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손바닥에 피가 났다' '박진만→김상수→이재현'으로 이어진 삼성 7번의 역사, 국민유격수가 떠올린 원조 7번의 추억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5연패 중이던 지난 18일. KT와의 원정경기를 앞둔 삼성 박진만 감독은 최연소 주전 키스톤 콤비 김지찬(22) 이재현(20)을 따로 불렀다.

"눈치보지 말고 자신 있게 하라"고 당부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연패 기간 중 크고 작은 실수로 살짝 기 죽어 있던 어린 두 선수. 큰 힘이 됐다. 감사함과 함께 용기백배한 이들은 이날 5연패 탈출의 선봉에 섰다.

이재현은 승리에 결정적 득점으로 이어진 2루타 두방 포함, 4타수3안타 2득점으로 타선을 이끌었다. 톱타자 김지찬은 결승타 포함, 4타수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해결사 역할을 했다.

김지찬은 "이번 주 승리가 없고 마지막 게임이라 정말 이기고 싶었다"고 간절하게 뛰었음을 암시했다. 동생 이재현 역시 어깨를 다쳐가면서도 투혼을 발휘했다. "계속 이기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고단했던 원정 6연전을 마치고 돌아온 대구. 20일 키움전을 앞두고 박 감독에게 미팅의 이유를 물었다.

"토요일에 게임을 하는데 살짝 위축돼 있는 것 같았어요. 아무래도 팀이 연패중이다 보니 분위기가 다운되고 눈치를 보는 것 같더라고요."

사령탑이 원하는 젊은 키스톤 플레이어는 의기소침한 모습이 아니다. 젊은이 다운 패기를 바랐다.

"키스톤 콤비 2명이 삼성라이온즈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선수들이잖아요. 침체된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활기차고 파이팅 있게 플레이 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모습을 바라고 출전시키고 있는 거니까요. 장기레이스를 치르면서 일희일비 하면 안 되니까요."

국민 유격수 출신 사령탑. 젊은 선수들의 시행착오는 수업료라고 믿는다. 자신도 경험하고 거쳐온 일이기 때문이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KBO 역사에 남는 최고 유격수로 성장했다.

"제 경험이 없지 않았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볼 때 감독을 떠나 먼저 야구를 한 선배로서 앞으로 한국야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선수들인 만큼 강인하게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죠."

박 감독은 이들 젊은 선수들과 다른 시절을 살았다. 현역 시절 실수를 하면 따뜻한 말 한마디 대신 펑고를 받았다. 등번호 7번의 대명사 박진만 감독을 키운 원조 7번이자 '그라운드의 여우'로 불린 김재박 감독은 혹독한 훈련 지시로 애정을 대신했다.

"김재박 감독님께서 직접 펑고를 치시더라고요. 저도 힘들고, 오랜만에 펑고를 치시는 감독님도 힘드셨지요. 감독님 손에 피가날 정도로 펑고를 치셨어요. 너무 힘들었는데 감독님 손바닥에 맺힌 피를 보면서 깨달은 부분이 있었죠."

박진만 감독의 7번은 김상수를 거쳐 이재현에게 이어졌다. 삼성 특급 유격수 계보를 관통하는 번호다.

형식은 다르지만 애정은 애정으로 계승된다. 위대한 유산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있다. 김지찬 이재현 김영웅 등 삼성의 미래를 이끌 젊은 내야수들이 국민유격수를 만난 건 행운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