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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하나 산파 역할한 허정무 이사장, 대전 미래 위해 '용퇴'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허정무 대전하나 시티즌 초대 이사장(70)이 소임을 마쳤다. 허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대전하나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용퇴였다. 그는 "국가대표 선수와 감독으로 오랜 기간 현장에서 뛰며 배운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전하나시티즌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문구단으로 만들고 대한민국 축구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일념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며 "1부 리그 승격을 넘어 대전하나 시티즌이 글로벌 명문 구단이라는 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변화의 시점에서 한걸음 물러나 후배들을 응원하는 것이 더 의미있는 일이라고 판단해 이번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허 이사장은 대전하나 시티즌 탄생의 산파 역할을 했다. 2019년 대전 시티즌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대전시는 팀을 인수할 투자처를 찾았고, 각종 스폰서십을 통해 축구계와 가까웠던 하나금융그룹이 전격적으로 구단 인수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 허 이사장이다. 마당발인 허 이사장은 하나금융그룹 수뇌부와 연이 돈독했다. 인수 과정에서 여러 고비를 맞았지만 그걸 정치적으로 잘 풀어냈다. 2017년부터 시작된 하나은행의 K리그 타이틀 후원도 허 이사장의 숨은 역할이 컸다. K리그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허 이사장은 하나금융그룹의 K리그 입성에 많은 공을 들였다.

선수로, 감독으로, 행정가로 승승장구를 거듭한 허 이사장은 초대 이사장직을 수락하며, 축구 인생의 마지막 도전에 나섰다. 허 이사장은 취임 후 대전을 명문 구단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가장 큰 성과는 역시 '승격'이었다. 2022년 대전을 1부리그로 올리며, '3년 내 1부 리그 승격'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황선홍 초대 감독이 조기 경질되는 등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지난 2022시즌 플레이오프 끝에 결국 K리그1 입성에 성공했다. 대전은 올 시즌 K리그1에서 선전하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미래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B팀을 만들었다. 유망주 스카우트에도 열을 올렸다. 4강 신화를 달성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에이스로 활약한 배준호 배서준 등 유망주를 발굴, 스카우트했다. 꾸준한 출전으로 능력을 입증한 배준호는 한국축구의 미래로 떠올랐다. 이들 뿐만 아니라 임덕근 전병관 김인균 등 젊은 자원들이 빠르게 대전하나의 1군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경기장 밖에서도 많은 것을 일궈냈다. 지역 내 사랑 받는 스포츠 구단을 목표로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했고, 홈경기 마케팅, 공공 스포츠클럽 도입 등 다양한 사업을 시도했다. K리그 전체 3위인 평균 관중 1만4000명이라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허 이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다. 배준호 같은 재능있는 선수들이 더욱 성장해서 한국 축구에 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면서 "앞으로도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대전하나 구단은 허 이사장 후임으로 정태희 이사를 신임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정 이사장은 현 제24대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겸 제24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