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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올림픽 폐막]'함께 하면 천하무적!'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다…베를린에 모인 7000명 '모두가 승리자'

[베를린(독일)=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발달장애인들의 스포츠 대축제 '스페셜올림픽'이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25일 오후(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의 명소인 브란덴부르크문에서 '2023년 스페셜올림픽 세계 하계대회' 폐막식이 진행됐다. 170개국 7000여명 규모의 선수단과 1만8000여명의 발룬티어(자원봉사자) 등이 어우러져 '마지막 축제'를 즐겼다. 대한민국 선수단 150명도 함께였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다른 종목 선수들과 어울려 담소를 나누고, 사진을 남겼다. 다른 나라 선수들과 배지와 유니폼을 바꿔입기도 했다. 표정에는 대회를 별다른 사고없이 끝마쳤다는 안도감과 내일이면 정든 동료들과 작별해야 한다는 아쉬움이 교차하는 듯했다. 원활한 대회 참가를 위해 밤낮 없이 일한 이용훈 회장 휘하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직원들도 이 순간만큼은 해맑은 표정으로 폐막식을 즐겼다. 대회 주제가인 가수 매드콘의 '아 유 레디'가 어김없이 울려펴졌다.

1968년 미국 시카고에서 초대 대회를 개최한 스페셜올림픽은 지난 17일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린 뒤, 9일간 베를린 전역 26개 경기장에서 열렸다. 대회 슬로건은 '함께 하면 천하무적!'(Unbeatable together!')이다. 한국 선수단은 골프, 수영, 농구, 3대3 농구, 축구, 배구, 롤러스케이팅, 육상, 탁구, 배드민턴, 역도, 보체 등 총 12개 종목에 출전해 꿈을 펼쳤다. 한국은 금메달 25개, 은메달 23개, 동메달 16개, 총 64개의 메달을 따냈다. 역도에서 가장 많은 22개(금메달 14개, 은메달 7개, 동메달 1개)의 메달이 나왔다. 64번 '승리자'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전, 화합, 포용'을 중시하는 스페셜올림픽에선 '○메달'이 아닌 '○번째 승리자'라는 표현을 지향한다. '모두가 승리자'란 의미다. 1~3위 내에 들지 못한 선수들의 가슴에 리본을 달아주는 이유다. 관중들은 1위와 최하위 선수에게 똑같이 박수를 보낸다. 패자에게 도리어 더 큰 박수가 쏟아지기도 한다. 한국은 남자 통합농구 3대3 결승전에서 쿠바에 패했지만, 열세를 이겨내려고 분투하는 모습에 감동한 관중들은 "코리아"를 외치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발달장애인 선수들의 도전은 아름다웠다. 수영 박근효는 장애인학생체육대회에서 실격한 아픔을 딛고 처음으로 출전한 스페셜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보체 서재경은 불의의 손가락 부상을 이겨내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남자 통합축구는 예선에서 대패를 안긴 개최국 독일을 본선에서 꺾는 저력을 선보였다. 탁구 박채유는 심판이 상대팀이 얻어야 할 점수를 한국에 부여하자 직접 점수판을 뒤집었다. 육상 안정민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 주인공처럼 '즐기는 달리기'를 했다. 역도 강원호는 데드리프트 3차 시도에서 270kg를 들어올린 뒤, 기립박수를 보낸 관중을 향해 큰절을 했다. 기쁨의 눈물과 아쉬움의 눈물, 희열, 팬들의 가슴을 울린 스포츠맨십까지. 이것이 바로 '스페셜올림픽의 정신'이 아닐까.

베를린의 스포츠 인프라는 부러울 정도로 완벽에 가까웠다. 과거 엑스포를 열었던 메세 베를린의 26개 홀에서 주요 경기가 열렸다. 올림픽 스타디움에선 육상, 축구, 롤러스케이트 등이 개최됐다. 몸이 불편한 발달장애인 선수들을 위해 경기장과 숙소를 오가는 셔틀 버스를 상시 운영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고, 대회 기간 중 AD를 소지한 관계자들은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언제나 발룬티어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선수들을 위한 휴게실에선 간식을 먹고,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독일 수도인 베를린은 33만명(추산)의 관중을 수용할 정도의 포용력을 자랑했다. 지역 아마추어 심판을 고용해 판정이 들쑥날쑥한 점 정도가 옥의 티.

이용훈 회장은 "우리 선수들이 참 훌륭했다. 자랑스럽다. 선수뿐 아니라 지도자 분들과 우리 SOK 직원분들에게도 감사하단 말을 드리고 싶다. 개인적으론 베를린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골고루 잘 갖춰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총평했다. 스페셜올림픽은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대회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사람들을 통합한다. 이 회장은 "스포츠를 통해 배우고 익힌 도전 정신과 자신감이 사회로의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스페셜올림픽은 선수들의 사회 적응력을 키워주는 대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수학교 다니엘학교 교사인 김민중(파트너)은 "독일의 놀라운 스포츠 인프라와 관중들이 보내준 응원, 선수들의 투지를 보면서 나 역시 지도자로 한뼘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이도 있으니 다음 대회(2027년 퍼스) 때에는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를린(독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