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호국의 달, 역사 흔적 찾아 걸으면 '보람' 가득…가족·인생 사진은 덤

온 가족이 여행을 떠나야 할 이유가 생겼다. 6월은 호국의 달이다. 나라를 지키는 선조의 얼을 기리며,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보살펴 온 어르신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하는 시기다. 매번 가족 여행에 인색했던 어르신도 '의미를 앞세운 가족 여행' 앞에선 고개를 끄덕이기 마련이다.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산성 여행'을 떠나보자. 한국관광공사가 6월 추천하는 여행지로 믿을 만한 곳을 위주로 추렸다. 묵묵하게 나라를 지켜온 산성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를 닮았다. 초여름의 푸루름은 위대한 생명력까지 품고 있어 가족 여행에 특별함을 더한다.

즐길거리, 교통 접근성 장점 '남한산성'

남한산성은 경기 광주시에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교통접근성이 뛰어나다. 남한산성 주변에 즐길거리도 많아 주말과 연휴 많은 이들이 찾는 곳 중 하나다. 호국 염원이 부각되는 6월 남한산성에는 새로운 즐거움이 있다. 역사적 지식이 곁들여진다면 금상첨화다.

남한산성은 1624년(인조 2년)에 축성을 시작했다. 산봉우리를 중심으로 능선을 따라 쌓아, 방어에 유리한 요새다. 인조는 병자호란이 일어난 뒤 남한산성으로 피신해 47일을 버티다 항복한다. 남한산성은 201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부속 시설을 포함한 성벽 둘레가 약 12.4km, 탐방로는 5개 코스로 나뉜다. 5개의 코스는 저마다 길이가 달라 도보로 둘러보는 시간도 다르다. 여행 구성원 형태에 따라 적당한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산성로터리에서 출발해 북문-서문-수어장대(보물)-영춘정-남문을 지나 회귀하는 1코스가 인기다. 약 3.8km의 구간은 도보로 1시간 20분가량이 소요된다. 제일 긴 5코스는 동서남북 성문을 두루 돌아볼 수 있다. 약 7.7km의 구간으로 구성, 도보 기준 3시간 20분 이상이 걸린다. 가장 짧은 2코스는 약 2.8km, 1시간 정도 걸린다. 북문과 수어장대-영춘정 구간이 보수공사 중이나, 산성을 돌아보기에 큰 불편은 없다.

남한산성을 둘러본 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남한산성 행궁(사적), 광주 도예의 중심 경기도자박물관, 숨은 자연 공간 경안천습지생태공원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계절 변화에 따른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고 곳곳에 마련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는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조선시대 군사적 요충지, 청주 상당산성

충북 청주시에는 상당산성이 있다. 조선 시대 군사적 요충지로,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호서 지방을 지켜준 요새다. 대규모 포곡식 석축 산성인 만큼 산성에 오르면 수려한 산세와 함께 청주 일대의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한다.

4Km의 산성 일주 코스는 평탄해 가족이 함께 걷기 좋다. 저수지에서 출발해 남문을 지나 서남암문과 서문, 동북암문, 동문, 동장대를 거쳐 다시 저수지로 돌아온다. 산바람과 강바람을 느끼며 걷다 보면 다양한 볼거리와 마주한다. 상당산 능선 성곽을 따라 걷는 동안 성문 3개와 암문 2개, 치성과 수구 3곳을 둘러볼 수 있다. 상당산성 일주의 백미는 정상부에 해당하는 남문-서문 성곽이다.

상당산성 주변에는 청주만의 매력을 머금은 곳이 많다. 청주에서 가장 큰 저수지를 품은 명암유원지에서는 오리배를 즐길 수 있다.

수암골벽화마을은 감성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수암골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이 판잣집을 짓고 살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시대의 상처가 담긴 마을이었지만 2007년 공공 미술 프로젝트 벽화 작업을 진행했다. 현재 40여 가구가 거주해 규모는 작지만, 골목 구석구석에서 느껴지는 정겨운 자취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건축가 고 김수근이 설계한 국립청주박물관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파란만장한 역사 한가득, 부여 가림성

충남 부여에 있는 가림성은 백제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품고 있다. 성흥산성이라고도 불린다. 가림성은 성흥산(286m) 정상부에 쌓은 석성이다. 둘레는 약 1500m, 성곽 높이는 3~4m에 달한다. 성안에서 우물 터, 군창으로 추정되는 건물 터, 초석과 남문 터 등이 확인됐다. 현재까지 이어진 꾸준한 발굴 조사를 통해 백제부터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유물을 발견했다.

