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또 다시 구설을 자초했다. 일방통행식 행정 때문이다.
협회는 지난 16일 오후 5시 21분 FA컵 준결승과 결승 일정을 발표했다. 협회는 '준결승 진출 4개 구단(전북 현대, 인천 유나이티드, 포항 스틸러스, 제주 유나이티드)과 일정을 협의한 끝에 준결승 2경기를 당초 예정되어 있던 결승 1차전 경기일인 11월 1일에 개최하기로 했다. 경기 장소는 원래대로 전북과 제주의 홈 경기장에서 열린다'고 전했다.
'협의'는 있었지만, '합의'는 없었다. 때문에 FA컵 준결승 진출 4개 구단들은 협회의 통보식 일정 확정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협회는 이번 일정 변경을 위해 4개 구단에 희망 경기 날짜를 먼저 제출하게 한 뒤 지난 14일 4개 구단 단장 또는 대표가 참석하는 줌 회의를 열고 다양한 안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8월 말 개최안과 9월 A매치 기간 개최안, 제3의 안으로는 11월 예정된 결승 1, 2차전을 변경하는 방안도 논의됐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8월 말 개최안과 9월 A매치 기간 개최안에 대해선 구단들의 의견이 충돌했다. 협회는 'A매치와 리그 경기 일정으로 인해 팀 운영과 일정에 과도한 무리가 가해지거나 또는 주요 선수들의 대표팀 차출로 인해 최고의 경기력으로 대회 참가가 어려워지는 구단들이 있어 채택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협회가 선택한 안은 제3안이었다. 협회는 '4개 구단 주요선수들이 모두 출전가능해 구단 입장에서도 최고의 전력으로 나설 수 있는 11월 1일 준결승, 11월 4일 단판 결승 일정을 최종적으로 확정해 구단에 알리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협회는 타이틀 후원사인 하나은행 측의 양해를 구했다'고 했다.
하지만 협회의 일정 확정은 4개 구단과 합의가 이뤄진 부분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결승전 단판승부' 안건은 구단 단장과 대표로 이뤄진 줌 회의에서 논의되지도 않았다는 것이 복수의 구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회의가 끝난 뒤 협회가 구단에 연락을 취해 '결승전 단판승부' 안건도 협회가 고민하고 있다고 전달한 뒤 결국 경기일정도, 대회규정 변경도 협회가 합의없이 확정했다. A구단 관계자는 "경기일정 확정과 대회규정 변경 사실은 기사를 보고 알았다. 구단에 공문이 들어온 건 그 이후"라며 혀를 찼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줌 회의를 경기별로 나눠서 하다보니 제주, 포항과의 회의에서 전달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고 전했다.
협회의 말바꾸기 논란도 있었다. 협회는 최초 보도자료를 통해 '또 다른 제3의 안으로 11월 예정된 결승 1, 2차전을 변경하는 방안이 검토되었는데 이 안이 최종적으로 4개 구단 모두의 합의로 채택됐다'고 했다. 그러나 "경기일정 확정에 누가 합의했냐"며 4개 구단의 항의전화를 받자 협회는 '일정을 최종적으로 확정해 구단에 알리고 발표했다'며 보도자료를 수정했다. 구단들과 제대로 합의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3안'으로 밀어붙인 협회의 '촌극'같은 행정력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협회 관계자는 "구단마다 원하는 일정의 차이가 있다보니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최종적으로 협회가 채택한 부분으로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협회 관계자는 "페스티벌 일정은 제주가 결승을 갔다면 어찌됐든 맞닥뜨릴 일이었다. 행사 계획과 규모에 대해선 서귀포시에 요청해놓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