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더 잘됐어야 하는 선수인데' 야구천재의 줄부상, 김강민도 안타깝다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이러고 있으면 안되는 선수가 아니라, 더 완전히 잘됐어야 하는 선수예요." 팀 선배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안풀릴 수가 있을까. 또 부상으로 브레이크가 걸린 하재훈 이야기다.

SSG 랜더스 하재훈은 '야구 천재'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투수와 타자 중 어느 것 하나를 고르기 힘들 정도로 실력이 대단한 선수였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구단의 권유에 투수로 전향했고, 첫 해인 2019년 세이브왕을 차지했었다.

이후 부상으로 다시 투수를 접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타자 재전향을 시도했다.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에는 과도기를 거쳤다. 하재훈 스스로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감이 빠르게 올라오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던 한 해다. 팀 사정상 외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출장 기회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짓자마자 호주행 비행기에 올라 휴식기를 모두 반납하고 질롱 코리아 소속으로 뛰며 타격 감각 회복에 집중했다. 그리고 스프링캠프 출국도 빠르게 이뤄졌다. 가족들과의 시간도 미룰만큼 그는 부활이 간절했다.

올해 캠프에서도 추신수와 더불어 새벽부터 운동을 시작하는 선수가 바로 하재훈이었다. 구단 관계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운동 일정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약점으로 지목되던 수비도 연습으로 만회하기 위해 코치진과 함께 매일 구슬땀을 흘리며 혹독하게 훈련했다.

그러나 캠프 종료가 임박한 시점에서 부상을 당했다. 2차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막바지 연습경기에서 슬라이딩으로 외야 수비를 하던 도중 어깨 골절 부상을 당했다. 청천벽력이었다. 겨우내 흘린 땀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 어깨 골절은 회복할 때까지 상반신을 제대로 쓰기 힘들기 때문에 그동안의 운동이 사실상 사라진 것이나 다름 없었다. 모두가 안타까워했다. 결국 개막 엔트리 진입도 무산됐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어깨 부상을 회복한 하재훈은 퓨처스리그에서 실전 감각 회복을 거쳐 5월 25일 그토록 기다리던 1군 콜업을 명 받았다. 처음부터 잘 풀렸다. 복귀 첫 타석부터 대타로 나와 안타를 기록하더니, 쭉 4할이 넘는 맹타를 유지했다. 지난 11일까지 1군 타율 3할4푼2리를 기록 중이던 하재훈은 또 부상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11일 창원 NC전 도중 6회에 슬라이딩 도루를 하다가 왼쪽 엄지손가락이 부분 골절 되는 날벼락을 맞았다. 도루를 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또 골절이 나올거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곧바로 통증이 있었을텐데도 알리지 않았다. 9회까지 참고 참다가 경기가 끝난 후에 병원에 갔다. 김원형 감독도 "그렇게 열정적인 선수다. 이제 컨디션이 좀 올라와서 할만 하다 싶은데 또 다쳤다. 그런 선수를 잃게 돼서 너무 안타깝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다.

하재훈은 현재 강화 2군 구장에서 재활 중이다. 손가락 골절은 어깨보다 신체 움직임의 범위가 더 자유롭지만, 그래도 타격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벼운 운동만으로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이후 골절 부위가 완전히 회복돼야 정상적인 전체 훈련이 가능하다.

옆에서 지켜보는 팀 선배 김강민도 안타까워했다. "재훈이는 여기(2군)에 있으면 안되는 선수가 아니라, 우리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잘됐어야 하는 선수다. 어찌됐든 저러고 있으니까 다 까먹는 것 같아서 아쉽다"며 마음 아파했다. 김강민은 잦은 부상 발생에 대해서도 "그게 원래 하재훈 스타일이다. 충분히 할 수 있는 플레이였다. 다만 선배 입장에서는 안타깝다"고 감쌌다.

아직 기회는 많이 남아있다. 하재훈은 여전히 재능이 있고, 가치가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타자 재전향 두번째 시즌. 줄부상으로 가로막혀있지만, 다시 하재훈의 시간은 찾아오게 돼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