가림성은 501년(동성왕 23)에 위사좌평 백가가 쌓았다고 전해진다. 백제 때 성곽 가운데 유일하게 축성 연대를 알 수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적이다. 산이 높지 않아 남녀노소 성곽을 둘러보기 수월하다. 가림성은 '사랑나무'라 불리는 가림성 느티나무(천연기념물)가 대표적인 볼거리다. 사랑나무는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인 동시에 사진 명소로 꼽힌다.

성흥산 남쪽 품에 안긴 대조사는 원통보전 뒤에 자리한 부여 대조사 석조미륵보살입상(보물)을 품고 있다. 높이만 10m에 달해 논산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국보)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백제역사유적지구로 등재됐다. 관북리 유적(사적)은 드넓은 공터처럼 느껴지지만 사비 시대 왕궁 터로 추정된다. 인근의 신동엽문학관에서는 저항시인 신동엽의 육필 원고와 편지, 유품 등을 볼 수 있다.

국내 최대 규모 웅장함, 부산 금정산성

부산의 금정산성은 이름대로 금정산에 있다. 금정산은 27개 지정 등산로 외에 주민들이 찾는 샛길을 포함하면 무려 100여 개 진입로가 있는 부산의 명소다. 부산의 명소답게 금정산성 방문 코스가 다양하다.

금정산성은 금정산 꼭대기에서 동남쪽·서남쪽 능선과 계곡을 따라 축성됐다. 둘레가 1만 8845m로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현지 해설사가 추천하는 가장 매력적인 코스는 동문에서 출발해 3망루와 4망루로 이어지는 길이다. 완만한 숲길부터 가파른 암벽까지 다채롭게 어우러져 걷는 맛이 빼어나다. 조금 편하게 즐기려면 금강공원에서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상부정류장에서 남문까지 완만한 흙길이라 아이와 걷기도 적당하다. 등산 애호가라면 최고봉인 고당봉에 자리한 금샘에 오르면 된다. 빗물이 고여 만들어졌지만 웬만해선 물이 마르지 않아 신비롭다. 금정산성마을에선 흑염소·오리불고기와 막걸리 한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 500년 전 방식으로 빚은 막걸리가 깊고 구수하다.

인근에는 범어사가 있다. 범어사는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대웅전과 삼층석탑이 볼거리다. 금정산성과 인접한 동래온천에는 노천 족욕탕이 있어 걷기의 피로를 풀 수 있다.

돌에 새겨진 생명의 역사, 익산 미륵산성

익산 미륵산성은 둘레 약 1776m의 포곡식 석성이다. 익산 지역 11개 성곽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북쪽으로 낭산산성, 동쪽으로 용화산성과 선인봉산성, 남쪽으로 익산 토성과 금마도토성이 미륵산성을 겹겹이 둘러싼 형태다. 고도가 가장 높은 미륵산성은 주변 지역을 둘러보기에 안성맞춤이다. 정문 격인 동문지로 들어가면 산성이 좌우로 두 팔 벌려 서 있다. 동문지에서 미륵산(430m) 정상에 닿는 길은 세 갈래. 정상에 이르면 화강암 채석장이 눈에 띄는데, 돌을 노잣돈처럼 품은 익산의 속살과 마주한다. 돌이 전하는 무수한 이야기가 미륵산과 미륵산성에 남아 있다.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베데스다기도원 인근의 미륵산성 주차장부터 출발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미륵산성까지 거리가 1.5km 남짓으로 짧다. 산길을 오르는 동안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동시에 미륵산성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익산 전경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미륵산성 주변에는 한강 이남 대나무 최대 군락지인 구룡마을 대나무숲이 있다. 백제 최대 사찰로 꼽히는 미륵사도 가깝다. 국립익산박물관과 왕궁리 유적(사적), 백제왕궁박물관을 방문한다면 백제 문화의 진수도 확인할 수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