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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서있었다' 박건우의 석고대죄, '카리스마' 사령탑은 끝내 '만나지 않았다'[비하인드]

[고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NC 강인권 감독은 강단 있는 지도자다.

평소 조용하고 부드러운 말투 속에 합리적 판단과 지시를 내리는 사령탑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강 감독을 만만하게 생각하지 못한다. 외유내강, 엄청난 카리스마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선수들을 큰 형님 처럼 다정다감하게 대하고 농담도 잘 하지만 궤도를 이탈하는 순간 확 달라진다. 미리 공유된 원칙에서 벗어나면 가차 없다.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

'100억원 FA' 박건우의 징계성 2군행이 대표적인 사건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NC는 이동일인 지난 3일 외야수 박건우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NC 측 관계자는 "특별히 아픈 데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 왜?'라고 묻자 "내일 감독님께서 브리핑 시간에 설명하실 것 같다"고 했다.

여러가지 해석의 여지가 남았다. 하룻밤 새 여러 억측이 쏟아졌다.

박건우는 지난달 30일, 1일 KT전 2경기에서 무안타로 침묵했다. 하지만 3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2일 KT전에서 2루타 포함, 4타수2안타로 반등했다. 중전안타-좌중간 2루타-유격수 땅볼-중견수 플라이였다. 박건우는 0-1로 뒤진 8회말 수비에 앞서 최정원으로 교체됐다. 감독의 결정은 아니었다.

NC는 박건우가 빠진 직후인 8회말 4실점 하며 0대5 패배와 함께 3연전 스윕패가 확정됐다.

강인권 감독의 시선이 머물렀던 순간. 연패 중 1점 차 박빙의 승부 속 중심타자의 이탈. '팀 퍼스트'에 맞지 않는 아쉬운 모습이었다.

당시 박건우가 물리적으로 힘들었던 것 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과거부터 고질적으로 반복됐던 햄스트링 위험에도 시즌 초부터 중견수와 우익수를 오가며 꾸준히 수비를 소화했다. 그 여파가 파도처럼 몰려오고 있다. 여기저기 몸이 아프고, 지칠 만한 시점이긴 하다. 직전 2경기 무안타에 그쳤던 이유. 강인권 감독도 "지난 주 경기를 하면서 박건우 선수가 여기저기 조금 불편함을 호소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문제는 연패 중인 팀의 1점 차 승부에 한 타석 정도가 남은 경기 종반이었다는 사실이다.

강 감독은 "고참으로서 실력 뿐 아니라 가져야 할 덕목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제가 감독이 되면서 항상 말씀드렸듯 원팀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안 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박건우 선수한테 좀 아쉬움이 컸다"며 그날 경기를 언급했다. 이어 "선수 길들이기나 기강 잡기는 절대 아니"라고 강조하며 "원팀에서 벗어나면 안된다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 시즌에서 지금이 제일 중요한 고비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원정 9연전에 이어 홈 6연전까지 마지막에 15경기가 저희 팀의 올 시즌 마지막에 어떤 위치에 있을지를 결정할 중요 포인트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토종 선발진 줄부상 속에 지난주 2승8패에 그치며 3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최악의 상황 속에 팀을 우선시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수 있었다.

강 감독은 지난해 11월3일 마산에서 열린 NC 정식 감독 취임 당시 "원팀에서 벗어나는 선수는 누구를 막론하고 가차 없이 엄벌에 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박건우가 원팀의 기준에서 이탈했다고 판단한 순간 바로 2군 행을 지시했다.

갑작스런 2군 행 통보에 당황한 박건우가 감독실 앞을 찾았다. 주변 사람들은 "박건우 선수가 감독실 앞에서 한참을 서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강인권 감독은 끝내 선수를 만나지 않았다. '선수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단호하게 "만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엇다.

이미 내린 결정을 선수를 만나 번복할 수 없는 노릇.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감독과 선수 면담은 1군으로 콜업되는 날 이뤄질 공산이 크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