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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1억버는 만치니 데려와도 못끊은 연패, '1조1700억 투자' 사우디 '축구굴기' 中화 되나?

[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오일머니' 사우디아라비아의 스케일은 남달랐다.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전 이탈리아대표팀 감독을 데려오면서 무려 3000만유로(약 428억원)의 연봉을 약속했다. 만치니 감독은 순식간에 전세계 대표팀과 클럽팀 사령탑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지도자가 됐다. 지난 시즌 맨시티를 이끌고 트레블(한 시즌 리그, 유럽챔피언스리그, FA컵 동시 우승)을 달성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연봉보다도 100억원이 많다.

하지만 감독의 연봉은 대표팀의 성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만치니 감독은 9월 A매치부터 사우디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지만, 결과는 2연패였다.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1대3으로 패했다. 13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한국을 상대했는데 0대1로 패하고 말았다.

특히 한국전에서 보인 사우디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를 꺾었던 '그 팀'이 아니었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던 조직력은 허술해졌고, 골 결정력 면에서도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또 아르헨티나의 화력을 막기 위해 3선을 극도로 좁혀 오프사이드 전략을 썼던 감독의 지략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사우디는 A매치 6연패의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지난 1월 7일 걸프컵 오브 네이션스에서 예멘전 승리가 마지막 승리였다.

마치 사우디가 중국화 돼 가는 느낌이다. 중국은 축구를 좋아하는 시진핑 주석의 '축구 굴기'에 맞춰 건설사 등 기업들이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스타 플레이어들을 영입해 중국 프로축구를 '별들의 잔치'로 만들었다. 그러나 규정과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한 영입이 이뤄지면서 중국 축구는 오히려 후퇴했다. 자국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줄어들면서 그 여파는 고스란히 각급 대표팀으로 퍼져나갔다. 중국은 이제 한 수 아래라고 평가받는 동남아팀들에도 손쉬운 승리를 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사우디도 중국 못지 않게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사우디리그의 스타 플레이어 영입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지난 11일 국제축구연맹(FIFA) 조사에 따르면, 사우디 구단들은 무려 8억7500만달러(약 1조1700억원)의 이적료를 지출했다. 이는 73억6000만달러(약 9조8400억원)의 전체 이적료 중 1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현재 세계 최고의 축구 시장을 자랑하는 잉글랜드(19억8000만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돈을 썼다.

결국 사우디 프로축구는 화려해졌다. 그러나 역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카타르월드컵 당시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했던 하산 탐바크티는 올 시즌 알 힐랄로 이적했는데 나폴리(이탈리아)와 첼시(잉글랜드)에서 뛰던 칼리두 쿨리발리가 영입되면서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다. 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벤치만 달구고 있다. 한국전에서 최전방에 섰던 압둘라 알 함단도 알 힐랄이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를 영입한 이후 백업으로 전락했다. 대표급 선수들이 외국인 스타들에게 밀려 대표팀이 국제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