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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공격적 M&A 하더니 어려움 이어지나…휴면 회원 적립금 소멸 단행

코로나 특수에 힘입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던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실적이 둔화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회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약관 개정을 통한 휴면 회원들의 적립금을 소멸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엔데믹 여파로 수익성이 둔화된 데 따른 조치 아니냐는 의견도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무신사는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 출신인 이커머스 전문 재무통을 영입하는 등 중장기 프로젝트인 기업공개(IPO)준비를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기도. 하지만 길어지는 불황과 이어지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성장 속도에 제동이 걸리면서 회사를 향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높은 적립금 제공하며 가입 유도하더니, 장기 미이용 회원 적립금 소멸…"고객 개인정보 보호 차원 단행"

지난 13일 무신사는 회원들에게 발송한 이메일을 통해 약관을 새롭게 개정했다고 밝혔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소비자들의 빈축을 샀다. 그 이유에는 적립금 소멸이 있었다. 장기간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른바 '휴면 회원'들의 적립금을 소멸시키겠다고 밝히면서다. 새로운 약관은 오는 7월19일부터 적용된다.

기존 약관에서는 '회원 탈퇴 시 사용하지 않은 무신사 적립금은 즉시 소멸되며 탈퇴 후 재가입을 하더라도 소멸된 무신사 적립금은 복구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었다.

그러나 다음 달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약관에서 무신사는 휴면 상태인 회원들의 적립금이 향후 소멸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구체적으로 바뀐 약관을 살펴보면 '회원이 몰에 마지막으로 로그인한 날로부터 1년이 경과할 경우, 그 때까지 사용하지 않은 무신사 적립금은 즉시 소멸된다'는 내용이 더해졌다.

이에 무신사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무신사는 리뷰를 통해 적립금을 얻으려면 전신이 나오는 사진을 업로드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 했다"면서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어렵게 얻은 적립금을 개인정보 보호라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소멸시키려 하는 점은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무신사는 후기 내용에 따라 적게는 500원에서부터 최대 2000원까지 경쟁사 대비 '후한' 적립금을 제공해왔다.

무신사 고객센터에 따른 '스타일 후기' 적립금 지급 조건은 구매한 상품을 착용한 전신 스타일링 컷이거나 착용이 어려울 경우 스타일링한 상태에서 해당 상품이 보이도록 든 상태의 전신 컷, 후기 글 20자 이상 등이다.

다만 이를 얻기 위해 이용자들 사이에서 타인의 사진을 무단으로 도용하는 사례가가 나오는 등 잡음이 있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약관 수정 및 휴면회원 적립금 소멸과 관련해 무신사 관계자는 "휴면 회원 적립금 소멸은 고객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라면서 "1년 이상 미접속 이용자들을 휴면 회원으로 분류하고 이들의 개인정보를 파기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회원들이 보유한 적립금이 함께 소멸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휴면회원으로 전환되는 시점을 30일 앞두고 고객들에게 사전에 해당 내용을 안내하고, 적립금 소멸을 원하지 않을 경우 자유롭게 휴면 계정 전환을 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무신사 측은 전체 회원 가운데 휴면 회원의 비율과 새로운 약관이 시행될 경우 소멸이 예정된 적립금 금액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엔데믹에 수익성 둔화되는데…경쟁력 제고 위해 발빠르게 노력해야

회사 측은 이번 적립금 소멸 조치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차원이란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무신사의 이 같은 조치가 엔데믹으로 둔화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조치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무신사가 최근 최영준 SSG닷컴 재무관리담당(상무)을 신임 CFO(경영지원부문장)로 신규 선임, 본격적인 IPO 준비에 나서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 CFO는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 근무 이력이 있는 이커머스 전문 재무통으로 티몬 CFO를 역임했다. 티몬 재직 당시 첫 월간 흑자를 달성하는 등 재무 건전성을 확보했었고, SSG닷컴에서는 IPO 추진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무신사가 성공적인 IPO에 나서기 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듯하다는 의견에 무게를 싣고 있다.

우선 실적이 좋지 못하다. 무신사는 지난해 '스타일쉐어'와 '어바웃블랭크앤코'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M&A를 단행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 170억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하며 수익성 악화 요인이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른 지난해 별도 기준 무신사의 매출액은 6451억원으로 전년 대비 60.3%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0% 감소한 539억원을 기록했다. 순손익 역시 1153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던 전년과 달리 -55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무신사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도 점차 줄고 있다. 최근 스타트업 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에 따른 지난 4월 무신사의 PC·모바일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는 746만8000명이었다. 이는 932만6000명이던 지난해 4월 대비 20% 가까이 급감한 수치다.

무신사 측은 당장 IPO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적 확대와 관련해선 "마진율이 높은 PB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 판매율을 높이는 동시에 주요 해외시장별 맞춤형 공략 구사에 적극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예선 무신사와 같은 패션 플랫폼의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엔데믹 기조와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불황, 얼어붙은 소비심리 등 성장을 저해할 만한 외부적 요인들이 산재해 있어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무신사가 팬데믹 당시 큰 호황으로 성장을 이룩했지만, 앞으로의 성장성을 담보할 만한 요소들은 부재한 상황"이라면서 "새로운 해외 시장 판로 개척 등 보다 확실한 성장 잠재력이 있는 경영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