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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차두리의 눈으로 뽑은 '늦깎이 태극마크' 이순민, 클린스만도 팔색조 매력에 빠질까

[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늦깎이 태극마크' 이순민(29·광주)이 클린스만호에 활력을 불어넣을까.

이번 9월 유럽 원정 A매치 최종명단에서 이순민 발탁은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용강중-백암고-영남대를 거친 이순민은 연령별 대표도 한 번 해본 적 없던 무명이었다. 사실 K리그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광주에 2017년 입단한 뒤 감독에게 제대로 쓰임을 받은 건 2021년부터였다.

이순민이 잠재력을 뒤늦게 폭발시킬 수 있게 도운 건 이정효 광주 감독이었다. K리그2(2부)로 강등됐던 지난해 이순민의 멀티 능력을 적극 활용했다. 이순민은 마치 '만능열쇠' 같았다. 김병수 감독이 이끌던 영남대 시절에는 우측 풀백으로 성장하다 프로에선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이 생긴 김남일처럼 중원에서 상대를 쓸어버리는 역할을 했다.

이순민은 이정효 광주 감독 아래에서 큰 날개를 펴고 있다. 이순민은 "이 감독님께서 '공이 아닌 공간을 소유하라'고 강조하신다. 언제나 위치를 자세히 알려주시면서 '미리 좋은 공간에 있으면 공이 저절로 오게 돼있다'고 하셨다. 그 말씀이 많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차두리 코치의 눈에 띄였다. 이순민은 사실상 차 코치가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로 일할 때 '리스트 업'된 자원이었다. 지난 6월 A매치 이후 이미 오래 전부터 예정돼 있던 개인일정과 자신의 생일 등을 미국과 유럽에서 소화하며 '외유' 논란이 일었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A대표팀 부임 이후 경기장에서 관전한 K리그1 10경기 중 광주 경기는 없었다. 결국 차 코치 등이 발품을 팔아 이순민이란 숨겨진 보석을 찾아낸 것이다.

이순민의 '팔색조' 매력은 A매치 기간 돌입 직전 펼쳐진 지난 3일 울산 원정에서 드러났다. 주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이지만, 티모가 부상으로 빠진 뒤에는 센터백 역할을 맡고 있다. 이날도 최후방 수비를 지켰는데 수비형 미드필더에 이어 이민기가 전반 35분 부상으로 빠졌을 때는 왼쪽 풀백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한 경기에서 세 차례나 포지션을 변경하면서도 제 몫을 다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후반에는 울산의 '스피드 레이서' 엄원상을 꽁꽁 틀어막으며 팀의 2대0 완승을 견인했다.

A대표팀 내에선 박용우(30·알 아인)와 경쟁이다. 클린스만호에서 미드필더 11명 중 수비형으로 평가할 수 있는 선수는 박용우와 이순민 뿐이다. 나머지 미드필더들은 공격 성향이 강하다. 사실 박용우도 지난 6월 A매치 때 A대표팀에 데뷔했다. 경험 면에선 이순민과 큰 차이는 없다. 때문에 이순민도 K리그에서 보여준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면 클린스만 감독에게 존재감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