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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올림픽]베를린에 울려퍼진 '코리아'…'졌잘싸' 농구팀이 보여준 열정에 박수를

[베를린(독일)=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발달장애인들의 대축제 '스페셜올림픽'에서 "코리아"가 울려 퍼졌다.

24일(한국시각), 독일 베를린 붉은 시청, 넵튠 분수 옆 야외 농구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쿠바의 '2023년 스페셜올림픽 세계 하계대회' 3대3 통합농구 결승전에서 관중들이 우승팀이 아닌 준우승팀을 응원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앞서 나가는 쿠바가 아닌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관중들의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더 높았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쉴 새 없이 "코리아"를 외쳤고, 경기 후에도 선수들을 향해 "한국이 최고였다"라고 말해줬다. 전대진 코치를 비롯한 선수들은 한목소리로 "팬들이 코리아라고 외쳐줘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 선수단은 스페셜 선수(발달장애인)와 파트너 선수(비장애인)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을 지닌 '절대 1강' 쿠바를 상대로 끝까지 분투해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한국은 예선에서 쿠바를 만나 11대21 스코어로 완패했다. 이날도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지만, 초반에 앞서나갈 정도로 기대 이상 선전했다. 하지만 결승전 막바지 키가 한뼘씩 더 큰 상대에게 연거푸 골밑 슛을 허용하며 최종스코어 15대20으로 패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스페셜 선수인 김다솔(27) 김현욱(20)은 패배 직후 눈물을 왈칵 쏟았다. 강호 쿠바를 상대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지만, 결과가 따라주지 않아서다. 다니엘 학교에서 김다솔 김현욱을 지도하는 김민중 선생(30)은 동료이자 제자들이 흘린 눈물은 곧 열정을 뜻한다면서 기특해했다.

이번 대회에 파트너 선수로 출전해 제자들과 호흡을 맞춘 김민중은 "(김)현욱이의 경우, 중학교 때부터 보던 선수다. 마냥 어린아이 같았는데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농구 실력이 늘었다. 모든 대회가 끝나고 같이 맥주를 마셨는데, 기분이 묘하다"며 웃었다.

김민중은 "선수들은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이번에 좋은 경험을 했다"면서 "독일의 놀라운 스포츠 인프라와 관중들이 보내준 응원, 선수들의 투지를 보면서 나 역시 지도자로 한뼘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이도 있으니 다음 대회(2027년 퍼스) 때에는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욱은 예선에서 손가락을 다쳐 이날 열린 나미비아와 준결승과 쿠바와 결승전에서 출전이 불투명했다. 하지만 23일로 예정된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회복할 시간을 벌었고, 이날 부상 부위에 붕대를 감고 출전해 전매특허인 2점슛(일반농구 3점슛)을 수차례 성공시켰다. 김현욱은 아프지 않았냐는 질문에 "아파도 뛰어야죠"라고 의젓하게 답했다.

선발전을 거쳐 이번 대회에 출전한 농구팀은 손발을 맞춘 시간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서로를 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성기태 감독은 "디비저닝을 나눌 때 하위 그룹에 갔으면 금메달을 딴다거나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겠지만, 가장 높은 레벨(A)에서 경쟁하는게 우리 선수들에게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레벨A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더라도 선수들이 느끼는 게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경기 직후에 진행된 시상식에서 해맑게 웃으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베를린(독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