 에사 바르심(32)을 넘어야 한다. 이번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는 바르심이 참가하지 않았다. 때문에 바르심이 출전하는 항저우아시안게임이 진정한 '월클 점퍼' 1인자를 가릴 무대가 될 수 있다. 바르심은 2010년 광저우(2ｍ27)와 2014년 인천(2ｍ35)에서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한 바 있다. 바르심은 2017년 발목을 다쳐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는 불참했다.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우상혁은 "바르심이 참가하는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또 파리올림픽 우승을 향한 노력도 이어가겠다"고 했다.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결선은 10월 4일 열린다. 우상혁이 바르심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할 경우 한국 육상은 이진택(1998년 방콕·2002년 부산 대회 우승) 이후 21년 만에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금메달을 차지하게 된다.
우상혁은 파리올림픽 출전도 사실상 확정했다. 파리올림픽 기준 기록은 2ｍ33. 기록 인정 기간은 지난 7월 1일부터 2024년 6월 30일까지다. 우상혁은 일찌감치 파리 올림픽 기준 기록을 통과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