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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는 내 운명' 에이스 1회 강판→영웅 강림→데뷔 4년만의 첫승…22세 영건의 '감격' [인터뷰]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고등학교 1학년 때 내 자리는 마운드구나, 난 투수를 해야하는 운명이구나 생각했어요. 프로에서 경험이 쌓이고 나면 선발로 뛰고 싶습니다."

데뷔 첫 시즌을 앞둔 신인 시절, 한화 이글스 한승주(22)가 밝혔던 당돌한 속내다.

훌륭한 떡잎이 열매를 맺는 걸까. 선발투수가 단 1이닝 만에 어깨 통증으로 내려갔다. 위기의 순간 '영웅' 한승주가 나타났다.

14일 사직구장. 2연패중이던 한화의 선발투수는 토종 에이스 김민우였다. 1회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는 위력적인 투구를 펼쳤다. 하지만 뜻밖의 어깨 통증으로 교체됐다.

최원호 한화 감독의 선택은 한승주였다. 부담이 적지 않았다. 이미 11일 LG 트윈스전(2이닝 1실점 34구), 전날 롯데전(⅔이닝 11구)를 던진 그였다. 몸풀 시간도 부족했다.

하지만 한승주는 3⅓이닝 동안 1안타 1볼넷만 허용하며 롯데 타선을 무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삼진 5개를 곁들인 압도적인 투구. 총 56구의 적지 않은 투구수를 소화했다. 최원호 감독은 "갑자기 등판했는데 정말 훌륭한 피칭을 보여줬다"며 칭찬했다.

경기 후 만난 한승주는 "1회 끝나고 김민우 선배가 아프다고 해서 바로 준비했습니다. 우리 타자들이 초반에 워낙 잘쳐서 생각보다 여유가 있었습니다"라며 웃었다. 6월 팀타율 1위를 달리는 한화는 이날 롯데 선발 스트레일리의 난조를 틈타 1회 타자일순하며 3득점했고, 2회초에도 노시환의 투런포로 5-0까지 점수차를 벌렸다. 다행히 한승주로선 좀더 마음 편하게 던질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결과는 2020년 데뷔 이래 1군 첫승의 감격.

"갑자기 올라가기 했지만, 항상 주어진 상황에 열심히 하자는 생각 뿐입니다. 긴장되진 않았습니다. 오늘 제게 기회가 왔고, 운이 따라준 것 같습니다."

한승주는 "연투가 힘들진 않습니다. 마운드에 올라갈 기회를 주신 데 감사할 뿐입니다. 주어진 상황에 열심히 던지는게 프로 아닙니까"라며 활짝 웃었다. 올시즌 26경기에 등판, 1승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06의 준수한 성적이 돋보이다.

기자와는 신인 시절 남지민과 공동 인터뷰를 통해 처음 만났던 사이. 당시 한마디 한마디 조심스럽게 답하던 남지민과 달리 "올해 목표는 5승, 100이닝입니다. 경험이 좀 쌓이고 나면 선발을 하고 싶습니다"라며 당돌하게 말하던 한승주의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문동주-김서현이라는 특급 유망주가 있는 한화지만, 한승주 역시 이날 같은 호투가 쌓이다보면 자연스럽게 선발로 자리잡을 수 있다. 최원호 감독은 "김민우가 쉬는 타이밍에 한승주를 선발로 기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포수 미트만 보고 던졌습니다. 전 리드를 믿고 던지는 스타일인데, 오늘 리드가 좋았습니다. 박승민-이동걸 투수코치님, 김정민 배터리코치님, 정우람 이태양 최재훈 박상언 선수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꼭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