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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식구 들어온 날, 1루 지나 멈춰선 캡틴의 굳은 표정...고개숙인 덕아웃 선수들, 포항은 더 이상 '약속의 땅'이 아니었다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새 식구가 합류한 날, 수비 실수가 빌미간 된 역전패에 캡틴 주포마저 다쳤다. 선수들은 고개를 숙였다.

삼성 라이온즈가 끊임 없는 악재 속에 끝 모를 암흑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엎친데 덮쳤다. 김태군을 보낸 대가로 류지혁이 새로 합류한 날. 5일 포항 두산전에서 4대7 역전패를 당했다. 과정이 최악이었다.

초반은 산뜻했다. 3회 김성윤 김현준의 연속 3루타와 김동진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2-0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대체 선발 황동재도 3회까지 48구의 효율적 투구수로 무실점 호투를 펼치고 있었다.

문제는 4회초였다.

2사 후 양석환이 좌익선상 2루타로 출루했다. 로하스 볼넷으로 2사 1,2루. 포수 강민호가 황동재에게 다가갔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풀어줬다.

효과가 있었다. 3구만에 강승호를 포크볼로 뜬공 유도했다. 황동재는 공이 뜨는 순간 손을 치켜들며 아웃을 확신했다. 타구는 2루수 유격수 중견수의 삼각형 가운데를 향했다. 누구도 콜을 하지 않으며 주춤주춤 다가섰다. 결국 마지막 공이 떨어지는 순간, 급해진 김현준이 점프 하듯 캐치를 시도했지만 글러브를 맞고 튕겨 나갔다. 2사 후 벌어진 어처구니 없는 상황. 자동 스타트를 끊었던 1,2루 주자 모두 홈을 밟았다.

기록상 중전 2루타, 실제로는 치명적 실책이었다. 2-2 동점을 허무하게 내주는 순간. 위기에서 벗어나며 한숨 돌리는듯 했던 황동재가 흔들렸다. 3연속 볼넷으로 밀어내기 2-3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날 경기의 결승점이 되는 순간이었다. 5회부터 올라온 불펜도 흔들렸다. 홍정우가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한 채 3연속 볼넷으로 무사 만루를 만들어주고 내려갔다. 좌완 이재익이 올라오자 마자 로하스와 강승호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으며 홍정우가 깔아놓은 3명의 책임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2-6.

사실상 쐐기점이 된 7회 추가점도 실책이 빌미가 됐다. 2사 후 장승현의 투수 직격 강습 안타 때 악송구로 2사 2루. 김재호의 적시타가 터졌다. 2-7로 뒤진 8회말. 대형 악재가 터졌다.

선두 강민호가 안타로 출루했다. 오재일이 친 타구가 1루수 앞 땅볼. 리버스 더블플레이를 막기 위해 전력질주 하던 오재일이 1루 베이스를 밟고 지나간 뒤 왼쪽 허벅지를 만지며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1루코치와 트레이너가 달려왔다. 심상치 않은 근육파열을 직감한 듯 오재일의 얼굴이 굳었다. 대주자 강한울과 교체된 뒤 고개를 숙인 채 절뚝거리며 들어오는 캡틴의 모습은 상징적이었다. 덕아웃 후배들 마저 절망감에 고개를 숙였다.

삼성 관계자는 "좌측 햄스트링 통증으로 인한 교체"라며 "근육 손상이 있어보이며, 내일 검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인천에서 포항까지 이동해 새 팀에 합류한 새 식구 류지혁이 마지막까지 파이팅을 냈다.

2사 1루에서 펜스 직격 적시 2루타로 절망감에 빠진 덕아웃에 힘을 불어넣었다. 이성규의 적시 2루타가 이어졌다. 4-7 추격.

벤치도 포기하지 않았다. 9회 좌완 마무리 이승현까지 올리며 9회말 기적을 꿈꿨다.

선두 김현준이 두산 마무리 홍건희를 상대로 4안타째를 뽑아내며 희망을 살리는 듯 했다. 하지만 1사 후 믿었던 피렐라가 3루 앞 병살타를 날리며 경기는 그대로 끝나고 말았다. 지난달 13일 잠실 LG 3연전부터 7연속 루징 시리즈가 확정되는 순간. 이날 SSG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9위 KIA와의 승차는 6경기 차로 더 벌어졌다. 새 식구가 합류한 날. '약속의 땅' 포항에서 잠시 품었던 희망도 '실책성 플레이→불펜 붕괴→부상 악재' 등 연속된 최악의 상황들 속에 물거품 되고 말았다.

갈수록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삼성 야구. 포항은 더 이상 '약속의 땅'이 아니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